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전문가들이 속속 국내제약사들의 최고경영자로 발탁되면서 향후 생존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10대 상위권 제약업계에 R&D(연구원, 연구소장 등) 전문가 출신 사장은 무려 7명이다. 동아제약 김원배 사장, 녹십자 이병건 사장, 한미약품 이관순 사장, 대웅제약 이종욱 사장, 중외제약 이경하 부회장, LG생명과학 김인철 사장, 종근당 김정우 사장 등이다. 그밖에 10위권 밖으로는 중외제약 이경하 부회장, 일양약품 김동연 사장 등이 있다.

2004년부터 동아제약을 이끌고 있는 김원배 사장은 중앙연구소 소장 출신으로 스티렌과 자이데나를 개발한 주역이다. 지난해 12월 사장으로 발탁된 녹십자 이병건 사장도 R&D전문가 출신이다. 2004년 녹십자 개발본부 본부장을 역임하다 부사장을 거쳐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최근 한미약품 사령탑으로 발탁된 이관순 사장은 1984년 한미약품 연구원으로 입사해 사장자리까지 올라왔다. 이 사장은 1997년부터 연구소장직을 맡아 왔으며, 지난 1월 연구·개발(R&D)본부 사장으로 승진하며 R&D분야에는 잔뼈가 굵다. 대웅제약도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을 지낸 이종욱 박사를 지난 2006년 사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그동안 외국 신약의 도입에만 의존한 탓에, 규모에 비해 신약개발 능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종근당 김정우 사장은 76년도 일양약품 중앙연구소에 입사, 중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김 사장은 지난 72년 종근당에 입사한뒤 생산담당 이사, 중앙연구소장, 해외사업본부장 등을 거친뒤 2001년 11월부터 종근당바이오 부사장으로 일해왔다.

중외제약 이종호 회장의 장남 이경하 부회장은 중외제약이 개발 중인 항암제의 해외 임상을 직접 챙기고 있다. 또 김인철 LG생명과학 사장 역시 항생제 팩티브 개발을 각각 주도한 스타 연구원 출신이다. 김 사장은 미국 글락소사 연구소에 제작하다 지난 1993년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그밖에 일양약품 김동연 대표는 1972년 연구원으로 종근당에 입사해 2003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국산 14호 신약인 항궤양제 놀텍 개발의 주역이다.

이처럼 제약업계 연구원 또는 연구소장 출신의 사장이 갈수록 많아지는 이유는 신약개발만이 성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판단때문이다. 실제로 캄토벨, 스티렌, 자이데나. 엠빅스, 놀텍, 레바넥스, 펠루비, 아모잘탄 등 국산 신약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종횡무진 선전하고 있다.

한 국내 제약사 임원은 "계속되는 약가인하 제도와 리베이트 쌍벌제 등으로 제네릭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것이라는게 오너들의 판단인 것 같다"면서 "따라서 신약개발을 치중하기 위해 R&D 전문가들을 CEO로 발탁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위기때문에 연구개발 전문가들도 인기다. 유한양행은 미국의 글로벌제약사인 BMS에서 신약개발을 맡았던 남수연 박사를 올 5월 R&D전략실장으로 영입했고, 중외제약은 글로벌제약사인 셰링프라우 출신의 배진건 박사를 R&D총괄 책임자로 발탁했다. 또 프로셀제약도 유한양행 출신의 바이오 신약개발 전문가인 이병규 박사를 개발본부장으로 영입했고

신임 이 개발본부장은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거쳐 유한양행에서 26년간 재직했다. 중앙연구소장 시절 역류성 식도염과 당뇨병,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등의 신약 개발을 주도한 신약개발 권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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