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에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인식되는 부분은 "환자안전"이다. 이는 해외환자 유치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도입되는 의료기관평가인증제에서도 환자안전을 핵심으로 두고 있다. 바야흐로 환자안전 시대이다. 환자의 존중과 배려에서 안전이라는 개념이 잉태되고 의술의 적정성도 환자안전을 기반으로 평가된다.
환자안전은 하나, 둘, 셋 카운트다운을 외친다고 바로 이뤄지지 않는다. 손씻기와 같은 기본적인 실천부터 가이드라인 개발, 시스템 정립까지 다각적인 측면에서 모든 병원 종사자들의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가능한 것이다.
메디칼 업저버가 창간 9주년을 맞아 병원계가 준비해야 할, 또 맞닥뜨려야 할 환자안전의 핵심요소들을 짚어봤다.


충분한 설명 꼼꼼한 진단, "의료분쟁" 예방 필수항목

수술·약품 부작용 설명으로
"환자의 결정권" 보호해야

진단상의 과실 주의태만 원인
안전장치로 환자의 안전 지켜야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존중과 안전 배려라는 측면에서 의술의 적정성이 평가되고 판단되는 경향이 점차 보편화 되고 있다.
 
"환자의 안전"이 가장 소중한 가치라는 인본주의적 가치관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료과실 여부의 판단과 관련하여, 법원 판례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일정한 흐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임상현실에서 보편적인 의료행위에 해당되고 의사의 적정한 재량적 영역에서 시행됐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적 판단 외에 의료행위 과정을 통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고 또한 안전이 배려됐는가 여부가 중요한 판단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고 여러 판례에 의하여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환자의 안전"이 배려되지 않은 의술은 의료과오(과실)의 원인이 되고, 급기야 법원에 의하여 형사처벌이 되거나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사유가 되고 있다.
 
환자 안전과 관련된 판례를 유형별로 분류하자면, 환자가 일정한 의료행위의 대상이 됨에 대해 의료행위와 관련되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등에 대해 미리 고지를 받아서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생각해보게 하고 그에 따른 동의가 있어야 한다(흔히 "informed consent"라 한다)는 의미에서의 ① 설명의무, 의사가 적절한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 적절한 진단과정이 존재하였느냐라는 의미에서의 ② 진단상의 주의의무, 진단과 더불어 좀 더 환자의 안전을 배려할 수 있는 상급 의료기관으로의 적절한 전원조치와 관련한 ③ 진단 및 전원에 관련 된 주의의무, 위험성이 있는 환자에 대하여 시설이나 경호적으로도 안전을 배려해야 하는 ④ 안전 관리 의무, 약물투여와 관련하여 일정한 부작용에 대하여 미리 고지하고 이에 대한 자가 조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⑤ 지도 및 교육의무 등이 있다. 이하에서 간략하게 관련 판례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설명의무와 관련된 판례
 
(1) 유방암 오진 케이스
 
환자가 유방암이 의심되어 진료를 받던 중에 질환이 의심되는 증세가 있었음에도 정밀한 추적 검사 등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조기에 유방암을 발견하지 못하였던 사례에서 대법원은 "의사는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질환이 의심되는 증세가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 그러한 증세를 발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질환의 발생 여부 및 정도 등을 밝히기 위한 조치나 검사를 받도록 환자에게 설명, 권유할 주의의무가 있는바, 피고가 일단 악성종양일 가능성을 인식하였다면 위 원고에게 악성종양의 가능성을 설명해야한다. 또한 확진을 위한 추가적인 검사방법으로 조직검사를 적극적으로 권유함과 아울러 위 원고로 하여금 향후 유방암의 존부에 관하여 지속적인 관심과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유방암의 발병 및 전이속도, 치료방법, 요양방법 등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이러한 사항에 대하여 설명하지 않은 채 더 이상의 검사로 나아가지 아니한 결과 유방암의 진단 및 치료의 적기를 놓치게 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9.1.15. 선고 2008다60162 판결).
 
유방암 진단과 관련하여 오진 및 유방암일 수도 있다는 의사의 적극적인 설명이 없었음이 환자의 안전배려 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결국 위자료의 배상책임이 있다는 내용이다.
 
 
(2) 미용목적 성형시술 케이스
 
환자가 미용목적 성형을 함에 있어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대한 설명 없이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의사가 일정한 민사 책임을 져야한다.
 
대법원은 "성형수술의 경우 그 성질상 긴급을 요하지 않고 성형수술을 한다 하더라도 외관상 다소 간의 호전이 기대될 뿐이며 수술 후의 상태가 환자의 주관적인 기대치와 다른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의사는 환자에게 치료의 방법 및 필요성, 치료 후의 개선 상태 및 부작용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설명을 하여 환자가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인데, 피고가 원고에게 위와 같은 정도의 설명을 하여 원고가 수술을 결정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오히려 피고는 위 보형물이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충분한 설명이 없이 수술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피고는 위 수술을 함에 있어서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원고가 수술을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였다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가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48443 판결).
 
