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의학 시대, 가장 가시적인 모델

글로벌 리딩 제약사인 GSK의 Allen Roses 박사는 "90% 이상의 약물이 단지 30~50%의 사람들에게만 유효하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실제 항우울제 복용자의 38%가 약물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천식은 40%, 당뇨병 43%, 관절염 치료제 50%, 치매 치료제 70%, 항암제는 무려 75%가 그러하다. 지난 수세기 동안 임상의들은 일부 약물이 환자에서 더욱 효과적임을 인지해 왔다. 그러나 왜 그런지에 대한 해답은 물론 어떤 약물이 어떤 환자에서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지를 예측할 방법을 찾지 못해왔다.
 
2001년 Human genome project팀과 미국 벤처기업인 셀레라 지노믹스는 각각 독립적으로 수행한 연구를 통해 인간 게놈의 염기서열을 약 99% 밝혀냈다. 이 같은 기술의 진보가 준 답은 환자별 약효 차이의 주요 이유중 하나가 사람마다 다른 유전자를 물려받기 때문이라는 것. 유전자는 작은 차이일지라도 특정 약물에 대한 신체의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사람간의 유전자 차이는 0.9%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특이한 반응을 보일 특정 환자를 예측해낼 방법은 없을까? 약물유전체학은 이를 가능케 했다. 이에 더해 유전학을 통한 약물 개발, 분자생물학, 바이오칩 기술의 발전은 세라노스틱스를 가능케 했다.
 
세라노스틱스(theranostics)란 therapeutics와 diagnostics를 합성한 말로 단일염기다형성(SNP), 단백질, 유전자 발현 등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 질병의 아형을 밝혀내고, 이를 진단과 치료에 응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반진단제(companion diagnostics)라고도 불리우며, 맞춤의학에 가장 가시적으로 접근한 모델이다.
 
약물에 대한 환자의 반응을 예측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를 한 후 적절한 약물을 투약하거나, 특정 약물에 대한 환자별 적정 용량을 확인하는 것도 세라노스틱스에 해당한다. 즉, 유전자 정보를 통해 더 적절한 약물을 선택하고, 더 안전한 용량을 찾아내는 것이다.
 
세라노스틱스를 통한 맞춤의학은 중대한 독성 또는 제한된 효능때문에 시장이 제한된 약물의 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이 시장은 1998년 이후 매년 평균 35%씩 성장해 오고 있다. 서울대 유전체의학 연구소 서정선 소장은 "One size fit all 시대는 가고 유전자에 따른 맞춤치료 시대가 등장했다"고 말한다. 항암제 허셉틴이 문을 연 세라노스틱스는 이제 항암제 개발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경계질환, 심혈관질환, 당뇨병 치료에도 세라노스틱스가 검토되고 있다.

한편 서구 규제당국이 의료비 감축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세라노스틱스를 검토하고 나섰다. 이르면 3~4년 후에는 전체 유전자검사 1000 달러 시대가 온다고 한다. 유전자를 이용한 질환과의 싸움도 그만큼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 의료계, 산업계, 정부는 얼마만큼의 정보를 가지고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점검할 때다.


진단과 치료 한 개념으로 변화
항암제 개발시 분자진단 트렌드로 자리매김


맞춤의학은 최선의 반응을 보이고, 안전한 치료가 가능하며, 비용은 낮출 수 있기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약사에는 기대만큼 기존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군을 타깃으로 하는 약물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맞춤의학의 시대에 접어들며 임상패턴과 환자관리 전략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진단과 치료를 분리하는 전통적인 개념이 이미 변하기 시작했다.
 
약물용량 조절로 부작용·비용절감 효과
 
제약사들은 이제껏 진단시장을 이윤이 낮은 분야로 인식해 왔다. 또한 약물 판촉을 위한 진단검사는 제약 마케팅 포트폴리오에서 특정 약물의 잠재시장을 감소시킬 것을 우려해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눈을 떠야 할 시점이다. 제약사는 개발 및 마케팅 방향 전환을, 진단업체는 제약사와의 상생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초기 개발 약물의 40~80%가 약물 개발과 함께 약물반응을 추적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Drug Discovery 2009;8:279).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기 위한 특이 유전자의 변이 및 증폭을 확인하기 위한 분자진단 프로그램 동반은 항암제 개발에서 일반적인 양상이 되어가고 있다. 항암제를 중심으로 한 변화에는 이유가 있다. 폐암 환자의 1년 생존율은 42%, 결직장암 76% 등으로 암 환자는 이 약 저 약 시도해 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항암제는 월간 비용부담이 400~500만원의 고가 약물이기도 하다.
 
HER2 타깃 트루스투주맙 대표적 약물
 
현재 임상에서 이용되고 있는 세라노스틱스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표적인 것은 트루스투주맙(제품명 허셉틴)과 HER2. 1998년 FDA가 제넨테크의 4기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과 다코社의 HER2 과발현 진단을 위해 Hercep Test를 승인하면서 세라노스틱스의 시대가 시작됐다. 허셉틴은 HER2 단백질에 결합하는 단일클론항체로 HER2를 과잉 생산하는 세포에 대한 항체의존적 세포독성을 매개한다.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세라노스틱스는 상피성장인자수용체(EGFR)를 타깃으로 하는 항암제인 세툭시맙(제품명 얼비툭스)과 파니투무맙(제품명 벡티빅스)으로 처방을 위해 먼저 EGFR과 KRAS의 변이를 확인해야 한다. 임상연구에서 EGFR 억제제는 KRAS 변이를 동반한 결직장암 환자에서는 효과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이성 결직장암 환자의 40%는 KRAS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다.
 
FDA는 최근 KRAS 변이 환자에서는 세툭시맙과 파니투무맙이 권고되지 않는다고 라벨을 개정했다. 한편 두 약물 사용전 KRAS 변이 여부를 평가 시 연간 6억 달러 절감이 가능하다는 연구도 보고됐다.
 
FDA, 항암제 처방시 유전자 검사 승인 잇따라
 
결직장암뿐 아니라 위암, 폐암, 자궁경부 편평세포암 등에 사용되는 이리노테칸의 안전성 예측 목적으로 FDA는 UGT1A1 진단키트를 승인했다. 10%의 환자는 UGT1A1 변이로 약물 대사가 늦기 때문에, 미리 검사시 용량 조절로 부작용을 감소시켜 환자당 1000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에 근거한 결과다.
 
비소세포페암 치료제 제피티닙(제품명 이레사)은 불특정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실시해 실패한 후 EGFR 유전자 변이 환자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70%가 삶의 질이 개선됐고, 76%가 폐암 증상이 개선됐다. 이후 제피티닙은 EGFR 유전자 변이 확인시 1차 치료제로 사용을 인정받았다.
 
와파린 투약시 CYP2C9, VKORC1 변이 환자는 감량이 필요하다. 지난 2일 제2회 HT 포럼에서 서울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 서정선 소장의 발표에 따르면 와파린 투약전 유전자 검사시 환자당 125~500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이를 통한 용량 적정으로 연간 11억 달러의 보건의료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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