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건강인터뷰

1989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0.1세로 처음으로 70세를 넘었다. 1999년에는 75.5세, 2008년에는 80세로 10년간 5세씩 수명이 연장되는 추세다. 최근 100세 연금상품도 출시된만큼 수명 100세 시대는 멀지 않아 보인다. 실제 주변의 60대 분들을 보면 노인이라고 말하기 무색한 분들이 많다. 정년을 맞이하는 나이에 건강한 미래와 새로운 시도를 꿈꾸는 이들. 의료계에서도 그런 분들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본지는 "제2의 청춘"을 불태우는 의료인들의 생활상을 통해 건강수명 100세의 비결을 찾아보고자 했다. 이들의 삶속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한 것은 인간에 대한 애정(愛精)이었다.

"영양만점 "건강 도시락" 내 청춘 에너지의 비결"

김 정 만 / 가톨릭의대 교수

 1980년 영국 스코틀랜드 던디대학 유학시절. 영국인들이 마늘 냄새를 싫어해 김정만 교수는 월요일 출근을 위해서는 금요일 저녁부터 김치를 먹지 못했다. 대안으로 드레싱을 곁들인 날 야채를 먹기 시작했다. 귀국 후에도 바쁜 날들을 소화하기 위해 도시락을 싸다니기 시작한 것이 벌써 30년이 지났다.

 도시락 내용은 요거트에 곁들인 야채, 과일, 견과류와 빵 한 조각, 물이 전부다. 힘쓸 일이 많은 정형외과 의사의 도시락으로서는 내용이 부실해 보였다. 그러나 김 교수는 소화가 잘되어 위에 부담이 없고 비타민이 풍부하다며 메뉴에 대한 예찬론을 펼쳤다. 아침식사 메뉴도 동일하다고 한다. 30년간 같은 식사를 해 왔으니 몸이 적응했을 수도 있겠다. 단, 저녁은 동료나 가족과 함께 풍성한 식사를 한다고 한다. 소식과 채식을 즐긴 탓인지 정년을 앞둔 그는 유난히 젊어 보인다.

 흡연은 연애시절 사모님 권유로 끊게 됐지만, 주력(酒力)에 있어서는 3~4년 후배들도 당하기 어렵다. 이제껏 취하거나 숙취로 고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천성적으로 낙관적인 사람. 김 교수는 과거를 반성할 수는 있지만 회상해서 슬픔에 젖거나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향적 사고주의자다. 눈물 짜는 영화도 보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웃음을 머금고 있다.

 어려운 일이 닥 칠 때는 게임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받아들인다. 좋은 일이건 힘든 일이건 모든 일을 즐기는 것이다. 대인관계 시에도 단점은 잊어버리고 장점만 기억하는데, 자기 훈련으로 만들 결과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게 되면 기억해 두었던 장점을 꼭 칭찬한다.
 한 번도 다른 사람의 흉을 본 적이 없다. 이처럼 장점을 파악해내는 그의 성격은 학회 운영 시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할 수 있게 해 원만한 운영을 가능케 했다. 사적인 일을 위해 공적인 관계를 이용하지 않는 것도 그만의 사람관리 비법이다.
 타고난 건강 유전자에 평생에 걸친 식생활 관리와 운동, 긍정적 사고가 65세의 그에게 청춘의 에너지를 발산토록 하고 있었다.

 내년 3월 정년퇴임 후에는 전문병원 원장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계획이다. 정년을 앞두고 "어떤 선배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발전적 성향을 가질 수 있는 학회나 연구회 등 그룹을 만들어 본인의 능력을 발전시키라고 조언하며, 이에 대한 본보기 또는 선구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그는 대한슬관절학회, 대한정형외과초음파학회, 정형통증의학회, 혈전연구회, 대한견주관절학회, 대한관절경학회, 대한정형외과스포츠의학회 창립에 참여했으며, 대한정형외과학회, 대한골절학회, 대한정형외과컴퓨터수술학회 회장 및 이사장을 역임했다.
  이혜선 기자 hslee@mmkgroup.co.kr

"마라톤, 운동으로 최고죠"


윤 병 택 / 윤병택외과의원장


 "일단 한 번 뛰어 보세요. 뛰다 보면 압니다."
 윤병택 외과의원장이 말하는 마라톤에 대한 짧지만 굵은 예찬론이다.
 윤 원장은 적지 않은 나이(68세)인데도 불구하고 올해만도 벌써 경남 고성 전국 마라톤 대회, 일본 동경 국제 마라톤대회, 서울 동아 국제 마라톤 대회, 대구 국제 마라톤대회, 군산 새만금 국제 마라톤 대회, 광주 빛고을 울트라 마라톤대회에 참가, 완주했다. 특히 광주 빛고을 울트라 마라톤 대회는 100㎞로 13시간 37분 55초의 기록을 세웠다.

