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후 의료인프라 `폭삭`

국제사회 구호손길 펼때

 "사는 물론, 치료물자와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병원은 단지 환자의 죽음을 바라볼 뿐, 전
쟁이 이라크의 의료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CNN의 의학전문기자 산제이 쿱타가 전후 이라
크 의료상황을 취재한 후 던진 말이다.
 전쟁 전부터 열악한 의료인력과 시설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던 이라크의 보건체계가 전
후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전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 1년간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이라크인들이 미화 1페니면 살 수 있는 항생제
가 없어 무기력하게 죽어가고 있다.
 CNN은 이라크 보건부 자료를 인용, "재 상황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갓 태어난 유아 10명
중 1명이 돌을 맞기도 전에 사망하게 될 것"라고 전했다. 설사 1년을 무사히 넘긴다 해도, 이
중 8%는 5세가 되기 전에 죽음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라크 보건부 관계자에 의하면, 임산부 1000명당 3명 정도가 선진국에서는 예방이 가능
한 감염으로 인해 출산후 사망하고 있다.
 의사들은 발간된지 수십년이 지난 의학교과서에 의존하며 시대에 뒤진 시술을 행한다. 이라
크의 수도인 바그다드가 이정도라면 구호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상당수 지역은 완전히 의료
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지난해 전쟁으로 약물공급체계가 완전히 와해됐으며 의료물자재고관리시스템도 파
괴돼 비축물량 파악은 물론 효과적인 약물공급도 힘든 실정이다. 심지어는 일부 시민들에 의
해 약탈된 약물들이 버젓이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사담 후세인의 15년 철권통치 과정을 거치며 흔들리기 시작한 의료 인프라가 생화학무기
소지의혹으로 인한 엠바고에 이어 지난해 이라크전으로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 전문
가들의 설명이다.
 전쟁 전인 2002년에 이라크 정부가 투자한 보건비용은 2000만달러에 불과하다. 1인당
68센트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사람당 4000달러 이상의 비용을 쏟아붓는 미국과는 애초부터
비교가 무의미하다.
 올해에는 개인당 40달러에 해당하는 9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으로, 이중 상당수의 비용을 원
유사업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쿠다이르 압바스 이라크 신임 보건장관은 "건체계 재건을 위해 올해에만 20억달러가 소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 정부는 물론 NGO들의 지원을 촉구했다.
 지난 5일을 끝으로 UN의 대이라크 제재가 종료됐다. 이라크에 주둔중인 연합군 발표에 의
하면, 현재 240개의 병원들의 운영현황이 지난해 보다 개선됐다고 한다. 의사와 간호사들도
급료를 지급받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개선된 상황은 정치적·전략적으로 중요하거나 언론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서
만 두드러지게 보여지고 있는 극소수의 결과일 뿐이다. 상당수의 이라크인들이 아직도 열악
한 의료환경 속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국제사회의 원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도 지난해 의협을 중심으로 보건의료단체들이 이라크의료봉사단을 파견하는 등 구호
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한국전쟁후 국제사회의 원조를 기반으로 다시 일어났던 과거를 잊지말고, 단순한 일회성 행
사가 아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이라크 의료지원활동을 펼쳐 세계속에 선진 한국의학의 위상
을 심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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