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특화된 진료지침을 찾다

지난 1월 미국당뇨병학회(ADA)의 임상진료지침 개정의 영향들은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도 나타났다. 가장 큰 이슈였던 당화혈색소(A1C)의 진단기준의 경우 세션 발표들에서 개정의 영향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 당뇨병 진료지침 개정을 앞두고 ADA 임상진료지침을 그대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 특화시킨 진료지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번 춘계학술대회에서 볼 수 있었던 한국인 특화 진료지침의 방향성을 살펴본다.

▲A1C, 국내에 맞는 기준 필요해

당뇨병 진단의 표준 검사로 공복혈당 측정과 경구당하검사가 사용되고 있지만, 금식과 적절한 시기에 검사받기 힘들다는 점이 어려움으로 꼽혀왔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에서도 A1C 검사가 효과적인 진단방법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A1C는 공복에 관계없이 측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복혈당보다 편하고 정확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단기간의 혈당변동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게다가 공복혈당, 경구당부하검사의 활용도가 높지 않은 반면 미세혈관합병증 관리를 위한 혈당수준이라는 점에서 망막증, 신증, 신경병증 예측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만성합병증과도 더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또 임상의들에게 친숙하다는 것도 A1C 검사의 비중을 높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이전 A1C가 진단기준에서 배제된 이유는 설정 당시 검사가 표준화되지 못했고 정확도가 낮기 때문이었다. 2003년 미국 국제글리코헤모글로빈 기준프로그램(National G;ycohemoglobin Standardization Program)이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A1C 측정 표준화에 성공했지만 사용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 였다. 하지만 최근 측정이 정확해지고 표준화되면서 2009년 국제전문가위원회(International Expert Committee)는 A1C를 새로운 진단기준으로 권고, 6.5% 이상을 당뇨병으로 정의하도록 했다.

또 A1C 6~6.5%는 고위험군으로 예방적 처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2010년 1월 미국당뇨병학회가 이 권고안을 받아들여 진료지침에 A1C 6.5% 이상이라는 기준을 포함시켰다. 최근 연구에서 공복혈당은 A1C에 비해 안정성이 낮고 하루 중 변동이 12~15% 정도로, A1C의 1.9%보다 높게 나타났다. 게다가 경구당부하검사로 진단된 환자에서 진단율도 공복혈당과 A1C 간 차이는 거의 없었다. 민감도와 특이도에 있어서도 A1C 5.9%에서 76~95%, 67~86%였고, A1C 6.1%에서 78~81%, 79~84%, A1C 6.2%에서 43~81%, 88~99%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A1C 기준이 더 낮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 2009년도에 75g 경구당부하 검사로 확인된 당뇨병을 진단하는데 적합한 A1C 값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에서 A1C 6%에서 민감도는 88.2%, 특이도 79.9%였다. 당뇨병 진단기준인 6.5%에서는 98.3%, 53.8%로 각각 나타났다.

서울의대 내과 임 수 교수는 안산 코호트 연구 1만38명을 대상으로 6년간 진행한 연구에서 A1C가 5.8%였을 때 민감도가 72%, 특이도가 86%로 가장 높았고, 5.8% 이상으로 높아졌을 때 여성의 경우 3.6배, 남성의 경우 3.05배 위험도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박성우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강북삼성병원 당뇨병센터장)도 "아시아와 서구쪽의 차이가 있어, 아시아의 경우 현재 ADA 기준인 6.5%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교수는 "HbS, HbC, HbF, HbE 같은 특정 헤모글로빈은 A1C 값을 교란시킬 수 있다"며 A1C 검사에서의 주의점을 당부했다. 또 용혈성빈혈, 만성 말라리아, 출혈, 수혈 등으로 인해 A1C 검사 결과가 부정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A1C 수치는 연령에 따라 증가하는 성향을 보이지만 이에 따른 진단기준을 제시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급격히 발생한 제1혈 당뇨병에서는 A1C가 충분한 역할을 하지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PEAM" 연구, 임상에 바로 적용은 힘들어

