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O 가이드라인 개정...국내 학회도 진료지침 초안 발표

에이즈, 지속적인 관리가 관건
- 환자 증가추세는 주춤

질병관리본부의 최근 5년간 통계에서는 에이즈 환자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5년 680명에서 2006년 750명으로 증가한 후 2007~20098년에는 각각 744. 797, 771명을 기록하고 있지만, 올해에는 11월 13일 현재 643명으로 집계돼 급진적인 증가추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세계 유병률에서도 나타나는 경향으로 UN 산하 에이즈관리기구인 UNAIDS는 보고서에서 최근 10년간 신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수와 에이즈로 인한 사망률이 모두 약 2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HIV 신규 감염자는 1999년 3100만명에서 2009년 2600만명으로 감소했고, 에이즈 관련 사망자도 2004년 2100만명에서 1800만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전반적인 HIV 감염자는 3억2800명에서 3억3300만명으로 증가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통한 수명연장과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단계로 접어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UNAIDS Michel Sidib맯e 사무총장은 이제까지의 AIDS 관리를 위한 노력들이 성공적이라고 말함과 동시에 "많은 대가를 치르고 손에 넣은 것에 비해 쉽게 잃을 수 있는 성과"라며 앞으로의 관리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에이즈 환자의 역학변화에서 주목할 부분은 환자들의 수명이 급진적으로 증가했고, 장기적인 관리가 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20가지 이상 에이즈 치료제가 개발됐을 정도로 약물의 발전도 큰 역할을 했지만, 1996년 NEJM을 통해 제시된 3제 병합요법인 칵테일 치료(Highly Active Antiretroviral Therapy, HAART)가 HIV 감염자의 수명을 연장시킨 주역이다. 전문가들은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 경우 장기간 만성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약물들이 임상시험 중에 있어 HAART 요법에서 조합할 수 있는 약물의 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도 1996년부터 HAART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HAART에 대해 HIV 수치를 낮춰 면역기능을 회복시키고 기회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치료방법으로 소개하면서 중간에 투여를 중단하지 말 것을 홈페이지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HAART는 전통적으로 에이즈 치료에 사용되는 뉴클레오시드 역전사효소 억제제(NRTI), 비뉴클레오시드 역전사효소 억제제(NNRTI), 단백분해효소 억제제(PI)를 조합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HIV 감염 청소년·성인환자를 대상으로 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 권고사항" 2010년 개정판에서 4가지의 병용요법 중 한 가지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NRTI 2개를 기초로 NNRTI나 PI 1개를 추가하는 방법으로 ▲지도부딘(zidovudine)+라미부딘(lamivudine)+에파비렌즈(efavirenz) ▲지도부딘+라미부딘+네비라핀(nevirapine) ▲테노포비어(tenofovir disoproxil fumarate)+라미부딘(또는 엠트리시타빈(emtricitabine))+에파비렌즈 ▲테노포비어+라미부딘(또는 엠트리시타빈)+네비라핀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기본전략에 더해 WHO는 지도부딘+라미부딘 전략의 추가할 약물에서 에파비렌즈와 네비라핀의 선택은 독성과 약물 간 상호작용이 다른 만큼 환자 개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파비렌즈의 경우 발진,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간독성이 네비라빈 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임산부에서는 명확한 근거는 확립되지 않았지만 CD4 T-cell이 250 셀/㎣ 미만 혹은 수치를 모를 경우에는 사용 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비라빈의 경우 1일 1회 용법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 에파비렌즈에 비해 사용할 수 있는 폭이 적고 더 비싸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임산부에 대한 독성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할 사항으로 지적했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스타부딘(stavudine)의 경우 많은 국가에서 현재 1차 치료제에 포함돼 있지만, 이번 권고사항 패널들은 스타부딘의 잠재적인 독성에 더 무게를 뒀다고 부연했다. 아바카비어(abacavir)나 디다노신(didanosine)의 경우에도 독성과 비용 문제에 주목해 지도부딘과 라미부딘을 기반으로 한 전략을 중점적으로 비교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HAART에서 기본적으로 NRTI 두 가지를 기반으로 하지만 이중 스타부딘+지도부딘의 경우 약물이 충돌하고, 스타부딘+디다노신은 독성이 겹치며 라미부딘+엠트리시타빈은 상호작용이 보고된 바 있어 함께 사용하지 말 것을 권장했다. 또 HIV와 결핵에 함께 감염된 경우, 임신부, 만성 B형간염, HIV-2 감염일 경우에는 NNRTI 기반 전략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지도부딘+라미부딘+아바카비어 또는 지도부딘+라미부딘+테노포비어의 NRTI 3제 요법을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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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ART, 지역전파 예방에도 효과있을까
[Lancet. 2010;376:532 / 1824]

HAART의 적용이 확대돼 가면서 최근 캐나다에서는 HAART가 HIV 치료 뿐만 아니라 지역 내 전파를 감소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에서는 이전 코호트 연구 및 여러 수학적 모델들에서 제시된 HAART의 HIV 전파감소 효과에 대해 혈장 HIV-1 바이러스 감염, HIV 신규감염인 수로 확인하고자 했다.

