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안전성 논란의 답습…치료공백 대안 없어
전문가들 "건강식품·한약에 기댈 것 우려"

시부트라민(sibutramine)은 이미 유럽의약국(EMA)에서는 올해 1월 시장유통을 금지한 바 있고 미국식품의약국(FDA)도 10월 8일 안전성 경고 추가에서 시장퇴출로 입장을 선회했다. 싱가폴은 판매 보류, 대만, 호주에서도 안전성 문제로 퇴출을 결정했다. 제조사인 에보트사는 이런 조치에 수긍하고 약물 회수에 나섰다.
 
시부트라민을 퇴출까지 몰고간 심혈관 위험성의 근거가 된 것은 SCOUT 연구(NEJM. 2010;363:905)로, 1만744명의 심혈관질환, 제2형당뇨병, 혹은 두 가지 모두를 지닌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3.4년간 시부트라민과 위약군 사이의 심혈관질환 안전성을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시부트라민군이 비치명적 심근경색·뇌졸중, 심장마비 후 소생, 심혈관사망의 위험도 등 일차종료점은 1.16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비치명적인 심근경색, 뇌졸중의 경우는 각각 1.28배, 1.36배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시부트라민이 사망위험도는 아니지만 심혈관사건 위험도는 높인다고 정리하고 있다. 게다가 적응증에서 장기간 사용금지 부분에서 언급하고 있는 1년 이상의 기간보다 더 짧은 기간부터 위험도 증가가 나타났다는 내용은 시부트라민의 위험성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시부트라민은 이제까지 비만치료제의 안전성 문제의 계보를 잇고 있다. 식욕을 억제해 주는 펜플루라민(fenfluramine)과 펜타민(pentaminum) 병용요법, 일명 펜-펜 요법은 심장판막질환 사망자 발생으로 1997년에 유럽에서 퇴출됐고, 미국, 한국에서는 펜플루라민만 퇴출됐다. 국내에서 살아남은 펜터민 역시 폐동맥고혈압, 간손상의 부작용이 보고됐지만, 국내에서의 처방빈도는 증가했다.
 
리모나반트(rimonabant) 역시 개발 당시에는 효과적인 식욕억제제로 관심을 모았으나 우울증, 자살충동의 상승이 보고돼 2008년 유럽에서 퇴출됐다. FDA에서는 승인 심사도 받기 전이었다. 식욕을 억제하는 타 향정신성약물들과 다르게 지방재흡수를 막는 기전을 가진 오르리스타트(orlistat)도 현재 처방되고 있지만 최근 FDA는 간손상 부작용에 대한 경고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시부트라민에 대해서 안전성이 장기간 확인된 약물이 대체약물이 없는 상황에서 퇴출되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있다. 제조사인 에보트사와 일부 의사들은 1997년 이후 이제까지 안전성 평가 하에 장기간 사용돼 왔다는 점, SCOUT 연구의 대상군들이 심혈관질환, 제2형당뇨병을 동반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 오상우 연수이사(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는 "식욕조절제로 시부트라민이 나름의 효과 대비 안전성을 보여준 가운데 다른 대체약물이 없는 상황에서 자발적 퇴출권고와 이에 대한 수용은 당혹스럽다"며 시부트라민의 퇴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식약청이 시부트라민의 시장잔류를 결정한 이유도 안전성이 낮은 향정신성약물들의 처방빈도가 높아질 것 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르리스타트가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지만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약물이기 때문에 식사조절을 통해서도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처방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FDA의 논의과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의사들은 대체약물이 없는 상황에서 비교적 안전한 약물이라고 주장하며 퇴출에 반대했지만, 일반인 그룹에서 윤리적인 부분을 강조하며 강하게 반대했다는 것. 과학적인 검증이 힘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다이어트식품이나 약물, 한약 등이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식약청의 결정과는 별개로 안전성이 제기된 시부트라민을 지속적으로 처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한비만학회는 별도의 대처는 하지 않고 있다. 오 연수이사는 기본적으로 운동과 식사조절의 생활습관 개선 전략에 보조적으로 약물을 처방한다는 기본적인 치료전략에서 생활습관개선을 더 강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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