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 전치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A씨는 수술 2주 후 특별한 이상 없이 퇴원한 당일 저녁 화장실에서 급사했다. 사망원인은 폐색전증이었다.

정맥혈전색전증(VTE)은 혈전으로 인해 정맥이 막히는 것으로 심부정맥에 발생하는 심부정맥혈전증(DVT)과 혈전이 폐동맥으로 이동해 혈관을 막는 폐색전증을 통칭한다. 이처럼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예후 없이 조용히 발생하기에 무심히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있다. 실제 DVT 환자의 6%는 진단 후 1개월 이내 사망하고, 폐색전증 환자는 동기간 12%가 사망한다. 그밖에 상당수 환자는 VTE 사건 이후 완전히 회복되나 일부는 만성 혈전색전질환, 혈전후증후군(PTS) 등 장기 후유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평균수명의 증가로 노인 환자의 정형외과 대수술이 크게 늘고 있는 경향은 VTE 발생률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술기의 발달로 최소 침습적 수술이 가능해져 VTE 발생 감소에 기여하고 있긴 하지만 증가경향은 확실하다. 국내에서 발표된 논문을 종합분석한 결과 정형외과 수술 환자의 DVT 발생빈도는 2000년을 기점으로 평균 73% 증가했다.

VTE 위험은 정형외과뿐 아니라 암 수술 환자에서도 수술 후 12주 이상 지속된다(British Medical Journal 2009;339:b4583). 암 환자의 VTE 위험은 비암환자의 6배에 달하고, 수술 암 환자는 비악성종양 환자 대비 DVT 위험은 2배, 치명적 폐색전 위험은 3배 이상이다. 그렇기에 수술 후에도 모니터링에 소홀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 수술 환자의 위험평가와 혈전예방약물 처방은 해당 외과 전문의가 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취과 전문의들도 점차 수술 전후 약물 및 수술 결과 개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마취과 전문의는 국소마취 후 항응고제 주입의 적절한 시기를 확인하는 등 혈전예방요법의 순응도를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VTE 영역 역시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최근 국내에 VTE 관련 전문가들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정형외과, 혈관외과, 혈액종양외과 교수들이 모여 혈전연구회를 창립하고 관련서적을 출판하며 VTE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셨다.

VTE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의 배경에는 출시 또는 출시를 앞두고 있는 다양한 혈액응고억제제 신약들도 한몫 한다. VTE의 예방 및 치료에 사용되는 혈액응고억제제 시장의 구도는 리바록사반, 다리가트란, 아픽사반, 엔독사반, 베트릭사반 등이 추가되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그렇기에 시장확대를 위한 노력도 불가피하다.

VTE, 국내 유병률은 어떠하며, 과연 어느 수준의 예방적 대처가 필요한지 알아본다. <관련 기사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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