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차 미국 심장학회 학술대회가 2003년 3월 30일부터 4월 2일까지 시카고에서 개최됐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선입견 때문인지 외양적으로는 다소 활기가 떨어진 느낌이 있었지만 연구업적의 발표와 토론은 세계적인 학술대회의 진면모를 과시하기에 충분했다. 이미 알고 있는 대로 미국심장협회(AHA) 학술대회와 미국심장학회(ACC) 학술대회는 세계 최고의 권위와 수준을 자랑하는 양대 심장학 학술대회로서 임상 및 기초 심장학 분야의 발전과 현 수준을 파악하고 세계적인 연구동향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익한 학술대회이기 때문에 대학에서 진료, 교육, 연구하는 교수들은 모두 참가하기를 원하는 학술대회다. 우리나라 심장학 분야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지식과 또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학술대회의 참가가 권장돼야 할 것이다.

이번 학회에서는 임상 심장학 분야의 발전과 기초 심장학 분야의 새로운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마지막 시간까지 참석하여 노력하였으나 방대한 규모의 업적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여 결국 본인이 참석해 파악한 내용의 일부만을 전할 수밖에 없어 그 내용이 매우 제한되었음을 밝히는 바이다.

심근경색증 관련 연구

심근경색증의 발병과 이에 따른 심부전의 발생, 이에 의한 사망을 감소시키려는 노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이번 미국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 하이라이트로 발표된 연구 중의 하나로서 흡연금지법령의 제정으로 흡연영향을 제거하는 환경을 만들면 심근경색증의 발병이 즉각적으로 감소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결과는 금연으로 실내환경을 smoke free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같은 연구결과를 근거로 앞으로 강제적인 법령의 제정과 집행이 더욱 강화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으며 금연지역도 점차 확대, 확산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심근경색 부위의 축소를 위해 사용한 바 있는 GIK(Glucose Insulin Potassium) 정주요법이 급성심근경색증 환자에서 일차 관상동맥 성형술을 시행할 때 사용하여 유익한 효과가 있음이 발표되었다. 즉, GIK를 시행하지 않은 군에 비해서 심근경색 부위와 사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음이 보고 되었다.
이는 오래전에 알려졌던 치료법이 새로운 적응으로 다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로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치료를 시도하여 그 효과를 평가해 볼만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심장재생과 심장기능을 향상시키는 효과는 심근경색 후 수축기능이 크게 손상된 환자의 치료에서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하는 치료법으로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다.
이번에 발표된 연제 중 Texas Heart nstitute에서 시도한 임상연구에서는 심한 심근기능 장애가 있는 허혈성 심장질환 환자에게 동종골수 줄기세포를 심근내로 주입하는 방법으로 16주간 추적한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심근 수축기능(global and segmental contractilty)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였고 약간의 CRP와 심근효소(Troponin I)가 잠시 증가하였을 뿐 심한 부정맥도 없어 안전한 방법임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답차 운동시간이 증가하는 등 운동능력도 증가하는 것이 관찰되어 좌심실기능의 호전이 운동능력의 향상으로 연결되었고 허혈부위도 감소하는 등 대조군에서는 악화되는 것에 비해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법임을 보고, 주목을 받았다.
비록 적은수의 대상의 결과이긴 하지만 앞으로 이같은 방법의 유용성을 추시하여 효과적인 것이 판명되면 많은 중증 허혈성심장질환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다.

스타틴 사용에 대한 연구

스타틴 계열의 약제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주는 약제이지만 또다른 여러 효과는 콜레스테롤 억제효과를 넘어서 나타나고 있음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업적 중 스타틴과 관련된 흥미로운 것은 스타틴을 사용하면 심방세동의 발병을 줄인다는 보고이다. 하바드대학의 연구진이 발표한 이 연구는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스타틴제제를 투여함으로써(7년간 추적) 심방세동의 발생이 크게 감소하는 것을 관찰하여 보고한 것이다. 아직 그 기전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스타틴의 항염증작용, CRP억제 작용, 자율신경계에 미치는 작용 등이 관여할 것으로 추정하였지만 이 같은 항부정맥 효과는 새로운 제시로 보인다.

또한 하바드대학 연구진은 스타틴을 장기간 사용함으로써 정신적인 안정에도 효과적임을 보고 하였다. 평균연령이 67세인 환자군에서 스타틴을 사용한 군에서 불안, 우울, 적대감이 적어지는 것이 관찰되었으며 이로 인한 정신적인 안정이 삶의 질을 높여 주는 효과가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스타틴 사용시 혈중 콜레스테롤의 저하와 관련이 없이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반면 비스타틴(non-statin)계열의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사용한 군이나 약제를 사용하지 않는 군에서는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또한 비록 스타틴제제를 복용하더라도 간헐적으로 복용하면 효과가 없었다. 이같은 소견은 스타틴 계열의 약제가 콜레스테롤 억제효과 외에 정신적인 안정에 기여하는 또다른 효과가 있음을 나타내는 새로운 증거로서 흥미 있는 보고라고 생각된다.