 "53세에 당뇨가 있어 잘나가던 외과 의사로서 수술 미련을 접어야 했습니다. 등산을 하며 체력을 증진하다 66세에 마라톤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마라톤은 타고난 사람만 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운동으로 알다가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게 된 것이죠. 3~4시간을 정신력, 체력, 인내력으로 극복하는 마라톤이야말로 진정한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윤 원장은 2008년 마라톤에 도전, 첫해에 굵직한 국내외 대회에 7차례나 출전, 42.195km 풀코스를 완주하는 등 마라톤에 푹 빠졌다. 생애 첫 출전한 2008년 1월 21일 경남 고성 전국 마라톤대회의 기록은 4시간 21분 43초. 가장 최근의 기록은 지난 5월 16일 군산 새만금 국제 마라톤대회에서 세운 3시간 58분 45초.

 윤 원장은 "가을에는 백제동아 마라톤대회,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 중앙일보 중앙 마라톤대회, 거제도 마라톤대회 등에 참가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마라톤을 하면 잠이 잘 오고 먹고 싶은 의욕이 생겨 식욕이 좋아지고 혈액순환도 잘 돼 세상사는 맛이 난다"고 장점을 들려줬다. 달리다 보면 오장육부의 모든 세포가 건강해져 좋은 세포만 남고 나쁜 세포는 다 걸러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그는 "마라톤을 하기 위해 매일 사우나에서 물 마사지로 근육 및 관절을 단련하며 윗몸 일으키기, 줄넘기, 앉았다 일어서기, 무릎 강화 운동을 거르지 않고 있는 등 기초 체력 유지에도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하고 "뛰고 걷는 것이 인간의 기본 운동으로써 최고로 좋은 운동임은 물론 마라톤은 비용이 들지 않는 만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지금 이 순간부터 마라토너가 돼 진료실의 스트레스를 확 날려 버리기를 바란다"고 권했다.

 대전에서 문기숙 달리기 교실 마라톤 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 원장은 "꾸준히 뛴다면 건강은 덤이 된다"고 강조하고 "선후배 동료 의사들이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건강해야 한다"며 달리기를 시작해 줄 것을 강하게 재차 주문했다.
하장수 기자 jsha@mmkgroup.co.kr

"등산, 수술에도 도움돼요"


노 동 영 / 서울의대 교수


 중년. 이 시기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보다 지금까지 쌓아온 삶을 탄탄히 다져 가족과 후배 등에 더 높은 도약을 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많은 신경을 쓴다.
 그러나 2010년의 50대는 여전히 청춘. 본업의 열정만큼이나 즐거운 인생을 살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의대 노동영 교수(일반외과)도 그중 한사람. 그는 10년 전 등산을 시작, 우리나라 명산이란 명산은 다 돌아다녔고 히말라야도 밟아봤다. 그러나 전문적으로 등반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산이 좋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걸 느끼면서 꾸준히 산을 찾는 정도다.
 "등산은 시간이 생기면 언제든 갈 수 있어요. 코스, 난이도, 동료동반 여부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도 있구요. 무엇보다 자연의 변화를 보고 느끼는 것이 좋습니다.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들 상당수가 등산을 첫 번째 취미로 선택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그는 요즘엔 병원에서의 업무가 워낙 많다보니 매주 등산을 하는 것은 꿈도 못 꾼 채 서울서 가까운 산을 대상으로 한 달에 두 번 정도 시간을 내고 있다. 그러나 산을 다니면 체력은 물론 정신도 맑아져 수술의 집중도가 더욱 좋아지는 부가적인 혜택도 있어, 등산을 통한 땀 흘리기는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다짐했다.
 특히 환자동호회인 "비너스회" 소속 유방암 환자들과의 등산은 가능한 빠지지 않고 있으며, 운동이 부족하다 싶으면 병원 안에서 쉽게 할 수 있는 팔굽혀펴기 등으로 운동량을 늘린다. "4년 전 항암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40대 여성)를 포함한 일행과 4시간 코스로 구성된 북한산을 다녀왔어요. 환자의 상태를 예의주시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힘든 코스를 마쳤지요. 그 분은 그때의 감격을 지금도 잊지 못해요. 어쩌면 등산을 하는 것은 병을 극복하는 과정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후 지리산, 설악산, 청계산 등으로 환자들과 여러 차례 배낭을 짊어졌다. 환자와 어울리기에 좋고 동료 의사들과의 단합대회로도 등산은 그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건강 챙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운동법이다.
 그러나 전문 등반가와 같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산을 좋아하면 오르면 되고 얼마나 빨리 등반할 수 있느냐는 것은 중요치 않다. 반면 무릎은 조심해야 한다고 일침한다. 체중 부담이 가장 많은 곳이기에 일반인이든, 환자든 무릎관절에 문제가 있으면 자제할 필요가 있다. 자연을 벗 삼아 산책 정도로 가볍게 움직이는 것이 건강을 위해 좋다고.

