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거듭해왔지만 부작용 인식은 여전


먹는 피임약이 세상빛을 본지 올해로 50년을 맞았다.

최초의 피임약은 지난 1960년 미FDA에 허가된 미국 서얼사의 애노비드(Enovid)다. 이후 끊임없는 개발로 현재 전세계에서 시판중인 피임약은 535개로 늘어나 있는 상태다.

아쉬운 점은 반세기 동안 개발되고 있는 역사깊은 약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용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성에 일찌감치 눈뜬 유럽권 국가들은 그나마 15%로 높은편에 속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국가는 여전히 1~2%대로 턱없이 낮다. 전세계 평균복용률은 9%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낮은 복용률의 원인은 복용상의 불편함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피임효과에 뛰따르는 부작용이 가장 크다. 초기의 피임약은 피임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많은 용량의 호르몬으로 부종, 체중증가, 피부트러블 등의 부작용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개발이 거듭되면서 최근 나온 피임약은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에 대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최근 바이엘쉐링제약이 피임약 출시 50주년을 맞아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6% 가량이 부작용 때문에 복용을 꺼린다고 답해 여전히 피임약에 대한 부작용을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50년 동안 피임약이 개발되면서 부작용까지 안고온 셈이다.

때문에 피임약을 제조판매하고 있는 제약사들은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국내 피임약 브랜드는 약 수십여개가 넘는데 소비자들이 쉽게 기억되는 브랜드는 없다. 광고제약을 풀어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안팔린다는 반증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바이엘쉐링제약의 노력은 눈물겹다. 터무니 없이 낮는 복용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제품을 출시하면서 인식을 전환하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몬 함량이 20마이크로그램이 들어있는 초저용량 피임약을 선보이는 것도 모자라 아예 전문의약품인 피임약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다양화하고 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오는 2012년에는 새로운 계열의 피임약도 선보일 예정이다.

제품을 선보이면서 소비자 인식전환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남여 대학생들을 찾아다니며 성교육을 하는 한편 각종 공익캠패인을 만들어 피임약을 제대로 알리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판촉비용이 적잖게 들어가지만 인식전환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다행히 이러한 노력이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 최근 연령대별로 여성들의 피임인식률을 조사해 보니 20~30대가 느끼는 부작용이 50~60대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바이엘쉐링제약 측은 "복용률이 낮기 때문에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며 기대를 걸고 있다.

피임연구회 이임순 회장(순천향대학교)은 "체중증가, 임신영구불가 등 피임약의 그릇된 정보와 오해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복용률이 낮아 그만큼 새로운 정보가 전달되지 못한 것도 주 원인"이라면서 "다행인 것은 20~30대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피임을 적극적으로 상담하고 주도적으로 피임법을 찾는 트랜드가 서서히 자리잡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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