ASCOT study의 발표도 흥미로웠다. 고위험군 환자에서 고혈압 치료시 소량의 atorvastatin(10㎎)을 투여하며 3.3년 관찰(조기종료)한 결과는 비치사성 심근경색증과 치사성관동맥 질환이 위약군에 비해 36%가 감소되었고 심혈관 사건은 21%가 감소하였다.
지금까지 80㎎의 용량으로 대부분의 연구가 진행되었었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보다 적은용량을 콜레스테롤이 별로 높지 않은 고혈압환자에 투여하면 고혈압 약제만을 투여한 것에 비해 추가적인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스타틴 제제의 사용은 점차 그 적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새로운 device의 상용화

그동안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던 새로운 device들의 상용화가 늘어나고 있음을 이번 학술대회 기간에 느낄 수 있었다.
이미 단기간의 재협착 예방효과가 매우 우수함이 알려진바 있는 sirolimus-coated stent 같은 약물용출 스타틴의 상용화에 대한 평가 보고가 있었다.
아직 몇 년간 장기간의 관찰성적은 없는 실정이나 1년 이상의 관찰보고에서 재협착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보고 되었으나 통상적인 스텐트에 비해 여전히 재협착률이 낮아 이 같은 약물용출 스텐트의 시술이 비용대비 효과가 있음이 인정되고 있었다. 특히 이 같은 스텐트의 사용이 긴 병변이나 가는 혈관 병변에서 사용될 때 그 효용성이 현시점에서 좋을 것으로 평가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스텐트도 시술후에 삽입부위 전후에 오는 재협착의 예방문제, 당뇨병 환자, 특히 인슐린을 사용하는 환자에서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등은 앞으로 더 규명되어야 할 문제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좌주간지 병변, 분지병변 등에서 활발하게 약물용출 스텐트 삽입에 대한 효과를 보고하는 연구업적이 적지않아 앞으로 기대하여 볼만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이외에도 bioabsorbable polymer stent의 재협착 예방효과와 안전성이 보고 되었으며 또한 estradiol-coated stent의 사용에 대한 효과도 보고 되었지만 아직 시험 단계에 있어 이에 대한 연구결과는 더 두고 평가되어야 할 것으로 보였다.
말초혈관 질환의 스텐트시술 시에 사용되는 Accunet filter의 유용성이 보고되어 상용화가 증가되고 있음이 보고되었다. 수술 치료의 위험이 높은 경동맥 질환에서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할 때 이 필터의 사용으로 높은 성공률(97%)을 보여(ARCHeR연구)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경동맥 협착이 증가하고 있고 따라서 스텐트 삽입술이 늘고 있으므로 이같은 필터의 사용으로 점차합병증이 없이 시술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심부전의 치료

새로운 심부전 치료에 대한 대규모 임상연구로서 EPHESUS 결과가 발표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참가한 이 연구는 aldosterone receptor blocker인 eplerenone을 25~50㎎ 투여하여 심근경색 후 발병한 심부전이나 좌심실 기능저하가 있는 6,6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로서 적절한 심부전 치료를 한 대조군에 비해 전체사망률을 15% 감소시키고 심혈관 사망 17%, 급사 21%, 심부전에 의한 입원을 15% 줄여 주는 효과가 보고 되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앞으로 심근경색 후 심부전이나 좌심기능 저하가 있는 환자에게 eplerenone의 사용을 추가하여 지금보다 더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심부전치료에서 심박동기를 이용한 소위 심장 resynchronization 치료(CRT)가 중등도 및 심한 심부전(NYHA Class III/IV)환자에서 사용하여 전체사망률 23.7%, 입원 위험이 18.6% 감소하는 효과가 보고 되어 wide QRS(120msec)를 갖고 있는 허혈성 심근증에 의한 심부 환자에서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이 보고 되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활발하게 이용되지 못하고 있는 이 같은 새로운 치료법이 적응이 되는 환자들을 위하여 시도될 수 있는 치료법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전술한 바 있었지만 일부 성공적인 보고가 있기는 하지만 줄기세포를 이용한 심근재생과 수축기능향상에 대한 연구는 치료 불응성 심부전, 특히 심근경색 후 심근손상 부위와 주위의 심근재생을 위한 매우 유용한 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되나 아직 획기적인 보고가 없다는 점에서 많은 연구가 집중 되어질 분야로 생각되었다.

전반적인 느낌

이번 학술대회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은 새로운 기전을 규명하는 연구결과가 별로 눈에 띄지 않았고 또한 치료 방향을 변화시킬 만한 새로운 임상 연구도 별로 없었다는 것이 본인의 느낌이었다. 기초연구로서 줄기세포 연구, 말초혈관 질환에 growth factor의 응용 등이 있었으나 새로운 전기를 이룰 만한 업적은 없어 보였다.
고혈압의 적극적인 치료, 생활양식의 개선등을 철저히 함으로써 심혈관질환 예방에서 추가적인 효과를 얻을수 있음이 강조된 점 등은 아직도 기본적인 치료법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특히 적극적인 강압요법의 강조와 함께 이뇨강압제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것이 지금의 추세가 되고 있음을 보고 구약도 명약임을 다시 한번 알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 되었다.

Eugene Braunwald 박사는 그의 강연에서 심장학 분야가 genetics와 genomics를 이용한 유전 정보치료 시대가 올 것이며 따라서 좀더 세분화된 심장병 치료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하였고 pharmacodynamics 분야의 발전으로 미리 약물 반응을 예측하고 사용할 수 있는 맞춤 치료시대가 올 것으로 예언하였다. 앞으로 임상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질환 분야는 역시 언제나 심부전이 될 것임을 예측하고 있어 이 분야의 연구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끝으로 학회에는 이번 우리나라에서는 26편의 연제를 발표하여 40개국 발표 참가국 중 13위를 차지하였으며 스위스, 호주, 브라질, 이스라엘과 비슷한 연제수를 발표하였다. 이에 비해 일본은 140연제로서 독일 다음으로 3위에 올라 역시 의학 선진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었고 우리는 동양권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연제를 발표하여 우리의 학문연구 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우리의 여러 대학에서 달아오르고 있는 연구 분위기로 보아 앞으로 더 많은 연구업적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시기가 조만간에 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주마간산식의 참관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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