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특성상 전파 온상 불가피
"사스"계기 예방조치사항 준수 강제

최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인 사스(SARS)가 전세계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리고 있는 가운데 국민건강을 돌보고 책임져야할 의료인들과 병원종사자들에게 적색불이 켜졌다.
이미 홍콩 등에서는 사스에 감염된 의사가 사망하고 사스확산의 근원지로 불리워지는 홍콩 프린스웨일즈병원 원장도 감염되는 등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주원인으로 밝혀지면서 의료인들과 병원직원들이 우주복(?)을 입고 진료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마스크 착용은 필수지만 초기의 의료인들은 이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의 감염대비 상태는 어떠한가? 우리나라에서 이 질환이 처음 발병했다면 더 많은 의사들과 병원직원들이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컸을 것이라는 것이 감염전문 의사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시설이 고급화되고 청결해졌다지만 정보부재시 많은 환자가 한꺼번에 진료를 대기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특성상 감염과 전파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양수 교수는 "이번 사스의 경우 공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고 기침이나 신체적 접촉 또는 접촉부위에 대한 2차 전염일 것"이라며, 의사들과 병원 직원들이 사전정보가 없다면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환자와 가장 가까이서 대화하고 접촉할 수밖에 없어 전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최강원 교수팀(오향순)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혈액노출 사고는 532명이 있었고 직종별로는 의사, 간호사, 보조원, 청소원, 검사실 직원 순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가톨릭의대 등 전국 10개 대학 14개병원에서 조사한 우리나라 의료종사자의 HIV노출 및 노출후 예방조치(PEP) 현황을 파악한 결과 HIV노출 의료종사자는 48명으로 의사와 간호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같이 병원에서의 예방활동 강화에도 불구하고 병원종사자들에겐 혈액사고나 특정 상황에 대한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이번 사스같은 경우는 더 빠르고 쉽게 감염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보건당국과 의료기관에서의 예방활동 강화가 필수적이다.
사스가 현안이 된 후 현재 주요 의료기관에서는 보호장구, 보안경, 입원상황 대비, 보호복장을 갖추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같은 필요속에 지난 9일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생물학적 인자에 의한 건강장해예방"을 신설,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 안에서는 감염병 위험이 있는 작업은 채취혈액을 검사용기에 옮길때 주사침 사용을 금지하고 사용한 주사침은 전용 수거용기에 모아 폐기도록 하고 있으며, 결핵·풍진·수두 등 공기를 매개로 하는 위험이 있는 곳에서는 보호마스크를 지급·착용토록 하는 등 적용범위와 준수사항을 담아 예방조치의 의무화를 지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예방 조치는 바람직하지만 모든 비용을 의료기관에서 부담토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재심 병원감염관리간호사회장은 "감염예방을 위한 조치는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현재 이 비용을 의료기관이 모두 부담하고 있다"며, 정부나 보험단체도 국민건강 보호 차원서 예방활동의 비용을 일정 부분 부담해야 더 적극적인 감염활동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즉 의사가 수두환자를 진료했을 때 사후조치 차원에서 의료인에게 예방조치를 해도 수가를 인정해 주지 않고 있는데 이같이 잘못된 기준은 재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의료인과 병원직원은 일반인보다 감염위험이 더 크고 감염됐을 경우 병원구성원이나 환자·보호자에게 병원체를 옮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직원들에 대한 감염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감염관리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편, 대한감염학회·병원감염관리학회·병원감염관리간호사회 등에서 마련한 의료인과 병원직원 감염관리프로그램은 건강진단·건강 및 안전교육, 예방접종프로그램, 직무와 관련된 질병에 대한 대책, 위험에 노출된 직원에 대한 사후대책, 직무와 관련된 감염위험에 대한 상담, 직원 건강관리 기록의 유지 및 관리 등의 내용으로 구체화시켜 놓고 있다.

특히 새 질병에 대한 대책 마련과 함께 다시 창궐하는 후진국형 질병에 대해서도 완전 해결이 안됐다는 시각을 갖고 발현시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의료기관 모두가 힘을 합쳐 철저하고 근본적인 대비에 총력을 경주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