캐나다 브리티쉬콜럼비아 지역에서 1996~2009년 사이 HAART를 받은 환자의 수는 837명에서 5413명으로 증가했고, 연간 신규감염자 수는 702명에서 338명으로 감소했다. 100명 당 추가적인 HAART 치료자가 증가할수록 신규 HIV 감염자수도 0.97 감소한 셈이다. 이에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기존 가이드라인에 HIV 전파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HAART의 부가적인 효과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평론에서는 이 연구가 생태적인 연구로 개인에게 미치는 생물학적인 영향을 정확히 평가하지 못한다는 제한점이 있고, 주사기를 이용한 약물 투여에서의 안전성 여부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는 등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연구의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무작위 대조군 임상이 필요하지만, HAART의 또다른 역할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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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다
- 대한에이즈학회, 국내 HIV 감염 진료지침(안) 발표

WHO가 다양한 임상적 근거들을 검토해 권고사항들을 개정했지만 무조건 이를 표준 치료방법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까지 미국, 유럽 등 서양인들을 기반으로 한 가이드라인을 사용해 왔지만, 인종별 체형, 체중 등의 차이가 인해서 약물의 효과, 부작용 등 전반적인 치료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은 계속 제시돼 왔다. 게다가 WHO나 미국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고 있는 치료 약물들이 우리나라에 전부 출시되지 않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략들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즉 우리나라의 환경에 맞는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에이즈학회는 지난 11월 추계학술대회에서 국내 HIV 감염 진료지침(안)을 발표했다. 아직 신약의 발표나 지속적으로 발표되는 연구들이 전부 반영되지 않아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유병 특성을 고려한 의학계 자체적인 지침이라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안은 정부나 유관기관이 참여하지 않은만큼 우선은 이를 기반으로 관련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의견을 모아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대한에이즈학회 추계학술대회에 참가해 일본의 가이드라인을 소개한 일본 에이즈임상센터 신이치 오카 교수 역시 인종별로 약물역동학, 부작용 등이 다르고, 약물 심사 기관의 기준이 다른만큼 통용되는 약물도 다르기 때문에 자국의 형편에 맞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이번 진료지침(안)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아직 HIV 관련 전문가들의 논의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략적으로는 ▲진단검사 - 초기 평가,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 중 모니터링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시작 시기 ▲항레트로바이러스 초치료 환자의 치료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의 치료 ▲주요 내성 검사의 해석 및 치료제 선택 ▲HIV/HBV, HIV/HCV 동시 감염자 치료 및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의 정리 등 HIV 환자의 검사, 진단부터 치료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다. 특히 치료시기, 항레트로바이러스 초치료의 경우 인종에 따른 약물효과가 차이가 날 수 있는 부분으로 실제 임상에서의 치료전략 결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진료지침(안)은 올해 말 발표할 예정이지만, 최근 새로 출시된 프리지스타나 내년 초 테노포비어를 비롯 앞으로 발표될 새로운 약물들까지 포함된다면 어느 정도 발표가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학회는 내년 사업으로 "기회감염의 치료 및 예방", "HIV 환자의 예방접종"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작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에이즈 환자에 대한 국가 혹은 지역특화에 대한 자료를 얻기 위해 국내에서도 질병관리본부가 2008년부터 에이즈 환자 코호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3년째를 맞고 있는 지금, 이 연구를 통해서 역학, 진단, 예방, 치료 등에 대한 결과를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 아직까지 연구에 합당한 샘플을 모집하는 중으로 총 800명의 참가자 중 90명이 완료됐을 뿐이다.

하지만 시작시기보다 연구가 탄력을 얻고있는 것은 사실이다. 질병관리본부 HIV 코호트 연구를 담당하는 김승현 연구관은 참여도도 증가하고 있고, 약 20여개의 병원이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부터 역학적 특성을 분석해 연구과제를 결정,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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