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학의 현주소를 찾다
- 2010 대한노인병학회 춘계학술대회

최근 일부 병원에서 노년내과라는 이름을 걸고 진료를 하고 있지만 아직 대한의학회나 보건복지부로부터 정식으로 인정은 받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한노인병학회 장학철 학술이사(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정책이나 구조문제 이전에 의학적 연구와 근거마련에 무게를 뒀다. 장 교수는 "교육체계와 전문의 제도를 논하기 전 노인환자나 노인의학에 대한 기초자료 구축이 시급하다"며 꾸준한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한노인병학회의 기본 설립취지가 정책에의 개입보다 학술연구라는 점을 고려할 때 기초자료의 부족은 시급한 과제다. 이와 함께 일반개원의들에게 노인의학에 대한 개념이 보편적으로 알려져있지 않고, 노인환자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질환들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노인병학회는 학술대회를 정책, 학회 내 소연구회, 연수강좌로 구분해 진행하고 있다. 지난 5~6일 있었던 춘계학술대회 내용을 정리해 본다.

▲노인의학, 노인증후군으로 말한다

이번 춘계학술대회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노인증후군이라는 단어다. 이날 발표를 가진 한강성심병원 내분비내과 유형준 교수는 "노인환자의 경우 만성질환에 질병다발성(multiple pathology), 다약물복용(polypharmacy) 등이 더해져 비전형적인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현재의 질병분류, 진단, 치료, 예방체계로는 이해 설명이 힘들다"며 노인증후군이라는 단어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노인증후군은 일반적인 증후군과는 내용이 틀리다. 유 교수는 "증후군의 경우 한 가지의 질병분류학적 실재적 특징을 이루는 증상 징후 발현의 합체지만, 노인증후군은 다발성 원인의 병태생리학이 상호 영향을 끼치며 단일 증상을 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의학에서는 노인증후군에 높은 비중을 둬 "geriatirc giant"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유 교수는 "노인증후군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다발성 인자들이 서로 영향을 끼치고 그 인자들을 공유한다는 점"이라며, 고령, 기능장애, 인지장애, 거동장애 등이 압창, 실금, 전도, 기능감소, 섬망 등 대표적인 노인증후군에서 공통적인 인자로 작용한다고 부연했다.

미국노인병학회(AGS) 교육위원회(Education Committe Writing Group, ECWG)는 의대 학부에서 치매, 부적절한 처방, 실금, 우울, 섬망, 의인성문제, 낙상, 골다공증, 청각시각 포함 감각변화, 유지실패, 거동보행장애, 압창, 수면장에 13가지의 노인증후군을 필수내용으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유 교수는 아직 그 범주가 불분명해 종합정리할 경우 수십가지가 넘을 수도 있다며 주요한 급성질환에 수반되지만 청장년층과 다른 방법의 처치 만성질환에 동반돼 65세 이상의 노인에게서 점진적으로 증가 75세 이상에서 증가할 경우 ADL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개호가 필요한 증후군이라고 정의했다. 이와 함께 분류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와 요양서비스가 함께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상생활기능의 소실이 노인증후군을 증가시키는 선행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어 종합적 기능평가(Comprehensive Geriatric Assessment, CGA)를 통해 질환들과 위험인자들을 동시에 탐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쇠평가도구로 간단하게 예방을 

노인환자의 진료에서 노인기능평가가 선행되야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현재 사용되고 있는 노인기능평가는 입원환자들을 대상으로 만들어 진 것이라 시행하는 데만 30~40분이 소요된다. 이에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황환식 교수는 한국형 노쇠측정도구를 발표, 노쇠를 조기 발견해 입원, 사망, 기능저하 등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간단한 검사를 제안했다.

이번 한국형 노쇠평가도구의 신뢰도, 타당도를 비교한 도구는 프라이드(Fried)의 "phenotype frailty scale"다. 프라이드의 측정도구에서는 △체중감소가 10파운드 혹은 5% 이상일 때 △15피트 보행속도가 신장 173cm 이상일 때 7초, 173cm 미만일 때 6초 이상 걸릴 경우 △육체활동이 주당 383kcal 미만일 때 △탈진 자가보고의 항목에 대해 3개 이상일 경우 노쇠, 1~2개일 경우 전 노쇠로 구분하고 있다.

