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간 의료정보 통합이 머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대구에서 열린 HIMSS(미국보건의료정보관리 및 시스템학회) Asia 2010에서는 "HIE(Health Information Exchange)시스템 구축의 성공사례와 도전과제"를 주제로 열띤 논의가 오갔다.

우선 캐나다 성공사례가 제시됐다. D.L. Beattie Consulting의 다이앤 비티(Diane Beattie) 회장은 캐나다 남서부 온타리오의 진단 이미지 네트워크 프로젝트인 "SWODIN(South Western Ontario Diagnostic Imaging Network)"을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한명의 환자, 한명의 환자 기록"을 중심 목표로 설정해 150만명이 넘는 남서부 온타리오 주민들을 위한 진단영상네트워크 및 저장소 54개를 설치, 40여개 이상의 지역 병원들에게 디지털 이미지를 공유했다.

즉, PACS에서부터 IT솔루션을 통합함으로써 각자의 병원에서 의료진이 영상을 공유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해당 병원들은 환자기록, 진단영상, 임상정보를 교류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이런 협력을 통해 불필요한 환자 전원, 중복검사와 대기 시간 등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비티 회장은 "개선된 의료서비스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진료의 프로세스 개선 방안을 연구함과 동시에 표준화하면서 결국 재정절감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며 "온타리오 지역의 의료서비스 방식을 변화시켰으며 진료성과를 개선시키는데 초석이 됐다"고 설명했다.

수치상으로도 워크플로우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의료기사는 생산성 34% 향상, 영상전문의의 경우 생산성 30% 향상, 운영비는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티 회장은 "더욱이 검사 종이가 필요없게 되며, 영상도 선명하게 제공된다"며 "실험이나 영상데이터를 회수하는 작업이 쉽고 빨라져 의료진에게도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환자 입장에서도 통합의 의미는 더욱 중요해진다. 진단영상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되고, 이동시간, 대기시간, 입원기간이 감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불필요한 중복검사가 3% 감소되는 효과도 가져왔다.

그는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비전을 바탕으로 한 의료진과 경영진의 강력한 리더십과 역할이 중요했다"며 "프로세스를 바꾸는 데 도움을 많이 주는 것은 사람과 팀별 접근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며, 환자를 위한 개선점과 건의를 수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스템으로 여러 병원간 네트워킹이 가능해지면서 가족 주치의 역할은 물론 의료외적인 영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 구현 "상호운용성"·"보안" 중요

프로젝트의 기술 구현을 살펴보면, 추가적이며 보완적인 e헬스가 가능한 플랫폼을 제공했으며 시스템 장애나 재해의 경우에도 서비스 연속성을 확보했다. 지역시스템과의 연결고리는 물론 민간과 파트너십을 통해 이를 해결했다. 모든 환자 정보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접근이 가능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툴을 구축했다. 다수의 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이 전자차트에 동시 접근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접근성에도 신경썼다.

무엇보다 통합을 위한 기술 구현에서 중요한 것은 "상호운용성"이 꼽혔다. 비티 회장은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정보 시스템마다 상호 운용성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단순히 제품을 추가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연결이 가능한 구축을 통해 가능하며, 현재 스칸디나비아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라고 부연했다.

프로젝트의 민간 파트너 중 하나인 GE헬스케어의 크리스 린답(Chris Lindop) Interoperability 수석매니저는 "병원간 협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상호운용성이 중요해진다"며 "가장 성공적인 상호운용성의 모델을 보면 통합을 통한 과정으로, 기업과 사용자를 협력하게 하면서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화를 확립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다른 중요한 문제는 "보안"이다. 이를 위해 환자 정보의 비밀 유지를 보완하기 위해 환자기록을 이용하는 의료인들의 날짜 및 열람 추적을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실행했다. 정보가 병원에서 쉽게 노출되거나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은 물론, 민간네트워크를 감시하는 기구를 정부의 지원을 통해 별도로 두었다.

GE헬스케어 브라이언 라이튼(Bryan Wrighton) 헬스케어IT 사업부 아태지역 총괄은 "보안은 환자의 개인정보보호를 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가 보안문제에 적극적이어야 하며, 다른 나라의 경우 제도적인 기반을 많이 마련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통합 시스템 구축에 정부 역할 중요

그렇다면 이런 시스템 통합 구축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 HIMSS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일 수가체제 하에서의 병원간 과다 경쟁과 검사로 인한 수익이 가장 우려시된 부분이다. 해외전문가들은 이 부분에 대해 깊이있게 공감하진 못했으나,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캐나다가 가능했던 이유는 캐나다 연방 정부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티 회장은 "캐나다 역시 고령화가 문제가 되면서 10년동안 전체 예산의 35%에서 47%에 달하는 의료비 대폭 상승이 뒤따랐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재정 절감을 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국민들의 합치 역시 뒷받침이 됐다"고 밝혔다. 검사로 인해 누가 얼마나 더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단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능해지려면 혜택을 입는 쪽에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GE헬스케어코리아 IT사업부 총괄 윤영욱 상무는 "통합 시스템은 의료비용에 대한 절감으로 인해 정부와 국민이 가장 큰 혜택을 받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여러 차례 논의에서 결론지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가지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접근이다. 병원간 경쟁을 하다보면 검사 시간과 비용, 덩달아 방사선 노출 문제 등 환자를 위한 질적인 문제도 경쟁하게 된다. 라이튼 총괄은 "장기적으로는 의료의 질관리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개별에서 조직, 그리고 제도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며, 각자의 이해당사자가 어떤 혜택을 원하는지 합의 하에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할 것"으로 조언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정보화 최고단계 획득

한편, 학회장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이 HIMSS 애널리틱스에서 부여하는 의료정보화 단계 중 최고 수준인 7단계 레벨을 획득, 우리나라가 미국을 제외하고 HIMSS 애널리틱스 7단계 병원을 배출한 첫 국가가 되면서 모두의 놀라움을 샀다.

HIMSS 애널리틱스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료 정보기술 분야 연구단체인 HIMSS의 비영리 자회사로 의료 IT 시장 동향을 분석하는 기관이다. EMR 기능 수준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평가지표를 개발, 0~7단계까지 그레이드를 부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Stanford University Medical Center를 포함한 8개 병원군만이 7단계를 획득했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실사단은 특히 RFID와 바코드를 이용한 실시간 투약 관리와 약물 유통 프로세스를 통해 투약오류를 막고 있는 것에 대해 "최고의 완벽한 시스템"으로 극찬하고 약제·항생제·항암제·수혈·조영제·표준진료지침 등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능,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활용한 임상질지표 관리, 36개 1차 의원과 진료정보교류 등 분당서울대병원의 정보화는 "IT 기술을 의료분야에 완벽하게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존 호잇 HIMSS 부회장은 "분당서울대병원의 정보화 시스템은 미국보다 훨씬 앞서 있으며 상상 그 이상"이라며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해 환자 진료의 질과 효율성을 향상시켜 글로벌 의료정보 기술 개발에 세계적인 입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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