위 사건은 성형수술에 사용됐던 보형물이 당초 예상치 못하게 움직여 외관상 문제점이 발생한 경우이다. 의사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보편적으로 예상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법원은 성형수술의 경우에는 발생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하여 진지하게 설명을 하여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단상의 주의의무와 관련된 판례
 

(1) 산부인과 사례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해당 의사가 비록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의 실시는 불가능할지라도 적어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안에서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 기초하여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일반적 판단 경향이다.
 
임산부가 예정내원일보다 앞당겨 단기간에 2회에 걸쳐 내원하여 심한 부종 등을 호소하면서 임신중독증을 염려하는 것을 듣고도 기본적인 검사인 체중측정과 소변검사조차 시행하지 아니하고 별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내린 의사와, 급격한 체중증가와 혈압상승에도 불구하고 즉시 입원치료를 하게 하지 않고 앞서 진찰한 의사의 부실한 진단결과와 당일 1회의 간단한 검사결과만에 의존하여 저염, 고단백식사만을 권유한 채 만연히 귀가케 한 병원장에게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신생아의 사망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1다2013 판결 참조).
 
(2) 교통사고 사례
 
마주 오는 자동차와 충돌하여 복부 부위에 안전벨트에 의한 타박의 흔적이 드러나 있고, 응급치료를 받은 병원에서 복부둔상의 진단을 받고 전원한 후에도 복부통증을 계속적으로 호소하였으나 병원이 단지 신경외과의원에 전원시킨 사례에서 법원은 "그 위치에 따라 복막강, 후복막강 내 출혈을 의심해 볼 수 있으므로 의사는 복부 CT촬영을 시행하고 그 결과와 지속적인 환자의 상태를 토대로 중등도 분류를 다시 시행하여 집중관찰 여부를 고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망인의 증상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검사도 실시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부족한 문진만을 통하여 망인의 증상을 타박상에 의한 통증으로 경솔하게 판단하고 그에 대한 치료만 실시함으로써, 망인의 대장천공에 대한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하여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다.
 
또한 망인을 다른 병원에 전원시킬 경우 망인의 복부손상 여부의 정밀검사와 치료를 위하여 의료수준과 시설이 보다 나은 상급병원으로 전원을 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복부손상에 관한 전문병원도 아니고 야간당직 간호사도 없는 신경외과의원에 전원시킨 과실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울산지법 2005. 9. 7. 선고 2004가합977 판결 참조).
 
환자관리 의무와 관련된 판례
 
정신분열증 환자가 안전장치 없는 폐쇄병실의 창문을 열고 투신하여 신체에 중대한 기질적 상해를 수반하는 후유증(노동능력 60%상실)이 남게 되자, 이를 비관하여 환자 자신의 아파트에서 자살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정신분열병 환자가 병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여러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는 점이 예측됨에도, 폐쇄병실의 창문에 아무런 안전장치가 되어 있지 않고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소외인에 대한 감시가 미치지 아니하였으므로, 병원의 안전관리의무 위반의 과실이 있으며, 정신병원에서의 위 투신사고와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아 병원의 운영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7.1.11. 선고 2005다44015 판결).
 
약품 투여상의 주의의무와 관련된 판례
 
전혀 엉뚱한 약제의 투약지시가 있었음에도 종합병원의 간호사가 이를 확인하지 못한 사례에서 법원은 "이 사건 처방의 경위와 위 베큐로니움의 특수한 용도 및 그 오용의 치명적 결과 등을 감안할 때, 만일 베큐로니움이라는 약제가 수술 후 회복과정에 있는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는 성질이며 특히 인공호흡의 준비 없이 투여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등의 약효와 주의사항 및 그 오용의 치명적 결과를 미리 확인하였다면 위 처방이 너무나 엉뚱한 약제를 투약하라는 내용이어서 필시 착오 또는 실수에 기인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음을 쉽게 인식할 수 있었다 할 것이고, 그러한 사정이 있다면 간호사에게는 그 처방을 기계적으로 실행하기에 앞서 당해 처방의 경위와 내용을 관련자에게 재확인함으로써 그 실행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9.12.24. 선고 2005도8980 판결).
 
지도·교육 의무와 관련된 판례
 
의약품의 부작용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이를 교육시킴으로서 환자의 안전을 배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
 
대법원은 "시각이상 등 그 복용 과정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중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약품을 투여함에 있어서 그러한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 및 그 경우 증상의 악화를 막거나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데에 필요한 조치사항에 관하여 환자에게 고지하여 이를 설명, 지도할 의무가 있고, 그 설명정도는 약품설명서에 주의사항이 기재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환자가 부작용의 증세를 자각하는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보건소에 나와 상담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다64067 판결).
 
위에서 소개한 판례는 환자의 안전과 관련된 법원의 판단에 관한 내용이다. 그 이외에 환자의 진료정보에 관한 비밀보호나 환자치료 전후 사진 등 초상권 보호에 관련된 판례도 점차 늘고 있다.
 
의료법상 의료인은 환자의 진료정보를 비밀로 유지하여서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으며, 자신이 진료한 환자라고 하더라도 환자와 관련되어 생성된 정보도 보호돼야 한다.
 
환자의 안전은 의료행위에 있어서 당연한 전제조건이자 지향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환자의 안전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판례의 동향에 따라 의술의 재량성이나 선의성의 입장에서 의사의 입장을 존중하는 면보다는 환자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측면에서의 법이론이나 판례가 우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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