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어린 진료로 시골인심에 보답"


오후 진료 시간이 끝나갈 무렵, 허리가 많이 굽은 할머니가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할머니가 진료실에서 나오고, 그 뒤로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진료실을 향했다.
학생이 나오자 그 뒤로 얼굴을 내민 방차옥 원장.
“시골까지 오시느라 애쓰셨습니다.”
마지막 환자까지 보고 난 방차옥 원장은 그렇게 인사를 건넸다.
여기는 충남 당진군 당진읍 읍내리 방차옥 신경내과의원이다.


 외형은 변했지만 시골 정서 남아있어


 당진읍이라지만 시내 한 복판처럼 상가가 즐비하고 오고 가는 차들도 많다. 방 원장이 처음 개원할 때와는 많이 달라진 것이다.
 "어느 새 개원 10년차입니다. 그동안 참 많이 변했죠. 건물이 들어서고 차선이 넓어지고 유동인구도 많아지고요. 하지만 처음 개원할 땐 한보사태로 인해 지역이 침체에 빠져있었어요. 전체적으로 다운돼 있다 보니 2년 정도는 힘들었습니다. 10년 세월이 지나는 동안 개원하는 의원도 많이 생기기도 했고 외형적으로 많이 변했죠. 그래도 시골 정서는 크게 변하지 않아 환자 진료에 있어서 이를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다른 과의 진료가 필요해 타 의원으로 가 보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시골인심에 그냥 가시라는 말을 못했다. 일단 의원을 찾아온 환자들은 의원이면 모든 걸 다 해결해준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점차 환자들과 만나는 횟수를 거듭하면서 곧 리퍼 시스템을 적절하게 적용해 나갔다.
 노인 환자들이 주로 그렇지만 시골 정서상 환자들은 참 질문이 많다. 그냥 순수하게 묻는 것이다. 이것 저것을 말하니 해석이 난해할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환자가 오락가락한 질문을 나오는 대로 말해도 이를 잘 정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한 가지 증상이 아닌 많은 증상 중 하나라도 해결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혹 특별한 질환이 있는 경우는 다르지만 말이다. 다른 곳에서 받은 건강검진 소견서를 들고 와 좀 봐달라고 말하는 것도 시골스러운 면이다.

 대학병원 교수 오셨다고 환영

 방 원장은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 5년 간 근무한 후 개원했다. 그 때 환자들이 입소문을 많이 내 주어 처음 개원하던 날 85명의 환자가 내원했다. 첫 날 왔던 환자들 중 지금까지 오는 이도 여럿이다. 그 중 최고령은 이미 100세가 넘었다.
 신경내과는 신경계 질환을 내과적으로 보는 것이기에 고령 환자의 비중이 크다. 특히 뇌졸중이나 치매 등 노인인구 급증에 따라 증가한 질환들을 치료한다.

 “뇌졸중이나 치매는 노인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그 중요성이 대두된 질병입니다. 특히 치매는 평균수명 50세일 때는 없던 질병이죠. 치매는 65세 때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노인성 치매 정밀검사와 관련된 통계에 의하면 선진국의 경우 노인인구의 17~18%가 이에 해당됩니다. 당진군의 통계에서도 이 보다 많은 18.5%가 나왔습니다. 상당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죠."

 방 원장은 또 신경내과에서 많이 진료하는 질병으로 어지럼증과 두통을 꼽았다. 어지럼증은 신경내과에서 많이 보던 것이 최근엔 접근성이 유리한 이비인후과로 많이 가는 추세로 바뀌었다. 하지만 원인을 못 찾아 신경내과로 오는 경우도 많다. 어지럼증의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수술적 치료가 아닌 만큼 어지럼증은 포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신경내과로 와야 한다.
 두통의 경우 특히 학생들이 증상을 호소하며 내원한다. 딸아이의 학교에서 진료를 해봤더니 편두통과 아토피 질환이 의심되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따라서 월 2회 두통 증상이 있을 때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생활 속 활력소 "싸이클"


 방 원장은 싸이클 마니아다. 2년 넘게 싸이클 타는 재미에 빠져있다.
 "처음에 탄천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보며 딸에게 우리도 한 번 타 보자고 했죠. 한 번 타 보고 나니 이왕이면 잘 타고 싶어졌어요. 어떻게 하면 잘 탈까 고민하며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도로싸이클동호회에 가입했습니다. 당시 4기로 들어가 열심히 해서 정회원이 됐어요. 사실 5만 명중 정회원은 400명 정도거든요. 싸이클은 활동량이 많은 유산소 운동이에요. 패달링이 분당 90회 정도니까요. 헬스를 통해 근력 운동만 하다가 싸이클을 타니 심폐기능이 좋아진 것을 확실히 느낍니다."

 한동안은 라이딩 담당자가 돼 주말에 코스를 짜고 참석을 이끄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동호회 활동을 하며 얻은 것은 좋아진 체력 이외에도 또 있다. 다양한 직종의 회원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으며 또 다른 세계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의사가 아니라 다른 직업을 가진 젊은이들을 만나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생활 속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렇듯 싸이클을 통해 방 원장은 새 힘을 얻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꿈도 생겼다. 만약 한 달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주어진다면 유럽 싸이클 투어를 해 보고 싶다는 꿈 말이다.

 방 원장은 환자들로부터 참 많은 것을 받았다. 옥수수, 나물반찬, 상추, 각종 농산물 등.

 김장은 담근 적이 없을 정도로 환자들이 김치를 수시로 가져다준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감사 표현임을 알기에 맛있게 먹고 나눈다. 방 원장은 환자들이 가꾼 농산물을 구입해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판로를 만드는 것이고 농산물 직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리고 받은 것에 대한 고마움은 환자들을 정성껏 진료함으로써 보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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