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초기요법를 논하다

인슐린이 당뇨병 치료에 사용된지 90여년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필수적인 치료약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인슐린은 생활습관개선, 경구용 혈당강하제로도 혈당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생활습관개선이나 경구용 혈당강하제로 혈당이 조절되는 환자들도 결국 인슐린이 필요한 시기가 오게된다. 치료초기부터 인슐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의견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 온 이유다. 하지만 인슐린이 가지고 있는 체중증가와 저혈당증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과, 이를 초기부터 사용했을 때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연구들이 없어 다들 조심스럽게 의견들을 개진하고 있다. 이번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인슐린 초기요법 및 치료전략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됐다.

▲"강화" 요법, 용량이 아닌 시기로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인슐린 관련 연구들의 핵심은 인슐린 "강화" 요법이다. 하지만 증상이 진행된 후의 증량이 아니라 인슐린의 사용시기를 앞당긴다는 의미에서의 강화다. 인제의대 내과 박정현 교수는 "1990년대 국가 별 가이드라인에서는 인슐린 치료를 경구용 약제 병합요법이 실패하거나 심한 고혈당이 있는 경우에 투여하도록 했다"며 최근까지 인슐린 치료의 장기적인 안전성과 효과에 대해서 명확한 근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 가이드라인에서는 제2형 당뇨병 치료에서 초기부터 인슐린 치료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초기 인슐린 치료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인슐린 분비능을 담당는 췌도 베타세포의 보전이다. 제2형 당뇨병에서 결국 인슐린 투여가 필요해지는 것도 베타 세포의 분비능이 고갈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경희의대 내과 오승준 교수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 중 약 50%가 췌도의 인슐린 분비능이 50%밖에 남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인슐린 분비능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혈당조절도 함께 나빠진다"고 말했다. 즉 베타 세포의 기능이 고갈될 수록 치료의 예후도 나빠진다는 것이다.
세브란스 내분비내과 차봉수 교수(학술이사)도 "베타세포의 분열과 증식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평소 대사조절에 필요한 양이 30%이라면 전 당뇨병 단계(5~10년)에서 잔여 분비능력들을 소모한다"며, "초기 인슐린 치료를 통해 베타세포의 수명과 기능을 보호하고 치료 자체에 대한 반응성을 좋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최근 인슐린펌프, 다회인슐린요법을 진단 후 초기부터 단기간 사용하여 혈당을 정상화 시키면 긴 시간 동안 약물 없이 당뇨병 관해 상태로 유지된다는 연구들이 발표됐다"며 약 40%의 환자들에게서 치료 중지 후 1년 간 관해 상태가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단기간 인슐린치료가 췌도 베타세포의 세포사멸사를 줄여 이후 인슐린치료 없이 장기간 대사개선 유지능력을 높인다는 것.

오 교수는 새로 진단받은 제2형 당뇨병 환자 13명을 대상으로 인슐린펌프 치료를 시행한 연구를 소개했다. 이들의 공복, 식후 혈당은 각각 218, 304mg/dl, A1C는 11%였다. 이들의 혈당은 치료 후 119, 133mg/dl로 6개월 간 7명, 1년 간 6명이 혈당을 유지했다(Diabetes Care. 1977;20:353-6).

인슐린펌프 치료효과를 보여준 또 다른 연구에서는 공복혈당이 245mg/dl, 식후혈당이 342mg/, A1C가 10.1%인 제2형 당뇨병환자 138명을 대상으로 2주간 치료를 시행했다. 결과 12명을 제외한 126명이 모두 공복혈당 113, 식후혈당 115mg/dl로 조절됐다. 이들은 치료 후 약물은 복용하지 않았고 식사, 운동요법으로 상태를 유지했다. 결과 6개월째에는 91명, 1년째에는 68명이 무난하게 혈당을 조절했다. 인슐린펌프 치료는 공복시 혈당이 낮은 경우 관해가 더 잘 유지되는 모습을 보였다(Diabetes Care. 2004;27:2597-2602).

다회인슐린요법의 경우 공복혈당 239mg/dl, A1C 11.8%의 새로 진단된 제2형 당뇨병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2~3주간 치료를 시행한 연구에서, 치료 중단 1년 후 7명은 약물투여 없이 관해를 유지했고, 6명은 글리브라이드(glyburide), 2명은 글리브라이드와 메트포르민(metformine), 1명은 인슐린을 투여하며 관해를 유지했다(Diabetes Care. 2004;27:1028-1032).