이번 춘계학술대회에서는 한국인 제2형 당뇨병 치료의 1차 약물을 알아본 "PEAM" 연구가 주목을 받았다. 진단 시 국내 A1C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된 것처럼, 제2형 당뇨병 치료약물 역시 ADA가 메트포르민(metformine)을 1차 약물로 권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적용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진료지침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PEAM" 연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연구에서는 30~64세 사이, A1C가 6.5%~9.5% 사이인 제2형 당뇨병환자 349명을 대상으로 48주간 메트포르민, 글리메피라이드(glimepiride), 로시글리타존(rosiglitazone)을 무작위로 투여해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했다. 초회 용량은 각각 500mg, 2mg, 4mg에서 8주 마다 A1C, 자가혈당측정을 통해 2000mg, 8mg, 8mg까지 증량했다.

연구결과 각 군의 A1C는 평균 6.99%, 6.86%, 6.96%로 유의한 차이 없이 약 0.9%를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글리메피라이드군에서는 체중증가와 저혈당의 발생빈도가, 로시글리타존군에서는 체중증가가 나타났다. 메트포르민의군 경우 오히려 체중감소가 나타났다. 즉 ADA의 권고사항과 비슷하게 결과와 나타난 것.

하지만 박성우 이사장은 이번 연구가 어떤 결론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당부했다. 학술적으로 논의되고 근거로 사용될 수 있는 가치는 있지만 바로 임상에 적용될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다. 우선 외국에서 진행된 연구들에 비해 48주라는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게다가 로시글리타존의 경우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심장질환군에 대한 안정성 서한을 발표한 일이 있어 이에 대한 난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에서는 로시글리타존의 혜택에 비중을 두고 진행했지만, 오는 7월 FDA가 최종 분석결과를 발표하는 만큼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PEAM" 연구는 약물 간 비교는 있지만 다른 관련 사항들과 연결시키기에 제한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 이사장은 "학회 차원에서 단독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진료지침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국내에 특화된 임상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며 추후 새롭게 진행할 임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LDL 콜레스테롤 관리, 어떻게 되고 있나 - "DART" 연구

고려의대 내과 김신곤 교수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이상지질혈증의 위험도에 대해서 강조했다. 이들의 이상지질혈증이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LDL 콜레스테롤 관리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미국 국가콜레스테롤교육프로그램(NCEP) Ⅲ에서 당뇨병을 관상동맥질환과 동등한 위험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이의 근거가 되고 있다.

현재 ADA 임상진료지침에서는 심혈관질환이 없는 경우 LDL 콜레스테롤은 100mg/dL, 있는 경우 70mg/dL 이하를 목표로 권고하고 있다. 2008년도 미국심장학회(ACC)와 공동으로 발표한 권고안에서는 이를 더욱 강화해 심혈관질환이 없어도, 가족력, 흡연, 고혈압 중 한 가가지 이상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심혈관질환이 있는 것과 동등하게 70mg/dL 이하로 관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대한당뇨병학회가 심평원과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LDL 콜레스테롤이 100mg/dL로 조절되고 있는 비율은 전체 환자 중 30% 수준"이라며 "DART(Investigation into LDL-C goal achievement rate in Korean DiAbetic patients according to updated ADA RecommendaTion)" 연구의 죄종 결과를 발표했다.

"DART" 연구는 국내 53개 병원에서 6개월 이내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받았거나 지질치료를 받고 있는 2017명을 대상으로, 한국인 당뇨병 환자에서 지질치료 현황 자료를 구축하고 심혈관질환 위험도와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고자 진행됐다. 전체 대상자 중 85.6%는 당뇨병과 한 가지 이상의 주요 심혈관질환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전체 환자 중 최종 방문 시 목표 LDL 콜레스테롤인 70mg/dL 이하로 유지된 환자들의 10년 후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18.2%였지만 조절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23.5%로 나타났다. 최고 위험군에서도 10년 후 심혈관질환을 발생시킬 위험은 20.6%였지만, 목표 수치를 달성하지 못한 환자들은 24.5%로 일관된 양상을 보였다.

특히 연구에서는 LDL 콜레스테롤이 조절되지 않은 환자들 중 78%의 투약패턴이 같은 것으로 나타나, 제2형 당뇨병환자가 이상지질혈증이 있을 경우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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