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도 CRT에 관심

CRT에 대한 치료효과는 지난 3월 미국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 회의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FDA 자문위원회는 지난 3월 자문위원회 회의에서 CRT 적응증을 경증 심부전 환자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자문위원회 결정의 기반에는 MADIT-CRT 연구가 있었다. 자문위원회는 연구에서 2.4년의 추적기간동안 제세동기 단독군과 CRT-D군 사이의 사망률과 심부전사건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약 30%가 감소했고, 심혈관사건만도 약 40%가 줄었음에도 특별히 사망률을 높이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FDA 심혈관기기 자문위원회 패널들은 현재 LVEF 35% 미만, QRS 간격 120ms 이상인 NYHA class 3, 4 심부전환자들에게만 허용된 적응증을 NYHA class 2 환자, 허혈성 심부전환자, 또는 LVEF 30% 미만, QRS 간격 130ms 이상의 NYHA class 1 환자들까지 확대하는 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CRT 적응증 확대 추천에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패널들은 아직까지 CRT가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하부그룹 분석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함과 동시에 NYHA class 1, 2 환자들의 경우 아직 명확한 안전성 기준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조금은 더 제한된 더 제한된 LVEF와 전기심전도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NYHA class 1 환자의 경우 심부전 증상 병력이 있는 환자들에게 제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문위원회는 CRT 적응증 확대를 통해 더 많은 심부전 환자들의 예방과 입원률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자문위원회는 적응증 확대가 통과된다면 NYHA class 1, 2 심부전환자 5명 중 1명은 임상적으로 CRT 적용 여부를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상진료지침과 수가 사이

ACC, AHA, HRS는 가이드라인에서 국가별 차이를 언급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ICD 적응증에 관계 없이 CRT를 시술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ICD가 적용되지 않는 환자에게만 CRT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국가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ESC 가이드라인에서 부각된 것과는 상반되고 국내에서는 CRT에 대한 반향이 크지 않다. 국내에 심부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도 이유가 되지만 진료기준이 수가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대한심장학회 심부전연구회 백상홍 교수는 보험기준을 바꾸지 않는 한 학회나 전문가단체 입장으로 적응증에 개입하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CRT와 ICD에 대해 정부와 학계의 가이드라인이 있고, 유럽에서도 ESC 가이드라인의 영향력이 큰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국내 수가 체계에서 학회 등 전문가 단체와 보건복지부가 합의점을 찾아도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논의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경우를 종종 목격해왔다.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심부전 환자 치료에 CRT를 적용하기 이전에 단·장기적인 경제성 평가가 우선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임상 지표의 개선뿐만 아니라 시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미국 가이드라인의 경우 심질환에 취약한 노인환자에게 CRT 시술을 시행하기 전 단순히 사망시기의 연장이 아닌 삶의 질의 개선이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 가이드라인들이 근거 중심 권고사항 구성을 위해 실제 임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내용들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수가체계 속에서 단기적인 보건 경제 평가보다는 전문가그룹과의 논의를 통한 장기적인 평가기준이 고려되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시간 속에서 더 나은 기술을 안전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