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톱" 등 공간 재배치 트렌드

병원들이 "환자 중심" 으로 공간을 구상하거나 재배치하고 있다. 최근 잇따라 이어진 병원들의 새 센터 오픈 키워드는 "원스톱", "병원 밖의 병원", "자연치유 공간" 등이다. 그만큼 환자들의 동선을 최소화하면서도 몸도 마음도 지치지 않게, 병원을 병원으로만 보게 하지 않고 내 집처럼 편하게 생각하면서 치료효과 또한 높이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한 공간에서 모든 것이 "원스톱"

진단-치료-수술까지 한자리에서 이루어지는 원스톱 서비스가 많은 병원들의 외래 공간, 수술장 등에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환자 상담과 분만의 영역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인하대병원은 지난달 암 진료를 위해 환자 중심의 원스탑 맞춤 서비스 암 진료 상담실을 개소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암 진료 상담실은 암에 대한 전반적인 상담과 암 종류별 예방·조기검진·초기진단과 치료 등의 정보제공은 물론, 진료 의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다.

퇴원 후 사후관리에도 안내하고 맞춤형 추적관리를 실시하며, 환자와 보호자에게 영양관리·운동방법 등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진행한다. 박승림 인하의료원장은 "인하대병원은 최근 래피드아크를 도입하는 등 인천지역 암치료의 메카로서 하드웨어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번 암진료 상담실 개소로 소프트웨어를 보강해 환자의 암 진료를 돕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강남차병원은 기존의 가족분만실을 대폭 강화한 "스위트-FDR(고품격 가족분만실, Suite-Premium Family Delivery Room 사진)"을 지난달 29일 오픈했다.

새로 오픈한 분만실은 "진통, 분만, 회복"이라는 출산의 전 과정이 한 병실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는 설명이다. 전담 의사와 간호사가 배치돼 24시간 대기함에 따라 산모나 가족들의 심리적인 안정감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내 집처럼 편안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가족분만 전용침대"를 비롯해, 가족들의 편의를 도모한 넓은 거실과 다인용 소파, 주방, LCD TV, 샤워시설, 비데 등을 갖췄다. 강남차병원 정창조 원장은 "기존에 없었던 회복실의 기능까지 갖춰 입원에서 퇴원까지 한 공간에서 이뤄지므로 산모나 가족들의 번거로움을 최소화 했다"며, "산모들 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생명 탄생의 기쁨을 보다 안락하고 편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병원 밖의 또다른 병원

시민의 건강까지 폭넓게 챙기기 위해 "병원 안의 병원"의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병원 밖으로도 확대,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시민은 물론 소외계층을 위한 하나의 사회사업으로도 연결지으면서 병원 이미지에도 공헌하고 있다.

충남대병원은 최근 대전광역시 도시철도공사 대전역사 지하 1층에 "시민건강증진실(사진)"을 개소했다. 보건복지부
와 대전광역시, 대전광역시 도시철도공사의 협조와 지원으로 이뤄진 것으로, 충남대병원 주관 아래 정기적으로 주제별 건강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또한 취약계층 환자의 지역사회 연계를 위해 간호사와 사회복지사를 상주시켜 건강검사와 자활상담 등에 관한 도움을 제공한다.

서울대치과병원은 지난달 여성가족부, 라이나생명보험과 함께 지난달 수원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다문화 가정, 한 부모 가족을 위한 "찾아가는 가족사랑 치과진료소"를 열었다. 이번 사업은 병원 봉사단원과 자원봉사자 등이 참여해 결혼 이주 여성과 그 자녀, 한 부모 가정의 아동, 새터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치과질환을 무료 진료한다는 취지다.

지난 6월 경기도 양주에서 시작된 찾아가는 가족사랑 치과진료소는 서울 양천구, 경남 사천시, 전북 군산시, 경북 구미시에서 무료진료 및 봉사활동을 진행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자연치유 공간으로 활용

병원에 "치유공간"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탁트인 로비는 물론이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은 지난달 24일 한결 넓고 쾌적한 로비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달 중 지하 3층, 지상 15층 규모의 의료복합동 완공을 앞두고 추석 연휴 기간 동안 1층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 진료실을 재배치하고 1층 로비 공간을 확장한 것이다. 내원객들의 반응은 인천성모병원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것 같다며 호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명지병원은 지난달 30일 정신과병동의 개념을 바꾼 반개방형의 자연친화적 다기능 병동 "해마루"를 새롭게 오픈했다. 정신과는 폐쇄적이라는 기존의 개념을 버리고, 다량의 햇살이 대거 투과되는 시원한 전망의 통창과 그린 정원으로 설계한것이 핵심이다. 집보다 더 편하고 아늑한 주거공간으로 확보, 정신과의 문턱을 낮추고 일상의 감정변화로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에 의미를 가진다.

부산대한방병원은 지난 7월부터 한방스파테라피 여자연(與自然)을 운영하고 있다. 한방의 양생(養生)개념을 도입한 한방스파테라피 여자연은 학생공모로 만들어진 이름으로 "자연과 더불어", 또는 "자연처럼"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방스파테라피 여자연 김은진 실장은 "여자연은 치료효과의 증대와 환자 및 환자가족들의 심신을 치유하는 시설이 될 것"이라며 "한약재를 활용하는 스파테라피를 이용해 해외환자 유치에도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는 10일 열리는 건강심포지엄에서 이같은 논의를 주제로한 "치유환경-건축과 의학의 만남"이라는 한양대 건축학부 양내규 교수의 특강을 마련, 앞으로 병원이 치유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보다 심도있는 고민과 논의가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아이디어 어때요?"

"환자 중심을 위해서는 철저히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라!"

백혈병 환자로서 백혈병환우회를 만들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를 역임했던 강주성 전 대표가 평범한 회사원으로 돌아갔지만, 동시에 정기적인 병원을 방문한 평범한 환자인만큼 환자 입장에서 병원을 바라보며 몇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는 우선 진료실에 의사가 환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앉아있으면 의료진이 문을 열고 등장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다가서서 진료를 보고 나오도록 하는 것으로, 환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24시간 진료를 하도록 권유했다.

퇴근 이후에 병원을 방문하는 직장인들이 많으며, 생각보다 밤에 근무하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피부관리를 받으면서 잠을 잘 수 있거나 족욕 등을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을 덧붙이면 도움이 될 것으로 설명했다. 병원이 단순히 치료가 아니라 한숨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그는 "보건의료계에 이제 손을 뗐지만 한번씩 원장들이 의견을 묻곤 하기 때문에, 이렇게 제안하곤 하는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기 전에 이런 서비스 마인드가 병원에 보다 살려져야 병원도 살 수 있다"며 "환자 중심의 병원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직접 환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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