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용산병원 민병국 원장과 80여명 고객 대화 공개

병원계에서 가장 큰 변화가 뒤따르고 있는 병원은 단연 내년 초 흑석동 이전을 앞두고 용산시대를 마감하는 "중앙대 용산병원"을 꼽을 수 있다. 이전을 앞두고 가장 큰 불편을 겪게 될 사람들은 원장도 직원도 아닌 바로 "고객"일 것이다. 용산병원은 이전을 앞두고 지난달 20일 1시간가량 고객들을 초대해 "원장과의 직접 대화" 행사를 가졌다. 80여명의 환자, 보호자, 간병인들은 이전에 대한 불만과 고민, 그리고 병원이 떠나가는 아쉬움에 대해 전했다. 이에 대해 용산병원과 민병국 원장이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불만을 개선해가는 노력이 엿보인 대화 내용의 일부를 공개한다.

"이전 어쩔 수 없지만, 환자 최대한 배려하겠다"

민병국 원장: 코레일과 관계 때문에 1984년도부터 운영해온 용산병원이 내년 전반부에 모든 것을 흑석동에 있는 중앙대병원으로 옮깁니다. "get ready for tomorrow"라는 슬로건처럼 준비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그 일환으로 여러분들을 한 번 모셨습니다. 흑석동에 용산병원 크기 정도를 증축을 하고 있습니다. 병원도, 직원들도 그대로 가고 장소만 변경되는 것입니다. 병원에서 녹슨 모습을 원하지 않고 직원들이 여기가 끝이 아니라 계속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고객 여러분들께 흐트러짐 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고객 1: 용산병원은 2차병원이잖아요. 이전하게 되면 3차 병원으로 진료하게 되는거죠? 혹시 2차로 치료할 수 없는 건가요?

민 원장: 용산병원도 3차였다가 2차로 되어야 지역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어서 2차로 운영했는데, 흑석동 병원은 3차입니다. 여기는 50%만 본인부담이지만 3차는 본인부담율이 100%이기 때문에 진료비가 조금 더 상승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고객 2: 오늘 흑석동에 가서 진료를 받고 왔는데요. 여기서 진료받다가 거기가니 치료비 부분에서 힘들게 느껴지더라구요.

민 원장: 규정이니까 저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문제도 포함돼 있지만, 되도록 배려하는 차원을 마련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용산병원에 왔던 환자를 굳이 따지면서 대우하면 흑석동 다니던 환자가 불만을 가질 수 있겠지요. 여러 가지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조금이라도 고객분들께 배려하는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일단 진료협력센터에 용산병원 환자를 위한 창구도 따로 만들고, 별 문제가 없는 한 한시적으로 용산병원에서 흑석동 병원까지 셔틀도 운영하겠습니다.

고객 3: 초진 진료비는 좀 비싸더라구요. 처음에 가게 되면 3차병원인데다 초진 진료비라 비싼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민 원장: 용산병원에 다니던 환자분들의 경우에는 재진으로 해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미 지난 7월부터 용산병원에 다니던 환자들의 차트를 전자로 입력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70%가량 진행됐습니다.


고객 4: 지역주민들 위해서도 병원은 이전하지 않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환자의 입장으로서 건의의 말씀을 드리자면, 병원이 계속 여기에 있도록 해주십사하는 것입니다.

민 원장: 정말 병원은 우리가 반드시 살아가는데 필요한 한 부분이지요. 그래서 서울특별시에서 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부지로 정했고, 병원은 없어지진 않겠지요. 그렇지만 1년에 수십억원 이상에 달하는 임대비 지불은 힘든 여건일 수 밖에 없어서 부득이하게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만 용산구에서도 나름대로의 계획을 짜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고객 5: 혹시 용산병원을 확장할 계획은 없습니까?

민 원장: 이건 서울시나 용산구에서 나서야 될 문제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희 병원에 내원하시는 고객 중에 50%가 용산구민이니, 저희 병원이야 어쩔 수 없이 이전하더라도 지역사회를 위한 고민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친절 병원 이미지 각인, 환자들도 아쉬움 표현

고객 6: 용산병원이 예전에 비해 정말 많이 달라진 느낌을 늘 받았습니다. 간호사님들, 선생님들 너무나 수고가 많아요. 너무 친절해서 고맙고 애쓰시는 걸 보면 안타깝기도 해요. 밤낮으로 뛰어다니면서 환자 돌보시는 걸 보면 마음도 아프기도 하구요.

민 원장: 이렇게 가끔 얼굴 보더라도 환자분들을 위해 노력하는게 보이지요? 5년 이상을 변화를 위해 노력하면서 구석구석에 신경 쓴 부분이 많다 생각되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칭찬을 별로 잘 하지는 않아요. 고래도 칭찬받으면 춤춘다고 하지만, 저희는 고래가 아니기 때문에 칭찬을 감사하게 받으면서도 지적에 대해서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객 7: 보통은 병원장님과 함께 대화하는 건 쉽게 할 수 없잖아요. 얼굴도 잘 모르고 더군다나 이렇게 가까이 지내는 것도 힘들잖아요. 그래서 이런 만남이 너무 좋아서 또 기회가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다른 병원에서 느끼지 못 하는걸 느끼게 되니까 환자 입장에서도 너무 고맙더라구요. 집이 멀어서 혼자 와있으면서도 새벽에 병실에 오셔서 돌봐주실 때마다 "아, 여기가 바로 사람 사는 곳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꼭 고맙다는 한 마디 전하고 싶었어요.

고객 8: 저도 마음에 와닿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몇 번 받았지만 그런 걸 많이 못느껴봤어요. 여기 병원에 오니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도와준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 마음을 느끼면서 정도 생기고 가족처럼 서로 의지가 되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민 원장: 오늘 "병원장이 도와드리겠습니다" 명찰을 만들었어요. 제가 항상 라운딩을 하지만 언제든지 개선해야 할 부분을 말씀해주시면 즉시즉시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직원들한테도 항상 최선을 다하고, 또 고객분들한테도 가족같이 대해주는 것처럼 더 가까운 건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항상 다니시면서 아는 체 해주세요.

사립대학병원장 임기가 보통 2년에, 한번 연임이지만 6년 동안이나 맡아왔지요. 이만큼 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고객들이 만족해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얻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전할 병원이라서 제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염려는 붙들어 매시구요.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평교수로 돌아가더라도 우리 병원이 있는 한 끝까지 제가 챙길 것이고, 끝까지 함께 할 것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많이 참석해주셔서 힘이 되고 잠시나마 웃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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