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 가는 2010년 의료계 신뢰도 다시 생각해봐야

그 어느 해보다도 다사다난했던 2010년이 저물어 간다.
 올 한해는 미국발 세계적 경제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하고 3년여 만에 다시 2000고지를 돌파한 주식시장, 아시안게임 최다메달 획득과 2위 수성 등 경제·스포츠의 역동성을 바탕으로 국격을 높이기도 했지만 천안함 사건에 이어 연평도 도발로 나라가 크게 혼돈스러운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점도 새삼 깨닫게 된 해이기도 하다.
 보건의약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숨막힌 한해를 보냈다. 이른바 리베이트를 앞세운 의약품 공정경쟁규약이 뜨겁게 달궈지면서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이 법제화됐고, 그 여파로 의학계는 의학계대로, 병의원들과 제약계는 그들대로 숨죽인채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상당수 의료계가 주장했던 의료산업화는 많은 부분 바닥을 다져가고 있지만 정작 기본이랄 수 있는 "투자개방형병원"을 두고는 이명박 대통령의 "신중한 검토" 발언후 수면아래로 잠겨 여전히 부상하지 못했던 한해다.
 본지는 송년호를 맞아 올 한 해 의약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을 계기로 정부·국민이 바라보는 의사사회와 의료계가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해 되돌아보고자 한다.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양쪽 모두 처벌하겠다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지난 11월 말 시행에 들어갔다.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국회가 사실상 만장일치로 관련법을 통과시킨후 6개월만이다. 과거 거래 관행쯤으로 생각했던 리베이트가 이제는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이는 한동안 "불법 리베이트"로 불리어 불법적이지 않은 리베이트는 괜찮을 것이라는 상식이 있었으나 이제는 그 어떠한 경우라도 리베이트를 "불법"으로 본다는 것으로 지금까지의 관례는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의사를 범법자로 만들고 또 잠재적 범법자로 인식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의사들은 리베이트 쌍벌제 국회 통과 후 제약업체들에 대해 "불매운동" 등 후폭풍으로 이어졌고 이들 몇몇 제약사들은 곤혹스러움을 경험해야 했다.
 리베이트 쌍벌제는 시행에 들어간 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13일 공포된 시행규칙에는 허용가능한 경제적 이익의 지원 범위를 제품설명회 식음료 지원 등 6항목으로 한정하고 판촉목적 자문료와 강연료는 삭제했다. 그러나 구체적 내용은 미흡하여 몸통만 마련하고 깃털은 달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심포지엄이나 좌담회 등 행사를 계획하고 있던 제약사들은 줄지어 "취소"를 결정했고, 제약계보다 다소 느슨하지만 의료기기업계도 사실상 실비로 한정한 리베이트 시행규칙으로는 영업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하고 나섰다.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강연료와 자문료에 대해 명확한 범위를 규정해 줄 것을 촉구하고 "의약품은 개발 과정에서 많은 지식이 축적되며, 이러한 정보를 의료인에게 전달하는 것은 제약기업의 책임이자, 궁극적으로 환자의 치료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약품에 대한 정보 전달과정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을 익혀야 하는 의료기기의 경우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데 절대적으로 비용이 한정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의 관행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부나 국민들이 이번 쌍벌제에 거는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어서 그동안 사회가 바라보는 의료계의 신뢰는 어떠했을까 되돌아보는 계기도 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리베이트 없는 환경하에서 대한민국 의약계는 어디로 향하게 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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