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백신연구소 존 클레멘스(John D. Clemens) 사무총장


대유행 바이러스인 신종인플루엔자 H1N1(신종플루)로 전세계의 관심을 모은 백신이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Bio Korea 2010"의 시작을 연다. 첫 번째 세션으로 백신이 논의된다는 점은 향후 백신분야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반증해주고 있다.




‘Bio Korea 2010" 기조연설 연자 중 한 명인 국제백신연구소의 존 클레멘스(John Clemens)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백신의 가치를 강조하며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저가형 백신의 공급이 전세계 보건관리의 측면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작년 인도에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저가형 콜레라 백신의 승인받은 바 있다.







△신종플루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약해졌을 뿐

저가형 백신보다 우선 가까이에서 관심을 모이는 문제는 아직까지 그늘을 지우지 않고 있는 신종플루의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플루 대유행의 종료를 선언했지만 변종에 대한 가능성이나 이후 계절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유행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세계적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는 현황은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기에 부족하지 않다. ‘Bio Korea 2010" 백신 트랙에서는 대유행 후의 신종플루 백신접종과 H5N1 조류인플루엔자와의 결합, 계절성 인플루엔자의 현황 등에 대한 강연들이 마련돼있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존 클레멘스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신종플루의 대유행이 지나갔지만, 계절성 인플루엔자로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만큼 신종플루 백신접종은 아직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특히 계절성 인플루엔자는 긴 주기를 가지고 유행하는만큼 주의를 늦춰선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경계하고 있는 H5N1 조류인플루엔자와의 결합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인체 간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사례가 보고된 적은 있지만, 조류인플루엔자와 신종플루의 결합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기에는 종간의 장벽이 그렇게 약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백신의 경쟁력, 한국의 위치를 말하다

신종플루 대유행은 바이러스의 유행문제와 함께 백신 생산 및 수급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백신이 일부 선진국에서 개발되고 있고, 상대적으로 개발도상국이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은 대유행 바이러스 관리에 불형평성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클레멘스 사무총장은 이에 WHO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익의 문제를 떠나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 이전 등 보건 관리 전략을 조율하는 기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클레멘스 사무총장은 작년 인도에서 승인받은 저가형 콜레라 백신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협조의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베트남이 생산한 저가형 경구용 콜레라 백신의 국제적인 사용을 위해 국제백신연구소가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진행해 인도의약국의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베트남의 백신기술은 스웨덴으로부터 이전 받았다는 점까지 고려할 때, 백신개발 및 보급의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협력 체계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콜레라 백신에 대한 임상연구와 함께 ‘Lancet"에 평론으로도 실린 바 있다.

△한국의 가능성을 말하다

국제백신연구소가 한국에 적을 두고 있고 녹십자가 신종플루 백신의 자체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백신 기술에 대한 잠재성을 기대하게 한다. 클레멘스 사무총장은 “한국은 이미 세계적으로 일부 백신에 대해서 인증을 받았고, 식품의약국안천정(KFDA)이 WHO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현재 발전상황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이와 함께 “국제백신연구소는 한국의 연구자들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새로운 백신 연구를 개발 중”이라며 앞으로의 발전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표했다.



한편 모든 질환에 대한 백신을 자국에서 생산할 수는 없는 노릇. 이에 대해 클레멘스 사무총장은 선택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세계적으로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백신은 자국 내 생산시설을 마련할 필요가 있지만, 크게 유행하지 않은 질환에 대해서는 비축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백신의 앞으로의 나갈 길

클레멘스 총장은 앞으로의 대유행 바이러스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세포기반 백신과 면역증강 보조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GSK와 노바티스의 기술을 유럽의약국(EMA)가 승인한 것과는 달리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경우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안전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클레멘스 사무총장은 “EMA의 승인은 세포기반 기술과 면역증강 보조제의 안전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에 대한 폭넓은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클레멘스 사무총장은 저가형 백신의 보급에 대한 부분도 잊지 않았다. 현재 국제백신연구소는 9월 중순 E형간염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중국-홍콩과 GSK에서 개발한 E형간염 백신들이 연구에서 100%에 가까운 예방율을 보임에 따라 이들의 저가생산 방법에 대해 논의를 가질 계획이다. E형간염은 국내에서는 낮은 유병률을 보이지만 인도 등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고, 특히 임산부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클레멘스 사무총장은 개발도상국 지역 백신평가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로 미국립보건원에서는 WHO 첫 개발도상국 백신 임상평가협력센터 센터장을 겸임한 바 있고, 현재 WHO 백신연구단장 자문위원, 세계백신면역연합(GVAI Alliance)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발도상국 대상 백신개발 및 평가에의 공로를 인정받아 백신연구분야 최고 영예인 ‘알버트 사빈 금메달(Albert B Sabin Gold Medal Award)’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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