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술 규제가 국제적인 수준에서 논의되고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얼마전 한국에서 열린 APEC 규제조화센터(AHC the Advisory Board to the APEC Harmonization Center) 의료기기분야 워크숍에서 국제조화TF팀(GHTF)은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규제조화센터 워크숍은 지난해 설립된 이래로 제약관련 산업의 규제에 관한 몇개의 스터디그룹이 있지만, 이번 워크숍은 의료기기에 대해 토의를 나누는 첫번째 시간으로 채워졌다.

일반적으로 보건의료분야에서의 규제는 ▲환자와 의료진에게 시의 적절한 검사와 치료 ▲의학기술에 대한 공공의 신뢰 구축 ▲밑바탕에 경제적, 사회적인 성장 필수 ▲지속적인 혁신을 통한 의료기술 발전 ▲국제적인 최신 의료기술 용이하게 접근 등을 두고 있다.

WHO의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조항을 살펴보면 "규제정책 당국자(국가)는 최고품질의 의료기기를 접할 수 있고 안전하고 적절한 사용과 처리가 가능한 일련의 모든 분야와 관련된 요소들에 정책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전제를 내걸고 있다.

이에 GHTF는 "의료 기술, 임상시험, 각종 규제의 혁신이 대두되고 의료기술의 국제 교류가 더욱 증가할 것이며, 인터넷과 각종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눈이 뜨인 소비자들은 의료기술의 안전성 및 품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정부의 규제는 더욱 커질 예정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 정세에 발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의료기기 허가를 위한 평가 프로세스에서의 임상근거의 사용"에 대한 주제발표를 맡은 APEC 조화센터제도조화추진위원회 마이클 그롭(Michael Gropp) 자문위원은 "의료기기 산업분야에 대한 규제정책은 국제적으로 상호 조화된 모습이어야 한다"며 "국제적인 공조인 GHTF의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기존의 규제 시행 뿐만 아니라, 새로운 규제시스템을 만드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규제정책은 환자, 의료진 그리고 의료기술을 포함한 헬스케어 시스템의 접근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의 규제정책을 주요 무역국가들과 그 수준을 맞춘다면, 한국 의료기기산업이 수출입시장에서 성공적으로 경쟁을 할 수 있게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국제적인 규제 조화의 노력은 신흥시장의 진입 장벽을 제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다. 그롭 위원은 "국제적인 규제조화와 국제화된 표준을 사용하는 것은 쌍방, 다자간 협정의 수를 늘리기 위해 기술적인 차원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며 "규제조화의 노력이 다자간의 부조화된 규제시스템으로 인해 발생되는 비용적인 부분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워크숍 직후 의료기기 산업계, 학계 전문가, 소비자단체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의료기기 미래포럼(Med2F) 2기"를 발족, 의료기기 발전과 국제 조화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의료기기 분야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산·학·연·관 전문가 들이 모인 협의체로 의료기기 정책개발, 산업지원, 대외협력, 규제개선 등 4개 분과위원회로 구성됐다. 각 분과별로 의료기기 효율적인 선진관리 방안 마련, 신개발 의료기기 제품화 지원, 국제 조화, 불합리한 규제 발굴 등 의료기기 산업 발전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한국, 국제시장에서 리더십 발휘하라"

"국제적인 의료기기 규제조화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한국도 여기에 관심을 가져 국제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필
요가 있다."

각국의 규제시스템과 허가 전 평가에 대해 연구하는 스터디 그룹1에서 활동을 하면서 GHTF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마이클 그롭 위원(사진)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적극적인 한국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했다.

특히, WHO에서도 여러 나라의 의료기기 법규를 정립하는 데 GHTF가 탁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고 되어 있는 만큼, 국제무대에서 GHTF의 위치가 더 높아질 전망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롭 위원은 "국제적으로 조화가 된 규제정책과 보다 견고한 법률적 체계, 발전된 규제프로그램 등을 토대로 다수의 업계 참여자들에게 적용 가능한 조화된 규제책을 제시하는데 있다"며 "각국의 규제를 통해 전반적인 비용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것과 환자들이 새로운 의학기술과 치료법에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접근성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급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만성질환의 발병율이 높아져 가고 있는 만큼 혁신적인 의료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그롭 위원은 "이런 사실은 현재의 의료기술보다 훨씬 더 혁신적인 의료기술을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은 발빠른 시대적 변화에 부응할 수 있을 만큼 각종 기술에 대한 산업이 잘 발전해 있고,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런 밑바탕 위에 정부의 수가결정과 보험급여 정책이 기술을 위한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한국은 체계적으로 잘 갖추어진 의료기기 규제정책을 갖고 있지만, 국제조화 움직임에 발걸음을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며 "한국이 G20 의장국으로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규제조화 워킹그룹(AHWP)과 APEC 규제조화센터와 같은 국제기구와 포럼에서 의료기기에 관한 주도적인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한편, 그롭 위원은 메드트로닉 글로벌 허가담당 전략 부사장, 미국 의료기기산업협회(AdvaMed) 국제업무 및 법규관련 이사회의 특별위원, 유럽 의료기기산업협회(Eucomed) 국제업무 TF팀 의장, 국제 규제조화TF(GHTF) 추진위원회 스터디 그룹(SG 1) 회원, 아시아지역 규제조화실무그룹(AHWP) 회원, APEC 조화센터제도조화추진위원회 자문위원 , 국제보건기구(WHO) 국제 임상연구 프로젝트 과학분과위원회 회원 등을 맡고 있다.

GHTF, 각 나라 의료기기 규제 공유단체

GHTF는 의료기기의 규제 당사자(국가)와 산업계가 모여 관련 법령에 대한 개발, 개선과 국제적으로 조화된 규제조항들을 적용해 의료기기규제에 관한 여러 나라의 경험을 교환하는 단체다. 공공의료를 증진시키고 의료기술의 혁신을 도모하면서도 국제적으로 신의료기술을 공유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의료기기의 완성도와 안전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측면에 관여하며, 의료기기 규제프로그램을 수립하고자 하는 여러 국가에 각종 제언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1992년 발족됐으며, TF팀과 운영위원회는 자발적 포럼 참여 방식으로 규제정책 당국자와 산업계 관계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초기에는 호주, 캐나다, EU, 일본, 미국 등 5개국이 창립국가이며, 이후 지역 참여 회원국은 워킹그룹이 조직돼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올해 6월 29일 식약청의 주도하에 아시안 규제조화워킹그룹에 참여하고 있다.
GHTF팀과 APEC 규제조화센터는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표준회의(IEC),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보건기구(WHO), 국제의료기기 명명법협회(GMDN)등 유기적인 업무협력관계에 있으며, 지금까지 GHTF가 완성한 지침은 총 28개로 의료기기의 규제조화를 이해하고 활용하려는 이들을 위해 홈페이지에 내용을 게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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