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처방·의료윤리 확립하는 기회로 만들자"
의료서비스는 사회 구성원에게 돌아가는 공공재임을 잊지 말아야


국민의 신뢰 추락 안타까워

오래전부터 당연한 합법적 관행처럼 의료계에 자리해 왔던 의약품거래 리베이트에 대한 논의가 심상치 않다. 특히, 2010년 11월 28일부터 시행되는 의료법, 약사법, 의료기기법에서 규정하는 소위 쌍벌제와 관련해 의료계의 입장은 심히 착잡하다.

우리 사회의 의료 환경과 의료인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신뢰가 어쩌다가 이런 지경이 되었을까? 그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원인들이 제기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 집단이 전문가 집단으로서 뿐만 아니라 사회 지도층으로서의 면모와 역할을 다 하지 못한 점도 그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많은 부분에서 우리나라 의료 관련 정책이 의사집단의 의견을 수용하지 못한 채 오랜 동안 지속해 온 무리수도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의료법 개정안 통과…11월 시행

1994년 12월 27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고, 2009년 12월 18일 개정안 승인을 받은 "보험용의약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이하 공정경쟁규약으로 약함)"은 원래 제약계의 경쟁업체들 간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시행 2009. 7.31, 법률 제9357호, 2009. 1.30, 일부개정)에 의거해 부당한 고객유인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자단체인 제약협회가 자율적으로 만들고 그 법률위반 여부 심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이번 공정경쟁규약의 승인 과정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보건복지부의 의견이 많이 개진됐다고 제약협회는 밝히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과 배경에서 개정 추진된 의료법은 의약품거래 리베이트 관련 의료인에 대해 무거운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2010년 4월 28일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대표하는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국회의원 191명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한층 더 무겁게 한다.

이와 같이 현재 의약품거래 리베이트의 문제는 사업자간의 공정거래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써 비도덕적이고 위법한 행위로 지탄 받아야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올해 말부터는 의약품거래 리베이트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의료계에서는 이 법이 통과되기 전부터 강력한 입법 반대 의사와 함께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비롯한 국가의료정책 개선을 선결과제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선결과제 해결과는 상관없이 의료법이 시행에 들어간다.

그러나, 개정 의료법 제23조의2 제1항 및 제2항이 규정하는 예외의 범위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의료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규범적 측면에서 그간 마치 법조계의 전관예우와 같은 부조리한 관행이었던 의약품거래 리베이트에 대한 대국민적 선언의 의미와 의사들 처방윤리의 법적·윤리적 근거를 마련해 주는 의미를 함께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향후 정해지는 보건복지부령에 많은 관심을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외범위 결정따라 의료계 파장 달라질 것

국회의 입법 절차를 통해 의약품거래 리베이트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만들어 졌다. 이제 공은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예외 범위의 문제로 넘어갔다. 복지부는 이 문제를 주도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큰 국가적 책임을 지게 되었다.

여기서 또 다시 진정한 열린 담론의 장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의료계, 의료체계 및 의료정책의 정체성은 심히 동요될 것으로 생각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 사회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과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제품 생산과 함께 당연히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홍보 전략 및 마케팅의 기법을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보장적 요소를 수용한 국민건강보험의 체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는 관련 정책을 국가라는 실현 체계와 예산이라는 재정적 한계 안에서 국민의 복리 증진이라는 행정을 추진 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의료계 비윤리적인 집단으로 보지 말아야

그러나 무엇보다도 의학계와 의료계를 사회 정의에 무감하고 비윤리적인 잠재적 범죄자의 집단으로 보려는 시각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의학계에 대한 적절한 국가 지원과 의료계의 진료 환경 개선을 위한 의료정책의 시행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의학의 발전과 의료 수준 향상의 혜택은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돌아가는 귀중한 공공재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의 기본은 신뢰와 경청이라고 한다. 공청회 등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행정 부처, 의료계, 제약업계 및 다양한 시민단체의 의견들이 개진되고 상호 수용되고 조정돼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소개구 다폐목(少開口 多開耳)의 수용적인 마음으로 국민 건강을 위한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지극히 인간 중심적 및 생명 중심적으로 개별 제공되어야 하는 의료 서비스를 여타의 일반 재화 혹은 평균적 용역의 하나로 취급하고 통제 및 관리만 하려고 해서는 의료 및 의학이 추구하는 본연의 목적인 건강 증진과 생명 연장에 결코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바라건대, 의학계와 의료계는 이번 리베이트 관련 문제와 의료법 개정 등 일련의 사건들을 어려운 환경 속에서 또 다른 어려움을 지우는 사건으로 생각하지 말고, 대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 처방윤리 및 의료윤리를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며, 그것이 선진 사회 및 투명 사회로 진화해 나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의사들이 해야 할 선도적 역할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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