 그는 등산이 건강에 좋은 이유로 근력과 심폐기능 강화를 든다. 스트레스가 풀리고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며, 신진대사가 좋아지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꼽는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 중 하나는 등산을 하는 겁니다."
손종관 기자 jkson@mmkgroup.co.kr


매주 체중기록 "다이어트 성공"


송 상 용 / 성균관의대 교수


 "5월부터 시작한 감량프로젝트 목표인 69.9킬로그램에 달성했습니다. 사실 70~71에서는 벽을 느끼며 그만 둘까도 했는데 마지막 힘을 내봤습니다. 같이 도전하고 응원해준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목표를 달성한 스스로에게도 상을 주고 싶군요."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송상용 교수(인사기획실장)는 지난 5개월간 다이어트에 여념이 없었다. 인턴 이후 갑작스럽게 체중이 급증한 것이 이유였다. 게다가 건강검진 결과 지방간이 나왔다. 간기능수치도 상승하고 대장과 담낭에 폴립까지 생겼단다. 그 순간 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송 교수는 "몸에 지방이 많이 쌓였다는 상황을 절실히 느꼈다"며 "가족들과 함께 앞으로도 편하고 즐겁게 살기 위해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헌혈을 하고 싶었던 것도 다이어트의 이유였다. 병원은 갑작스런 혈액 공급을 많이 해야 하는 현장으로, 그동안 직접 헌혈에 참여하는 것을 하나의 보람으로 여겨왔다. 그런데 최근 헌혈 기준이 강화되면서 엔자임 수치가 헌혈 한계선을 맴돌았다. 송 교수는 "헌혈하는 것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님에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체중조절로 수치를 관리해 헌혈을 꾸준히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럼 어떻게 다이어트를 했을까. 우선 굶지 않되 적게 먹었다. 무조건 예전보다 반만 먹었다. 탄수화물의 경우에는 안 먹다 시피하고 매일 단백질 보충을 위해 두부와 두유를 먹었다. 밀가루 음식을 철저하게 피하고 탄수화물은 곡식으로만 섭취했다. 혹시라도 빵이 먹고 싶으면 그나마 칼로리가 낮은 단팥빵을 선택했고, 군것질을 하더라도 성분표를 확인해 300칼로리 이상 제품은 절대 먹지 않았다. 동시에 에너지 소모를 늘려 나갔다. 낮은 운동 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길게 할수록 좋다고 생각해 선택한 것이 바로 걷기였다. 일주일에 5번 이상은 아침 5시에 일어나서 공복에 1시간씩 꼭 걸었다. 퇴근한 이후에도 걸어 하루 평균 2시간씩은 꼭 운동을 했으며, 혹시 평일에 업무, 회식 등으로 못하게되면 주말에 5~6시간씩 운동량을 보충했다.

 그리고 매주 체중을 측정하고 그래프에 기록했다. 간략한 소감과 함께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페이스북에도 올려뒀다. 송 교수는 "기업경영 품질관리에서도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며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수치화해야 더 약속할 수 있고 이것을 지인들과 공유하면 더 긴장하게 된다. 체중이 다시 올라갈 때도 있었지만 그래프를 보며, 지인들과 공유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 마음가짐을 다졌다"고 설명했다. 꾸준한 건강관리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체중, BMI 등을 측정할 예정이다.

 다이어트를 시도하지만 번번히 실패하는 이들에게 송 교수의 처방은 "동기부여"이다. 송 교수는 "다이어트는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자꾸만 실패를 하다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어 자신감마저 상실하게 된다"며 "우선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시작하고, 조금은 부끄럽더라도 다이어트를 한다는 사실과 감량 목표를 드러낸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 솔 기자 slim@mmkgroup.co.kr
사진·고민수 기자 msko@mmkgrou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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