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을 바라보는 나이, 개원한지도 어느새 16년이 넘어가고 있어요. 앞만 보고 쉴 새 없이 달려온 시간들, 가진 것 없고 어려웠던 시절을 극복하고 열심히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저에게 이제는 조금의 "쉼"을 허락하고 싶었습니다."

이성구 원장(이&김내과의원·대구 동구 신기동)은 요즘 환자 진료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건강한 삶을 위해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이미 실력이 출중한 후배를 영입해 공동 진료 체제에 들어갔으며 이 원장은 매주 수요일에는 오전 진료만 본다. 그렇게 시간적 여유를 얻게 되면서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육체적ㆍ정신적 건강을 위해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처음 40평에서 시작, 9년 만에 건물주로
이 원장은 1994년 개원한 이후 지금껏 같은 자리에서 병원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 처음엔 건물 한 켠 40평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 건물의 주인이 되어 두 개 층을 병원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 병원을 열었던 곳은 화장실 옆인데다 세를 얻어 들어온 업종마다 망해 나가는 바람에 인기가 없던 자리였어요. 당시 건물주에게는 그야말로 애물단지에다 골칫거리였던 자리였죠. 그러니 상대적으로 임대료는 비싸지 않았고 초기 투자 자금이 많지 않았던 제게는 오히려 다행스런 자리였던 거예요. 들어온 사람들이 다 망해 나갔다지만 흥할 사람은 흥하게 될 것이고 열정이 있으면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덜컥 계약을 하고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9년 후 건물주가 됐지요"

최선을 다하면 환자들도 인정
이제 막 개원을 하려고 준비하는 후배들이 찾아와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개원 한 선배의 말이 가장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찾아오는 후배들에게 똑같은 얘기를 해줘도 받아들이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많은 사람이 충고를 부탁하지만 그 충고를 받아들인 사람만 성공할 수 있다.

의사가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것과 환자에게 친절한 것은 미덕이 아닌 필수이다. 의학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학회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뒤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의료지식을 업데이트해야 하는 것입니다. 보다 좋은 약이 나오면 알고 있어야 하고 진료에 필요한 의료기기에 있어서도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요."

여기에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다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급해 한다고 될 일이 아니므로 환자가 금새 몰려오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올 거라 생각하며 준비해야 한다. 오히려 당당하게, 내게 올 거라 믿으며 기다리는 것. 환자들은 양질의 진료 받고 나면 만족도가 높아져 일가친척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장소나 환경을 탓하지 말고 혹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자신에게서 문제를 발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신뢰가 쌓이고 경제력도 생기는 것이다.

의사단체 활동 통해 공동체의식 나눠
이 원장은 개원 후 지금까지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대구 동구의사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의사단체 일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하 것은 누구나 될 대로 되라하면서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절대 절망하지 말고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기에 힘을 모아서 조금씩 개선시키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입안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

시간 많은 사람이 의사단체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바쁜 사람들이 시간을 쪼개어 일을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시간과 금전 등에서 손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최신 정보를 접할 수 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득이 되어 돌아온다.

"의사회 활동이 아니면 도저히 만날 수 없는 기라성 같은 선배나 똑똑한 후배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의사 단체에 나오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공동체를 위하는 마음이 있는 이들이니 함께 일하면 시너지 효과 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게 하거든요. 이것이 의사단체 활동을 많이 하라고 권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수요일 오후는 나를 위한 시간
10여년을 쉴 새 없이 몸을 혹사시키다보니 심신이 지치고 육체적 피로가 날로 더해져 갔다.
많은 의사들이 일에 치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계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그 속에서 환자와 소통하고 아픈 곳을 치료하며 참으로 보람됨을 느낀다. 하지만 의사도 사람인지라 일이 많으면 피곤하고 지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전문의가 한 명인 로컬의원은 의사가 한시라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으니 피로가 가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봄에 매화가 만발하고 지리산 피아골에 가을 단풍이 깃들어도 시간에 쫓겨 마음만 그곳으로 달려가는 현실. 어느 날 이를 과감하게 바꾸기로 결심했다. 젊고 유능한 후배를 삼고초려의 마음으로 설득했다. 후배에게 제1원장 자리를 내어주고 진료 시간을 줄여 나갔다.

선배 의사는 시간적 여유를 벌고 후배 의사는 실력을 펼칠 기회를 얻은 셈이다. 혼자서 할 때 보다 수입이 좀 줄어도 모든 것을 다 얻을 수는 없고, 오히려 더 큰 것을 얻었으니 잘 결정한 일이라 생각한다.
"열심히 일만 하다가 갑자기 시간이 많아지니 처음엔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아내와 암자 일주를 시작했죠. 경치 좋은 곳 찾아다니며 자연을 만끽하고 한껏 재충전을 해서 돌아옵니다."

혼잡한 주말이 아닌 평일 여행을 즐기고 있다. 그야말로 욕심을 조금 줄여 찾은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주어진 시간이 한정돼 있으니 한 가지에 너무 집중하기 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이다. 서예를 배워 상도 받았고 색소폰은 계속 불고 있다. 1년에 한 번 정기 연주회를 하고 있으며 중창단 활동도 하고 있다. 게다가 요즘엔 아내와 함께 라틴댄스도 배우고 있다. 봄ㆍ가을 하프 마라톤에 참여해 드맑은 하늘 아래 달리는 것도 즐긴다.


건강한 삶을 살기위해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하고 참다운 휴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열심히 앞 만 보고 달려온 중견의 의사들이 조금씩 쉬어가며 진료를 보고 그 자리를 젊은 후배들에게 내주어 진료할 터전을 마련해 주는 것은 어떨까"하고 생각하곤 한다. 갈 곳 없는 후배들에게 일자리 줄 수 있어 좋은 일이고 이제껏 쉼 없이 일해 온 이들에게는 시간적 여유를 통해 정신적 건강을 위한 일을 찾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의 쉼은 환자를 위한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세상은 넓고 할 일 은 많다. 이러한 속내를 내비치는 것은 시간에 쫓겨 사는 의사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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