황 교수는 "한국형 노쇠측정도구에서는 입원회수, 주관적 건강상태, 약물사용, 영양상태, 감정상태, 실금여부, 보행능력, 의사소통의 8가지 항목에 대한 내용으로 간단한 "예/아니오" 식의 문답으로 구성돼 있다"며 활용의 유의성을 강조했다. 결과 0~2점은 정상, 3~4점은 전노쇠, 5점 이상은 노쇠로 구분한다.

연구에서는 최초 측정 2주후 재측정 결과 신뢰도와 타당도고 유의하게 확인됐지만 노쇠와 전노쇠단계의 노인 분포, 여러 가지 관련 지표들의 변화에 따른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 황 교수는 "노쇠평가를 통해 노인환자에게 적절한 기능훈련 및 재활서비스를 시행, 장애상태로 넘어가는 시기를 늦을 수 있다"며 이를 활용한 건강관리 및 건강증진 프로그램의 개발, 예방, 복지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인환자의 다약물처방

노인환자 관리에서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부분은 다약제 처방이다. 하지만 아직 팀 진료체제가 일반화되지 않았고, DUR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가 몇 개의 과를 갔다왔는지, 몇 종류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지는 알기가 쉽지 않다. 물론 같은 병원일 경우에는 진료하는 의사가 관심을 가진다면 파악할 수 있는 문제기는 하지만 우선 노인환자의 다약물 복용에 대해 간과하기 쉽다는 것, 환자가 한 병원에서만 처방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 외래 진료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은 이에 대한 파악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에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내과 권인순 교수는 "노인약물처방의 원칙"을 주제로 노인환자의 다약물처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권 교수가 말하는 다약물복용은 2~9종의 처방약물 복용 또는 임상적응증 이외의 약물투여, 불필요 부적절한 처방이다. 다약물복용의 원인은 일반적으로 복합적인 질환에도 있지만, 권 교수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약동학·약력학 등 생리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시중에서 이야기되는 대체 요법제를 겸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권 교수는 "현재 미국에서 65세 이상 보행가능한 노인의 57%가 5종 이상을, 12%가 10종이상을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유럽의 가정진료 노인 중 51%가 6종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다약물복용의 현황을 설명하고, 우리나라도 이에 예외가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65세 이상 보행가능 노인의 처방 중 60%가 용량부족이나 적응증에 맞지 않았고, 30% 이상이 부적절한 처방으로 나타났다는 자료는 다약물복용 관리의 중요성을 더했다.

이에 권 교수는 △새로운 약물 처방 전 병력, 약물리스트, 부작용 과거력 확인 △임상적응증을 판단한 필요약물 추가 및 비약물요법의 고려 △환자의 간·신장 상태 확인, 약물의 약동·약력학적 특성·부작용 고려 △최초 용량은 최소 용량으로 △약물, 질환, 영양의 상호작용 고려 △환자와 보호자에게 약물에 대한 교육 △약물구분 및 복용지도에 대한 보조도구 활용 △1일 1회~2회로 복용법 간소화 △남은 약물의 주기적인 확인을 권장했다.

도움말/ 장학철 학술이사(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노인의학,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공유의 장으로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은 타국에서도 부러워하고 있는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발전해야할 노인의학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사실이다. 노인의학의 발전이 더딘 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노인병학회의 경우도 내과와 가정의학과 위주에서 연수 후 시험 인정 방식의 수련제도로 바뀐 이후로 예전보다 위세가 덜하고 있다. 이에 미국노인병학회는 타과 학회들과 공동으로 연구를 추진하고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노인의학의 총론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더해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에 특화된 노인의학 연구가 없다는 것은 근거기반의학이라는 견지에서 노인의학의 입지를 약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당뇨병의 경우 노인환자에 대한 권고사항을 발표하긴 했지만 이는 당뇨병 위주의 내용이라는 점에서 부족함이 있다.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시행하기가 수월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 가이드라인의 경우에도 전문가그룹의 총의를 모은 권고사항 식으로 발표하고 있다. 노인증후군이 하나의 질환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듯, 노인의학에 대한 연구도 어느 쪽이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연계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관계 정부부처와 학회들이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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