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이일학교수팀, 중환자실 운영 병원 설문...정부 재정 지원 필요

2002년 선고된 보라매 사건 판결문을 보면 "(중략)병원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여러 가지 검증절차를 통하여 더 이상의 치료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여 한계상황에서의 환자 자신의 이익과 의사를 고려한 양심적 결단에 의해 퇴원시킨 것이었다면 법원으로서도 의료인의 결정을 존중할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나"라며, 병원윤리위원회를 통한 결정의 필요성을 언급한 내용이 있다. 보라매 사건은 인공호흡기를 단 환자를 가족들의 요청으로 결국 퇴원시킨 의료진이 살인 방조범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병원윤리위원회 운영과 인식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연세의대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 이일학 교수는 올해 중환자실이 있는 병원을 대상으로 병원윤리위원회 운영 현황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62.6%의 응답 병원중 71.5%가 위원회를 운영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1999년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고윤석 교수가 대학병원의 90.3%, 종합병원의 71.4%가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과 비교해 보면 10년간 큰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운영 실태 역시 열악했다. 외부 위원이 없는 경우가 70% 수준으로 독립성 확보가 되어 있지 않았고, 병원의 체계적 지원이 결여되어 있었으며, 시간·돈·지식 등 자원부족 등 운영의 한계가 엿보였다. 한편 위원회를 운영하지 않고 있는 병원은 그 이유에 대해 필요성을 못느낀다, 자원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응답은 의료인 및 환자의 교육기구와 자문기구로서의 위원회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이 교수는 해석했다. 한편 자원부족에 대한 응답률은 작은 병원에서 높았기에 정부의 재정적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09년부터 CENTRES라는 생물의학윤리센터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CENTRES는 임상윤리에 대한 정보, 지식, 훈련을 지원하는 싱가포르내 최고기관으로 내년 3월까지 사전준비기로서 ▲임상윤리 지원에 대한 필요성 분석 ▲공정하고 정확한 의사결정 시스템 개발 필요성 ▲임상윤리위원회의 훈련·연구 지원 시스템 개발을 수행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국가적 임상윤리 네트워크 설립, 의료기관간 상호 지원 및 공동 훈련, 국가 표준 개발을 위한 단일 임상윤리 원칙 채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배현아 교수는 현재 신상진, 김세연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제출한 상태라며, 병원윤리위원회 운영이 의사 면책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환자와 의사 평등의 원칙임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토의는 지난달 31일 개최된 제17차 한국의료윤리학회 추계학술대회 병원윤리위원회 세션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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