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안전을 위한 학회·병원들의 사례

지난해 11월 대한성형외과학회가 "환자안전"을 선언해 의료계에 큰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성형외과 개원가에서 수술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학회 차원으로 환자들을 위한 안전선언문을 채택한 것이다.

여기에는 예기치 않은 의료사고를 예방하고, 회원들의 안전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내용이 담겨있다. 우선 성형수술을 하는 모든 환자에게 환자인식 팔찌를 착용시키고 성명과 생년월일을 기록하도록 함으로써, 수술 전에 반드시 환자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또 수술 직전 수술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모여 환자와 수술부위, 수술명, 수술장비를 최종 확인하는 "타임아웃(Time Out)" 과정도 반드시 시행토록 했다.

특히 학회는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병원마다 "환자 개인정보 비밀유지를 위한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했으며, 환자 자신의 통증 정도를 0~10점까지 점수로 표시하도록 하는 통증관리기록도 남길 것을 권고했다. 이밖에 △마취와 진정 △응급소생술 △진료환경의 안전과 재난대비 △의무기록 △올바른 약물투여와 약제관리 등에서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올 상반기에 개원의를 대상으로 환자 안전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널리 숙지하도록 했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성형외과 개원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더욱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앞으로는 성형외과 뿐만 아니라, 모든 의사들에게도 환자안전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목표도 세웠다.

이어진 올초 주요 병원 신년사에도 "환자안전" 문구가 빠지지 않았다. 외국인 환자 유치와 맞물린 JCI인증과 함께 환자 안전의 취지는 날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는데, 상반기를 돌아봐도 환자안전에 대한 다양한 활동이 진행됐다. 해마다 있었던 전담부서의 QI활동이 보다 전직원 차원으로, 병원 전체의 움직임으로 확대된 것이 특징이다.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환자안전을 리드해나갈 수 있는 전담자을 선정해 부서 직원들에게 계몽시키는 것이다.
한양대병원은 환자들의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발생한 사항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환자안전지킴이"를 발족했다. 환자들의 안전 관리 및 개선방안의 일환으로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 보고, 개선 사항 반영, 교육 및 규정의 변경 내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병원측은 "환자 안전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며 "지킴이를 통한 안전의 위험한 요인과 신속한 보고를 통해 사후에 더이상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을 확대하는 것도 환자 안전을 위한 지름길이라 말할 수 있다. 고려대의료원의 경우에는 안암병원이 JCI인증을 받으면서 안산병원과 구로병원까지 환자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별도의 교육을 늘리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JCI인증과 함께 환자 안전에 대해 더욱 신경쓰게 됐다"며 "JCI 자체가 외국인 환자 마케팅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환자가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대목동병원의 경우 색다른 방법으로 환자 안전을 홍보했다. 지난 4월 셋째 주를 "환자 안전 주간"으로 정하고, 이 주간을 맞아 전직원을 대상으로 환자 안전 관련 UCC 및 포스터 등을 공모한 것. 로비에는 공모된 포스터를 게시하고 UCC를 상영해 내원객 및 직원들이 직접 보고 투표를 통해 우수작을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도 여러 병원들이 JCI인증 소식을 밝힌 만큼 환자 안전에 대한 경험과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다양한 아이디어에 따른 다양한 활동도 기대가 모아진다.

그러나 여기에는 원장을 비롯한 의사결정권자들의 이해도 필수로 갖춰져야 한다. 환자 안전이 수익과는 무관하거나 혹은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자칫 외면당하기 쉽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환자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소요되는 일이 많다"며 "병원의 최우선적인 논리로 수익보다는 환자 안전에 무게감을 두어야 결국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교수도 "요즘 유행처럼 퍼저가는 JCI인증을 마치 마케팅적인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는 일부 병원들이 있다"며 "인증 이전에 환자의 질 관리와 안전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전직원이 인식을 공유하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