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제약업계는 그야말로 힘든 고난의 연속이었다. 사건, 사고, 이슈, 정책변화 등이 한 달에 한 번꼴로 터지거나 나오면서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다. 이 같은 영향은 제약사들의 실적부진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실제로 주요 제약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대부분 두 자릿수로 떨어졌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국산신약 출시, 공장 준공, 수출쾌거 등의 소식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동안 제약사들은 꼽은 주요 이슈를 주제별로 살펴봤다.
목차
1, 사상 초유의 영업사원 출입금지
2, 리베이트 조사 제약사 쑥대밭
3, 아반디아·리덕틸 등 의약품 퇴출
4, 15번째 국산신약 카나브 허가
5, 고혈압 본평가 결과 20% 인하
6,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시행
7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규칙 공포

"사상 초유의 영업사원 출입금지"

제약사들은 올 초 가장 큰 이슈라고 할 만한 사건으로 제약사 영업사원 진료실 출입금지를 꼽았다. 의사들이 영업사원의 출입을 금지한 행위는 제약영업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희대의 사건이 발생된 배경은 보건복지부가 리베이트 쌍벌죄를 추진하는 과정에 몇몇 제약사들이 주도적으로 찬성했다는 설 때문이었다.

소문을 접한 의사들은 제약사와 전면전을 선포했다. 가장 먼저 김해시의사회에서 영업사원 출입금지령을 내렸고 이어 전국 7개 시도의사회로 확대됐다. 경기, 강원, 충북, 충남, 대전, 경남, 광주 등 총 7개 의사회는 회원 명의를 결의문을 채택하고 영업사원의 진료실 출입금지를 선언했다. 또한 경북, 전남, 전북의사회는 각 의원들이 자율적으로 영업사원 출입금지를 시행하도록 결의했다.

관망세를 보여 왔던 서울도 영향을 미쳤다. 구로구의사회가 영업사원 출입금지를 선언했고 대형병원으로는 처음으로 강남성모병원이 진료실출입을 전면 금지했다.

다행히도 이 같은 집단행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지만 피해는 예상외로 컸다. 의원영업 중심의 제약사들은 2사분기와 3사분기 실적에 큰 지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의원들의 집단행동은 상징적인 의미로 마무리됐지만 제약사들의 피해는 예상보다 컸다"면서 "상호간에 신뢰를 져버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회고했다.

공정위 등 묻지 마 조사 제약사 "벌벌"

제약사들이 꼽은 또 하나의 기록적인 사건은 묻지마식으로 진행된 공정거래위원회의 리베이트 조사였다. 공정위는 올 1월 CJ제일제당, 한국얀센, 태평양제약, 삼아제약, 신풍제약 등 5곳을 잇달아 조사한데 이어 2월에는 삼성제약, 서울제약, 웨일즈제약, 파마킹, 이연제약, BMI제약, 삼진제약을 조사했다. 무려 두 달 사이에 10개가 넘는 제약사를 조사한 것이다.

이들 제약사는 지난해 복지부 유통조사에서 3~15%의 결제할인(수금할인) 내역이 적발됐던 요양기관 또는 도매상과 거래가 있다는 이유로 리베이트 제공 의혹을 받아 온데 따른 후속조치였다.

한동안 잠잠한 조사는 10월부터 시작됐는데 종근당이 대대적인 식약청 중앙조사단의 조사를 받았다. 이 조사는 복지부가 리베이트 합동조사를 예고한 이후 처음 시행된 직권조사였다는 점에서 본사 영업소를 모두 조사하는 등 규모 또한 컸다. 복지부는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제약업계의 영업행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 종근당에 대해 지난 8월 기획조사를 의뢰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달 명문제약과 근화제약도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따뜻한 연말을 맞이해야할 12월에도 리베이트 조사는 이어졌다. 거제경찰서는 제보에 따라 제약회사와 공보의를 각각 4명을 상대로 불법 리베이트 수사를 벌였으며 계양경찰서도 수억 원 규모의 처방 대가성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국내 중견제약사 영업사원 등 38명과 국공립병원 의사 2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여기에 하나제약도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이로써 올 한 해 동안 리베이트 조사 또는 경찰조제를 받은 기업은 약 20곳으로 집계됐다.

아반디아·리덕틸 블록버스터 약물 퇴출

리베이트 조사와 더불어 충격을 받은 사건은 아반디아와 리덕틸 등 잇따른 블럭버스터 품목의 잇따른 퇴출이었다. 지난 9월 식약청은 GSK의 당뇨약 "아반디아" 등 로시글리타존 성분 제제에 대한 국내사용을 중지했다. 이로써 아반디아는 지난 2001년 국내 출시 9년 만에 시장에서 퇴출되는 비운의 약물이 됐다.

퇴출이 이뤄진 배경은 2007년 스티브 니센박사가 심혈관위험성을 제기하면서 발단이 됐다. 이후 유럽 EMA에서 심혈관계 위험성이 유익성을 상회한다는 판단 하에 시판중단을 권고했고, 미국 FDA에서는 다른 치료법으로 혈당조절이 안 되는 환자 등에게만 쓸 수 있도록 사용을 제한했다. 덕분에 글리타존계열 전체시장까지 위축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비만약 리덕틸도 심혈관 위험 증가가 있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볼수 없는 약물이 됐다. 지난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을 거쳐 시부트라민제제에 대해 판매중지를 결정했다.

