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부트라민 퇴출, 오르리스타트 경고 등 약물치료도 난항

▲소아 비만, 왜 관리해야 하는가

소아 비만의 관리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지속적인 유병률의 증가추세가 가속화될 수 있고, 이들이 고스란히 성인의 유병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데 있다. 2007년 연구에서 세계 5세 이하 인구 중 2200만명이 과체중으로 나타난 가운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연구에서는 1997년 소아 비만 유병률이 5.8%에서 2005년에는 9.7%로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대한소아과학회 연구에서도 우리나라 소아 유병률 역시 1980년 이전 3% 이하에서 198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9.8%로 급속하게 증가한 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7년에는 과체중 19%, 비만 9.7%로 나타났다.

여기에 대한소아과학회는 저출산고령화 속에서 소아청소년의 인구비율이 줄어드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에서 소아청소년 수는 2007년 757만7678명에서 2020년 526만9880명, 2030년에는 455만690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들의 건강에 대한 개입이 없다면 추후 사회전반적인 보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학회는 질병관리와 함께 미래사회의 건강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아청소년 대사증후군도 이미 증가추세 일로

소아 비만 관리를 강조하는 가장 큰 이유로 성인으로의 유병률 이환 예방과 함께 소아청소년기의 대사증후군 발현 예방을 꼽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소아청소년들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비만과 함께 급증하고 있다며, 즉각적으로 현실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기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전현희(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말 발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생활습관형 만성질환 진료현황’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 6월까지 10세 미만 소아의 성인병 진료비는 뇌졸중 138억, 당뇨병 18억 5308만원, 고혈압 1억 8814만원, 비만 6419만원이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비를 조사한 기간에 비해 높은 금액도 문제지만 10~19세의 경우 뇌졸중 159억, 당뇨병 125억 2459만원, 고혈압 27억 6605만원, 비만은 1억 5260만원으로 청소년 시기에 접어들면서 진료비가 급증한다는 것이 문제다. 진료인원 수도 이에 따라 급증했다. 최근 5년간 2123명이었던 10세 미만 고혈압 환자가 청소년기에는 6만9290명으로 32배 가량 증가했고, 당뇨병 환자도 7516명에서 4만5332명으로 6배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전 의원은 우선적으로 올바른 생활, 식습관 개선을 위한 홍보프로그램과 학교, 보건소 등에서의 교육, 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아 비만, 안개 속 진단·치료

다양한 소아청소년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아 비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든다. 소아 비만으로 인해 지방간, 고지혈증,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 당뇨병 및 합병증의 위험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울증과 성조숙증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성인 비만에서 나타나는 인슐린저항성,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고혈당 등과의 연관성이 소아청소년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단부터 난제들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세포들이 계속 성정하기 때문에 한 때의 체질량지수(BMI) 측정으로 비만정도를 명확하게 판별할 수 없고, 세계적으로 소아 비만 진단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 한국소아청소년 성장도표를 기준으로 BMI 측정으로만 나타날 수 있는 변수들을 보정하고 있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경우는 연령별, 성별 BMI를 사용하고 있다.

비만 진단과 함께 비만도 분류도 쉽지 않다. 비만도는 (실제체중-신장별 표준체중)/신장별 표준체중 x 100으로 계산해 20%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하되 20~30%는 경도, 30~50%는 중등도, 50% 이상을 고도비만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경북의대 소아과 최병호 교수는 표준체중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같은 키라도 성별, 연령에 따라 표준체중이10kg 이상 차이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 이로 인해 2007년 한국소아청소년 성장도표를 참고하거나 한국소아의 성장곡선에 대입해서 계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평균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비만도에 따라 유병률이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BMI를 사용한 소아 비만 진단만 하고 있다.

대사증후군의 진단도 명확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성인의 경우 당 불내성, 고혈압, 고지혈증, 중심성 비만, 제2형당뇨병,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을 핵심으로 미국 콜레스테롤 교육프로그램(NCEP)과 WHO의 기준과 함께 국제당뇨병연맹(IDF)의 기준이 사용되고 있지만 소아에 있어서는 여전히 확립된 기준은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대사성 인자들의 정상검사치 및 허용 한계치가 성별, 연령별로 다르고, 인자들과 합병증 간의 연관성, 차별성에 대한 근거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대부부의 전문가들이 NCEP의 ATPⅢ를 연령별로 변형한 기준과 IDF가 2007년에 발표한 진단 기준이 현재 적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진단을 통해 치료에 접어 든다고 해도 치료도 수월하지 않다. 약물요법의 경우 행동교정요법이나 중증 합병증, 제2형당뇨병, 심혈관질환 가족력이 있는 소아 비만 환자에게 권장하고 있지만, 하지만 시부트라민(sibutramine)은 시장에서 퇴출됐고, 오르리스타트(orlistat)의 경우 심각한 부작용 위험도에 대해 경고를 받은 바 있다. 단 제2형당뇨병이 이환됐거나, 인슐린 저항성이 심각한 환자에게 메트포르민(metformin)이 오랫동안 효과가 인정돼왔고 혈당, 체중 감소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소아의 경우 체중을 감량하더라도 지방세포의 수는 감소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지방세포의 크기만 감소돼, 열량의 과잉공급으로 쉽게 재발한다. 연구별로 수치의 차이는 있으나 10세 이하의 소아 비만환자가 청소년기, 성인 시기까지 이환되는 비율은 평균 60%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임상적 관리의 어려움과 함께 예방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아 뇌졸중, 단순한 성인병이라고?
- 복잡한 원인 고려해야
서울아산병원 소아과 고태성 교수 /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과 채종희 교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생활습관형 만성질환 진료현황’에서는 소아 뇌졸중의 진료비가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소아신경과 전문의들은 소아 뇌졸중을 단순히 성인병이나 대사증후군의 측면에서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과 고태성 교수와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과 채종희 교수는 성인 뇌졸중의 경우 주로 동맥경화를 원인으로 하지만, 소아 뇌졸중의 경우 다양한 원인들이 있고, 대사성질환 이외에 대부분 선천적이거나 유전적인 원인을 통해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소아 뇌졸중 원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인은 모야모야병을 비롯한 뇌혈관질환과 뇌혈관감염이다. 그 뒤로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비롯해 100여가지의 대사성질환, 출혈성질환, 선천성 심장질환 등이 주요 원인으로 제시됐다. 그나마 가장 많은 환자수를 보이는 모야모야병도 10%에서 부모, 형제와 연관된 가족력으로 나타나고 있을 뿐 그 외의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원인이 광범위하고, 원인에 따라 진단, 치료방법도 크게 차이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생활습관개선을 통한 예방은 소아 뇌졸중에는 해당하지 않으며, 소아에게 이상이 있을 경우 다각도의 검사를 통해 조기에 검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추적관찰(follow up)까지 필요한 상황에서 정확한 원인별 유병률 자료는 없다. 이에 서울의대 희귀질환진단사업단에서 소아 뇌졸중에 대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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