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심장학회(ESC) 학술대회 하이라이트

올해 유럽심장학회(ESC)는 그야말로 더 나은 치료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장이었다. 이는 연구들과 가이드라인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항혈전제의 경우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 Plavix)과의 비교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약물들과 포스트 와파린(warfarin)을 위한 연구들이 대거 등장했으며, 고무적인 결과를 보인 개발 중인 약물들도 다수 있었다. 또 가이드라인의 업데이트 역시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치료 효율을 높이고 질환 예방에 무게를 두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항혈전제의 대표적인 약물은 티카그렐러(ticagrelor, Brillinta)와 프라수그렐(prasugrel, Effient)이다. 두 약물은 클로피도그렐과 동등한 수준의 근거로 가이드라인에 이름을 올리는 성적을 보이며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했다. 특히 티카그렐러의 경우 미국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의 추천만 받았을 뿐 아직 승인되지 않은 약물이라는 점에서 더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와파린의 자리를 대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다비가트란(dabigatran)의 경우 "RE-LY" 연구를 통해 그 효과를 다시 한 번 입증했으며, 새로운 약물인 에피사반(apixaban)은 "AVERROES" 임상에서 아스피린과의 비교에서 압도적인 효과를 보여 조기종료하는 기염을 토했다. 리바록사반(rivaroxaban)을 대상으로 한 "EINSTEIN-DVT" 연구도 연구진행시기, 타항혈전제 연구들과의 비교문제, 치료전략에서의 문제 등이 한계점으로 지적됐지만, 표준 요법과 비슷한 결과를 보였고 경구용이라는 새로운 치료옵션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연구들이 앞으로 약물치료의 흐름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중 논란이 됐던 부분 중 하나는 티카그렐러가 가이드라인에서 심근경색 재형성술 치료 약물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티카그렐러가 그간 긍정적인 연구결과들을 발표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승인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를 근거로 "전문가들의 의견 일치가 모아졌다"는 수준의 클래스 1, 근거수준 B(Class 1, Level of Evidence B)로 권장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는 클로피도그렐과 같은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승인을 압박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일고 있다.

이에 ESC는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에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다"고 못박으며, "현재 치료에 있어서 문제는 어떻게 치료하는가가 아닌, 어떤 방법으로 치료하는가다"고 강조했다. 상황에 맞는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티카그렐러가 미국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상태고, 유럽의약국(EMA)와 FDA가 곧 승인 결정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 ESC가 "규제기관이 약물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과는 별도로 학회 가이드라인 위원회에서는 치료를 통한 환자의 예후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말은 규제기관과 전문가 집단의 기준 차이로 인한 논란도 배제할 수 없다는 여운을 남겼다.

심부전 가이드라인 업데이트에서 ESC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SC는 제세동기사용을 포함한 심장재동기화치료(cardiac resynchronization therapy, CRT)를 기존 NYHA 3, 4등급 환자에서 NYHA 2등급까지 확대했다. NYHA 2등급은 경증으로 분류되는 등급으로 ESC는 클래스 1, 근거수준 A로 권고했다. 이전부터 CRT의 NYHA 기준 경증환자에의 확대적용은 FDA 자문위원회, 코호트 연구 등에서 언급된 바 있었다. FDA 자문위원회는 NYHA 1까지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ESC 가이드라인 위원회는 발표된 연구들의 검토에 그치지 않고 연구 대상군에 대한 직접 평가를 진행, NYHA 1등급 환자에서는 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NYHA 2등급까지만 확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다양한 약물들의 가능성과 함께 ESC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이번 학술대회의 내용이 결과적으로 심장질환자들의 혜택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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