이번 사건으로 사실상 비만환자의 치료약은 사라진 셈이다. 제니칼이라는 다른 비만약이 있지만 중증 이상 환자에는 식욕을 억제하는 중추신경계 전문약을 반드시 써야하기 때문이다.

한편 식약청은 리덕틸이 퇴출되면서 향정약에 대한 처방이 늘 것에 대비해 대책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당장의 복안은 과다처방 및 사용 실태, 허가범위내 사용 준수 여부 및 재평가 등이 검토될 예정이다.

15번째 국산신약 "카나브" 허가

여러 가지 악재 속에서 희망을 준 것은 15번째 국산 신약의 탄생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고혈압치료제 국내개발신약 "카나브정(성분명 피마살탄)"을 9월 9일자로 허가했다.

이는 2008년 제14호 국내개발 신약 허가 이후 약 2년 만에 나오는 제품으로 고혈압치료제로서는 국내 최초다.
"카나브정"은 보령제약이 12년간의 개발기간 끝에 시장에 선보이는 신약으로 고혈압 치료제 중 가장 많이 쓰이는 ARB(Angiotensin II Receptor Blocker)계열 약물이다.

카나브의 탄생은 두 가지 시사점을 지닌다. 우선 국산 ARB 약물시대를 열었다는 점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ARB제제는 모두 수입제품이다. 따라서 카나브는 향후 ARB계열 약제의 수입대체 효과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하나는 건강보험재정의 완화효과다. 국내 고혈압치료제 시장은 약 1조4000억 원으로 집계되고 있고 이 중 ARB계열이 절반인 약 7000억 원을 차지하고 있다. 토종 카나브가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된다면 건강보험에도 적잖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식약청 관계자는 "약 2년 만에 나오는 국내개발 신약 허가가 국내 제약업체의 의약품 개발연구에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신약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혈압 20% 일괄 인하 시장 위축

고혈압 약의 20% 일괄인하도 핫이슈였다. 복지부는 당초 연구용역을 토대로 비용경제성평가를 거쳐 비용대비 효과가 없는 약들을 선택 인하할 예정이었으나 학계와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일괄 인하하는 방안으로 급선회했다.

복지부는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을 당초대로 추진할 경우 경제성 평가 등 작업이 2020년 이후 마무리 될 것으로 보여 약제비 절감 효과가 어렵다"고 공식 선회입장을 밝혔다. 즉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림에 따라 경제성평가를 제외한 임상적 유효성 평가만 실시해 3년에 걸쳐 20%씩 일괄인하 키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당장 내년 1월부터 고혈압치료제 254개 품목이 약가 인하된다. 따라서 약가인하로 MSD, 바이엘 등 매출규모가 큰 회사들이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복지부는 약가인하로 보험재정 절감효과는 3년간 134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복지부는 내년부터 소화기제제, 당뇨약제제, 골다공증제제 등도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이어서 제약사들의 시름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시행 1원낙찰 초래

제도상의 가장 큰 변화는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시행이었다.

복지부는 의약품 거래 시 불법 리베이트 근절과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위한 "의약품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를 10월 1일 본격 시행했다. 이 제도는 병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이 의약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면, 상한가차액을 병원·약국(70%)과 환자(30%)에게 주도록 한 제도다.

이전에 적용된 실거래가상환제도는 정부가 정한 기준금액(상한금액) 내에서 병원과 약국이 해당 의약품을 실제 구입한 가격으로 지불 받아왔다. 그러나 대부분 상한금액으로 구입금액을 신고해 제도의 효과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복지부는 이러한 문제점 개선을 위해 병원과 약국 등이 의약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면 상한금액과 구입금액의 차액의 70%를 수익으로 제공하는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를 도입했다.

문제는 1원 낙찰, 내역서 제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1원 낙찰이란 병원에는 사실상 약을 공짜로 납품하고 대신 원외처방에서 이익을 남기는 제약업계에서는 오래된 영업 관행이다. 또 내역서 제출은 병원들이 제약사(또는 도매사)들에게 의약품납품가를 요구하는 행위다.

때문에 병원계, 의료계, 제약계는 재검토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아직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좀 더 지켜보겠자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판매목적 행사서 강연료 지불 금지"

주는 자도 처벌하고 받는 자도 처벌하는 쌍벌제 시행도 있었다. 복지부는 지난 11월 28일 쌍벌제 시행을 선언한데 이어 구체적인 처벌내용을 담은 하위 법령인 시행규칙을 12월 13일자로 공포했다. 시행규칙은 구체적 상황에 따른 허용범위를 규정한 것으로, 복지부령으로 정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예외를 인정키로 했다.

허용 가능한 경제적 이익 등의 범위는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시판 후 조사 ▲신용카드 포인트 등이다. 경조사비와 명절선물, 판촉목적의 강연료, 자문료, 소액물품 제공은 삭제됐다.

이중 제약사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항목은 강연료·자문료 항목이다. 제약사들은 교수에게 강연료를 주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로 인해 제약사들은 예약했던 행사를 연달아 취소하는 등 한마디로 패닉상태다.

한편 제약·의료기기 회사 등이 판매촉진을 위해 리베이트를 건넬 경우 이를 수수한 의료인 등에는 1년 이내의 자격정지와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며, 제약사 등도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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