하지만 위의 연구들은 외국의 경우로 오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인슐린펌프를 사용한 연구가 발표됐지만 초기가 아니라 혈당조절이 되지 않는 시기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현재 "새로 진단받은 한국인 제2형 당뇨병환자에서 단기간 강화 인슐린요법이 장기간 췌장 페타세포기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연구가 진행 중이다. 진단 1년 이내의 제2형 당뇨병환자 132명을 대상으로 24개월 동안 진행하는 연구로, A1C가 8~12%였다. 오 교수는 "국내 당뇨병 환자들이 외국 환자들에 비해 인슐린 분비기능을 조기에 상실하는 특징이 있는만큼, 외국과 같은 결과를 보일지 이번 연구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며, 이번 연구가 국내 초기 인슐린 치료전략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슐린, 당뇨병 치료의 해답은 아니야

박 교수는 "1950년대 설폰요소제의 등장 이후 많은 경구용 약물들이 개발되었고, 개발중인 약물들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인슐린 초기치료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차봉수 교수도 "최근에 나오는 인슐린들은 체중증가와 저혈당증 등 기존의 부작용을 개선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며 인슐린 초기치료의 가능성을 높게봤다.

하지만 인슐린 초기치료를 모든 환자에게 시행하자는 것과는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베타세포의 생존에 관여하는 인슐린을 초기부터 투여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들 모두 단기간에 진행된 것이고 맹검이 되어있지 않아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우선은 거리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명확한 근거가 없는 이상 경구용 약물로 혈당조절이 되고 있는 환자들에게 인슐린을 투여하라고 권장할 수는 없다는 것.

이에 인슐린 조기치료의 대상은 혈당이 조절되지 않고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이들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UKPDS 연구에서는 10년여의 장기간 동안 경구용 악물 요법과 비교했을 때 당뇨병 자체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차 교수 역시 "인슐린 초기요법이 반드시 치료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당부했다. 특히 인슐린 저항성서 고인슐린혈증이 발생한 경우 세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인슐린 사용에 대해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암 위험도 증가 약물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인슐린 글라진인 "란투스(Lantus"에 대해서는 발표 연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란투스는 비싸고 안전한 약물을 표방하는만큼 갑작스럽게 암 발생률이 높아지기는 힘들고, 연구가 맹검 분석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른 요소들에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교육,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박성우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이번 춘계학술대회 진료지침 공청회는 환자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박성우 이사장은 "당뇨병 치료에서 환자 뿐만 아니라 정부도 교육에 대해서 간과하고 있다"며 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환자들의 경우 당뇨병이 쉽게 치료될 수 있다고 잘못 인식히고 있고, 증상이 해소된 경우에도 합병증 발생 위험도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혈당조절에 대한 인식도도 낮은 형편이다.

박 이사장은 "당뇨병 환자 교육은 대부분 생활습관개선에 대한 것으로 전국민에게 예방적 차원에서 지속·장기적으로 시행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시행해야 하는 정부는 이에 대한 인식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당뇨병을 비롯한 만성질환에 대한 환자교육을 의무교육에 비교했다. 국민들 인식과 관심을 전체적으로 높이고 사회적으로 질환정보를 수용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우선 국가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환자 교육이 더욱 의미를 가지는 것은 치료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당뇨병 교육을 통해 환자가 관심을 가지는 순간부터 치료가 시작된다"며 환자의 관심을 유도함과 동시에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당뇨병학회는 올해 말 환자 교육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 의사와 교육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공청회에서는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김성래 교수가 "미국에서는 이미 환자 교육을 통해 당뇨병으로 인한 입원률은 물론 비용의 62%까지 감소시킬 수 있었다는 관찰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의료적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보건경제적 관점에서도 필요하다"며 환자 교육의 필요성을 부연하기도 했다.

한편 환자 교육과 훈련의 핵심으로 7가지 자기관리행동(AADE7 Self-CareBehaviors)이 제시됐다. 여기에는 ▲건강식 ▲운동 ▲모니터링 ▲약물요법 ▲문제해결기술 ▲위험요인줄이기 ▲건강한 의사소통이 해당된다. 이를 중점으로 생활습관을 유지, 증진시키도록 하되 지속적으로 6~12개월마다 추가 교육을 받도록 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