SPOTLIGHT 섹션으로 본 2010년 의학계

2010년은 의학계 전반적으로 굵직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던 한 해였다. 본지 SPOTLIGHT 지면에서는 학술적인 이슈와 함께 의학과 관계된 사회·제도적인 문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뤄왔다. 본지에서는 미래의학계의 발전 가능성, 주요학술대회 이슈, 약물사태, 의학 제도의 변화, 사회인식의 그늘에 숨어있는 질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던 2010년 SPOTLIGHT 리뷰를 기획, △미래의학 △학술이슈 업데이트 △사회적이슈 별로 2010년 한 해동안 눈여겨볼만한 주제들을 선정·정리했다. 이번 기획을 통해 한 해동안의 큰 주제들을 정리하고 2011년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미래의학과 현실과의 거리를 말하다

암백신, 어디까지 왔나
513호(1월 25일

올해 우선 주목한 기술은 암백신이었다. 지속적인 암 유병률과 사망률의 증가는 암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주고 있다. 이에 암액스포, 미국임상종양학회 등에서는 일반인, 의학계 모두를 대상으로 주기적인 검사의 중요성과 치료 타깃 별 약물치료의 효과를 강조했다. 문제는 여전히 완치법이나 완전한 예방법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암백신에 사람들이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특히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이 주목한 암과 노화의 비밀에 깊은 연관성을 보이는 텔로미어(telomere)와 텔로머라아제(telomerase)도 항암제와 치료용 암백신의 열쇠가 되고 있다. 국내기업인 카엘-젬백스(KAELGemVax)사는 텔로미어를 이용한 췌장암 백신 ‘GV1001"의 3상임상을 영국에서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이미 승인되어 사용 중인 자궁경부암 백신인 가다실, 서바릭스는 이런 암백신이 단순히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줬고, 또다른 기전인 항암면역세포를 활용한 전립선암 치료제인 프로벤지 역시 백신을 이용한 완치와 예방에 대한 기대분위기를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암백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동산의료원의 경우 미국암연구소와 함께 국내 최초로 암백신 연구소를 설립했고, 부산대, 양산시, 바이오Tech 기업 등으로 구성된 부산대컨소시엄은 부산대 양산캠퍼스 부지에 160억원 가량을 들여 항암 바이러스 백신(Oncolytic virus) 생산공장을 설립, 2013년까지 생산시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유전자 맞춤치료
522호(4월 5일) 약물유전체 검사 / 554호(12월 13일) 세라노스틱스


맞춤의학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유전자를 이용한 진단·치료는 차세대 주자로서 입지를 착실하게 쌓아가고 있다. 이미 ACC 등 주요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ACCORD 연구의 경우 맞춤의학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약물이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는 "one size fit all"의 개념은 이제 과거의 것이라는 것이다. 의료계는 맞춤연구의 해답을 유전체 정보에서 찾고있다. 항혈소판제인 클로피도그렐(clopidogral, 플라빅스)의 경우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간 대사를 담당하는 효소인 CYP2C19이 저하된 환자에게서 약물효과가 낮을 수 있다는 경고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미국에서는 30개 약물, 유럽에서는 11개 약물에 대해 처방전 바이오마커의 검사를 의무화했다. 우리나라의 유전체 연구 수준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클로피도그렐의 간효소기능 저하 유전형인 CYP2C19*2, *3의 한국인 비율은 약 40%라는 연구결과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문제는 급여다. 허셉틴과 이레사의 경우 약물 보험급여를 통해 바이오마커 검사를 규제하고 있지만 그외의 약물은 허가사항에 필요성만 명시되어 있고, 모든 약물의 경우 검사비용은 전액 환자 또는 자사 항암제 처방 촉진 목적으로 제약사가 부담하고 있다. 의료계는 처방에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검사로 급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복지부는 20~50만원에 달하는 고가이기에 급여에 대한 검토는 못하고 있다. 연구비에 대해서도 각 유전자 연구센터에 지원되는 금액이 크지 않아 대표성있는 연구 힘든 상황에서 정부는 국제 유전체 분석 컨소시엄에의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 3~4년 후 전체 유전자검사 비용이 1000달러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유전자 연구에 대한 효과적인 행보와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본다.


기적의 피 제대혈, 상용화 어디까지
541호(8월 30일)


조혈모 세포가 골수보다 더 많이 포함돼있어 백혈병, 소아암치료에서 활용되고 있는 제대혈의 상용화에 대해 조명했다. 제대혈의 임상적용 가능성이 입증된 이후 여러 난치성 혈액질환이나 유전성 질환의 치료에 제대혈 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버려지던 제대혈의 보관에 대한 관심이 증폭돼 전 세계적으로 제대혈 은행들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대해서는 예외는 아니어서 정부 차원에서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을 통해 기증제대혈 은행을 지정·지원하고 제정안에서 명시한 "제대혈 정보센터"를 설치하고 있다. 제대혈의 공공성을 국가차원에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대혈은 현재 백혈병, 소아암을 넘어 다양한 질병에 대한 치료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한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개발이 이로 인한 혜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증된 제대혈에서 연골을 재생시키는 줄기세포만 추출해 관절염을 손상된 무릎이나 엉덩이 관절 부위에 수술로 붙여주는 방식으로 면역 거부반응이 없는 줄기세포를 사용헤 어느 환자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치료법이 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복압성 요실금, 뇌졸중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고, 전문가들은 이후 그 중에서도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중풍, 심장병, 당뇨병 등에서도 제대혈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돼 정부차원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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