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비용보다는 미래의 효용성 생각한 투자

앞서 살펴본 식당, 인력 외에도 시설관리에 대한 아웃소싱 또한 많다. 병원에는 여러 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약간 오래된 조사(2002)지만 국내병원의 외주용역실태 조사에서 세탁 78%, 청소 75%, 시설관리 75% 등으로 아웃소싱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시설관리는 병원의 "시설과"의 역할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보통 기계, 전기, 토목, 조경 등 시설 전반에 대해서 유지 관리하고, 증축이나 보수시에는 아웃소싱에 맡겨둔다. 병원의 중추신경을 관리하고, 병원시설관리 전반을 담당하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청소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아웃소싱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전화교환실, 수위실, 방제센터 등도 시설과의 영역이다.

시설관리 전문업체의 역할 확대

시설관리 아웃소싱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이 몇 개 있다.

유니에스는 고객센터 위탁, 보안검색, 의료지원, 사무지원, 유통물류, 판매판촉, IT지원, 시설관리, 호텔·콘도·레저지원, 재취업 지원, 급여대행, 헤드헌팅, 인터넷사업 등 다양한 업종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한다. 병원의 보일러실, 기계실, 공조실, 전기실과 정화조 관리에서부터 청소와 건물주변의 조경에 이르기까지 병원 내의 설비부문의 유지 보수 및 효율적인 운영을 담당한다는 설명이다.

보성기업은 공공, 상업시설 관리노하우를 바탕으로 병원 등에도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우수한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어떤 회사에서 어떻게 관리를 하였느냐에 따라서 그 시설물의 가치평가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관리 서비스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에코"운동에 따라 뜨고 있는 업체도 있다. 한불에너지관리는 효율적인 연료 등에 대한 관리를 위한 아웃소싱을 담당하고 있는데, 한푼이라도 더 아껴서 병원에서 낭비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아웃소싱으로 인한 일시적인 비용은 들지만 멀리를 내다보고 원가절감과 시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인 것이다.

이밖에도 최근 병원들은 신축, 증축을 늘리면서 각종 건축업체에 아웃소싱하는 형태로 계속 운영되고 있으며, 재단 차원으로는 물류관리를 위한 별도의 아웃소싱업체를 설립하는 곳도 보편화되고 있다. 단순히 의약품 등을 중앙창고에 보충해두는 방식에서 벗어나 표준화된 분류체계에 따라 관리를 전산화, 비용을 절감하는 물류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원내 물류 서비스를 통해 병원들은 인건비, 관리비 절감 등의 효과를 비롯해 구매비용 절감, 재고비용 절감, 경쟁력 강화, 공간 비용 절감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케어캠프에서 수술실 등에서 필요한 물품과 시설의 구매대행과 재고 관리를 맡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절감 효과가 매년 십수억씩 보고되고 있어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부작용 노출…의외로 내부에도

물론 시설의 아웃소싱 역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시끄러웠던 서울대병원 사례의 경우 시설과 업무는 늘어나고 있고 지난 10년간 병원의 증개축은 계속 진행중이지만, 200여명이던 시설관리 인원은 오히려 144명으로 줄었다는 주장을 노조측에서 제기했다.

노조는 "인원부족으로 제대로 업무가 추진되지 못한 피해가 결국 환자, 보호자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몫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소방담당자 부재로 인한 화재 위험, 공기정화 부족, 수술실 가스 공급문제 등의 부작용이 많다"고 호소했던 것이다.

반대로 의외로 내부적인 부작용도 드러난다. 시설관리 아웃소싱은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음에도, 내부에서 이를 실행하기를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 한 병원 시설과장은 "비용 절감을 위해 하는 것이 맞지만, 그동안의 업무를 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우선 당장 들이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내부에서 해결하려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

아웃소싱 업체 관계자도 "아무래도 대형병원은 평생 직장의 개념이다보니 실무자들이 아웃소싱을 함으로써 기존보다 효율적인 결과를 내는 것을 오히려 조심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어느 업종보다 효율성보다 일신보존이 우선시될 수 있기 때문에 병원계에 진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털어놨다.

또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기업형 병원이 늘어날수록 아웃소싱의 "갑-을"관계의 힘이 예전같지 못하다는 부분이다. 한 기업형 병원 관계자는 "건설사를 계열사로 가지고 있는 병원이기 때문에 다른 병원 시설과와는 차이가 난다"며 "오히려 건설사가 병원의 시설과를 하청업체로 두고 잡업무를 처리하는 듯한 웃지못할 일들이 벌어진다"고 밝혔다.

환자 안전과 관련한 시설 구축 동향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시설관리의 아웃소싱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이미 비용절감과 친환경적인 움직임은 늘어나고 있지만, 앞으로는 환자 안전과 관련한 감염관리, 환자 감시 체제가 늘어날 전망이다. JCI인증을 위한 병원들의 움직임은 다수의 병원에도 영향을 주기에 충분했다.

최근 고신대 복음병원은 병원계에선 처음으로 미국화재예방협회의 안전기준인 NFPA(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 99)에 맞춰 의료용 가스설비를 준공했다. GMP 의료가스시설을 준공했다. 조성래 원장은 "국내 최초로 의료용 산소·질소·이산화질소 등 다양한 의료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환자안전을 위해 세계적 수준의 의료용 가스 공급 장치를 설치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디병원은 수술 감염을 줄이기 위해 무균 에어샤워 시스템으로 의료진과 환자 감염 차단에 나섰다. 이 시스템만 갖춰도 수술 감염률을 0.1% 미만까지 줄일 수 있지만, 설치·유지비가 만만치 않아 대형병원에서도 인공관절 등 특정 수술에만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이디병원 관계자는 "수술시 세균 감염으로부터 환자와 의료진을 보호하려면 무균 에어샤워와 함께 제세동기와 이산화탄소 측정시스템, 압력감지 마취기 등이 갖춰져야 한다"며 "당장 비용이 들더라도 이런 안전시설과 의료진의 안전의식이 융합돼야 기본적인 안전이 확보되는 시설 마련이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러가지 상황과 함께 시설관리에 대한 아웃소싱 고민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병원이 대형화되면서 그리고 최선의 진료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바람직한 변화일 것이다. 시설을 구축할 때는 당장 비용이 들어가며, 여러 병원이 우선적으로 비용을 따지기 때문에 오히려 더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 측면도 많다. 비용 자체를 아끼려고만 해서 정말 필요한 곳을 외면하지 말고, 꼼꼼하게 미래에 대한 설계를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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