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역을 정차하는 KTX 2단계 개통으로 울산지역 병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예상보다 많은 이용객 숫자가 발표되면서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KTX 울산역과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1일 개통 첫날 오전 3편의 열차 좌석이 매진된 데 이어, 지금까지 하루 평균 8000명(승·하차 합계)이 울산역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교통연구원이 예측한 하루 이용객 5259명과 기존 울산역 이용 승객 3000명의 2배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주말인 6일과 7일엔 1만735명, 1만2100명, 13일과 14일에는 1만1400명, 1만1960명이 각각 이용, 자유석을 제외하고 전 좌석이 매진됐다. 기러기아빠의 이용 외에도 주말을 이용해 서울로 나들이 가는 가족단위 이용객들이 늘어난 것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이런 추세라면 2, 3년내 이용객이 1만500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도 전망됐다.

이용객의 절반이상은 서울로 이동하는 승객이라는 통계도 발표됐다.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울산역 이용객 5만5859명 중 가장 많이 왕래한 곳은 서울로, 하루 4144명이 이용했다. 이는 울산역 하루 이용객의 무려 50%가 넘는 수치다.
서울에서 울산까지 소요시간은 2시간 10분 가량으로, 고속버스를 이용할 경우 대전에 도착하는 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울산 지역 병원들은 노심초사할 수 밖에 없다. 주요 병원들이 개통하자마자 환자 외래수와 진료의뢰에 대한 건수를 집계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 수치가 떨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분명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이미 대구, 부산 지역에서 KTX로 인해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던 선례가 울산에서도 연출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울산 유일의 대학병원인 울산대병원 관계자는 "환자의뢰건, 수술 건수 상황을 개통 전후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는 없다고 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환자 유출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우선 지역 내 협력병·의원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병원이 가진 급성기질환, 암 수술, 이식 분야의 강점을 지역 내에 널리 알려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1000병상 이상 대규모의 병원이 없던 지역에 유독 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을 토대로, 신축 병상을 조기에 완공해 1200병상 규모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또한 개별적인 병원 노력으로는 부족하고 시 차원과 울산 병원들의 공동 대응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모아졌다. 이에 따라 최근 울산시의사회, 울산 주요 병원들은 18일 보건복지부 국장과 대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가지기도 했다.

울산시의사회 최덕종 회장은 "우선 11월 한달 간의 외래환자수와 서울 의뢰 현황 등의 통계 추이를 집계하고 있다"며 "통계분석에 따라 보다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기로 했으며, 아직까지 큰 영향이 보이지는 않지만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달말에는 울산시 차원으로 뚜렷한 대책이 나올 예정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울산이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 회장은 "이미 암이나 중증질환에서는 서울로 이동하는 환자들이 많았다"며 "경증에서 중증 중간 단계에 있는 환자들에게는 그만큼 편리해진 교통과 함께 신속한 치료를 내세워 1,2차 의료기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위기는 오히려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울산광역시의사회 최덕종 회장

"울산은 대규모 산업단지라는 측면에서 부산, 대구와는 다르다. 이곳에 직장을 두고 있는 젊은층이 많으며, 출장을 오가는 이들도 많다. 환자들이 긴급한 진료를 원할 때 교통이 한결 편리해진 울산지역 병원에게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KTX 2단계 개통으로 울산지역 병원의 환자들이 대거 서울로 이동할 것이라는 예상에 울산시의사회 최덕종 회장은 "물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지켜보고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피력했다.

100만명이 넘는 울산 인구가 긴급한 진료를 원할 때 오히려 울산 지역 병원이 경쟁력으로 무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직장을 두고 있는 이들이 부모님들을 역으로 울산으로 모시고 와서 진료받는 경우가 더 많아질 수 있다. 또 울진군 등 외곽에 있던 환자들이 울산시내로 나오기 불편했지만 KTX 개통으로 한결 가깝게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울산시 차원으로도 산업 전반의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 분야 자문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최 회장은 오히려 의료관광이라는 새로운 기회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 회장은 "울산시 차원으로 중국 등지와 협약을 맺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병원들도 해외 협력과 해외의료봉사를 기획하기 위해 시의 협조를 요청 중"이라며 "1시간 이내의 관광지가 인근에 많은 만큼, 상품을 잘만 구성한다면 의료관광에도 나설 수 있으며 지역을 벗어나 해외로도 뻗어나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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