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번 대체의학 금지 합헌 결정을 두고 "당연한 결과"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전체 재판관의 과반이 넘는 5명이 위헌의견을 제시한 것에 대해 큰 충격을 받고 위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의협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그야말로 초비상 상황에 돌입, 연일 강도 높은 비판 성명을 발표하며 침·뜸과 관련해 대체의학 분야의 진입장벽을 낮출 것을 요구하는 사회의 여론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한의협은 지난 1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침·뜸 시술행위의 위험성이나 부작용이 적어 정규의 의료인만이 시술토록 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의 위헌의견과 관련해 "한방의료의 전문성과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의 위험성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며 재판관들을 질책했다.

또 2일에는 헌법재판소 합헌 판결에서 일부 재판관이 위헌의견을 제시한데 대해 "한방의료의 전문성과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의 위험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위헌의견을 밝힌 것은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으로서 허탈함을 넘어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와 정부 관계부처는 향후 관련 입법이나 제도개선 추진을 획책하는 세력을 적극적으로 제지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사법당국도 보다 강력한 단속과 엄중한 처벌로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 척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대한침구학회도 2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헌재의 합헌판결을 계기로 일제시대의 잔재인 침구사제도 부활 책동 등 국민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세력들의 획책을 적극 저지해 나갈 것임을 천명한다"며 한의협과 뜻을 함께 했다.

시민단체 "헌재 침구사제 부활 당위성 인정한 것"
국민정서는 한의계의 이러한 반발에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미 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헌재 판결이 사실상 "위헌" 결정이라고 보고 대체의학과 관련한 입법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자연치유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1일 성명에서 "아쉽게 합헌 판결이 나긴 했으나, 헌재 판결은 사실상 침구사 제도 부활의 정당성과 당위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판결의 의미를 해석했다.

시민모임은 "지난 40여 년 간, 침구사 제도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12회에 걸쳐 국회에 제출됐으나 한의협 등의 반대로 번번히 무산됐다"며 "한의사만이 침뜸시술에 대해 배타적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한의협의 낡은 주장은 국민의 건강권이 아닌 자신들의 기득권 수호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번 대체의학 논란의 발단이 됐던 침·뜸 시술가 김남수옹도 헌재 판결 당일인 지난달 29일 "침·뜸이 사람을 죽였다거나 불구자로 만들었거나, 환자의 돈을 착취했다면 모르겠지만 침·뜸에 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대체의학 제도화 시사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대체의학의 제도화를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복지부는 "재판관의 합헌 및 위헌의견을 면밀히 분석하고 관련 단체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검토할 예정"이라며 "관련 단체와 전문가의 의견 및 외국의 대체의학 현황과 운영실태를 종합적으로 검토, 사회적 인식 변화를 환영한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아슬아슬했던 합헌 결정과 그에 따른 제도화 추진이 감지되는 복지부의 움직임은 결국 합헌 결정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한의계, 현대의료기기 사용 공략할 듯
한편 이번 헌재 결정을 계기로 한의계는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더욱 관심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의학과 대체의학 사이에서 생존권을 위협받는 한의계에 현대 의료기기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와 한의계는 2000년대 이후부터 줄곧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놓고 법정 공방을 반복했다. 최근에는 GE헬스케어가 한의원에 초음파기기를 판매한 것을 놓고 의협과 대립각을 세웠으며 지난달에는 1심에서 IPL 시술로 유죄 판결을 받은 한의사에게 2심에서 무죄를 선고하면서 현대 의료기기 사용 공방이 다시 불거졌다.

한의협은 이번 판결로 한의사들이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의협 김정곤 회장은 "이번 판결은 너무나 당연한 판결이고 예전에도 한의학에서 자연광선으로 치료한 예가 있어왔다"며 "문명의 발달로 만들어진 의료기기를 한의학적인 원리로 쓰는 것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에 있어서는 양방과 한방이 분리돼야겠지만 진단에 있어서는 한방에서 의료기기를 쓰는 것이 정당하다"며 "이번 판결로 한방에서 진단기기 사용하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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