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보건의료 정책" 알아보니...

의료 현안 외면하고 복지에만 초점
진보당 주치의제·보장성 강화 일색
의료단체 정책 제안 반영될지 주목

오는 6월 2일 시행될 지방선거에서 보건의료 관련 정책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리베이트 파문"에 이은 쌍벌제 법안 통과 등으로 각 정당이 국민정서를 감안해 공약을 마련, 보건의료정책이 외곽으로 밀렸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정당별 10대 정책과 선거공약"을 보면 "보건의료"는 정책분야의 별도 카테고리에도 명시돼 있지 않으며 사회·복지 분야 정책에 포함돼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예방중심의 질병관리 변화와 보건·의료·제약산업을 21세기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현 정부의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보건의료정책을 구체적으로 앞세운 당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성향의 정당들이나 표심을 의식한 보장성 강화 일색이다.

민노당은 주치의제 실현과 보장성 확대를 기치로 내걸었다.

민노당이 제안한 주치의제는 도시의 경우 인구 5만명 기준으로 1개의 (도시형)보건지소 건립을 통해 주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의사 1인당 2000~3000여 명의 환자를 돌볼 수 있다.

진보신당은 현행 70% 미만인 건강보험 보장성 수준을 90%로 강화하고, 지역 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공약을 밝혔다.

진보신당은 "가입자 1인당 월 평균 1만1000원씩 더 납부해 국민들이 총 6조2000억원을 더 부담하고 사용자 부담분 3조6000억원과 정부의 법정 국고지원금 2조7000억원이 더해지면 관리운영비를 제외하고도 12조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지방선거의 격전지인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의료계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만한 정책은 전무하다.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필수예방접종 전액무료화사업을 저출산 시대 보건복지 공약에 포함시키기로 했지만 대부분의 보건정책이 노인복지 쪽으로 편향돼있다. 민주당 한명숙 후보도 교육과 복지 예산을 10조원으로 확대하고 관련 일자리 연 10만개 창출 등을 목표로 공약을 다듬고 있는 중으로 복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유선진당 지상욱 후보는 서울특별시 자립형 시민건강보험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이 제외된 중대 질병에 대해서도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서울시 예산 100억원을 출자해 초기 재원을 확보하고 의료비 지출을 개인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해 중대 질병 발병 시 급여 요청을 할 경우 최대 90%까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최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제주도 내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을 의결,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계획인 가운데 영리병원 도입 여부도 6·2 지방선거 폭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영리병원 도입에 찬성한 한나라당 제주도지사 후보인 현명관 후보가 동생의 선거법 위반으로 공천이 박탈되면서 반대입장인 민주당 고희범 후보가 우세한 가운데 제주도가 영리병원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에도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는 영리병원 도입을 반대하는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영리병원 반대 여론을 몰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영리병원 도입이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훼손시키고 의료비를 폭등시킬 것"이라며 "제주도내 영리병원 도입은 영리병원 전국적 확대의 시험무대가 될 뿐 아니라 제주도민들이 원하는 의료환경 개선 등의 요구에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또 시민단체와 야 5당은 손을 잡고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전국보건의료노조와 한국백혈병환우회 등으로 구성된 "보호자 없는 병원 연석회의"는 최근 국회정론관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5개 야당과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을 위한 공동공약 정책협약"을 맺었다.

이날 정책협약식에서 5개 야당은 6.2 지방자치선거 공동공약으로 보호자없는 병원 실현을 제시하기로 약속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주요 정당과 후보자들을 상대로 보건의료 관련 정책제안서를 마련하기로 했다. 주요 정책으로는 △보건소 기능 재정립 △보건소장 임용 관련 문제 △일차의료기관 활성화 및 공공기관 연계 방안 △필수예방접종 확대 △의료기관의 불필요한 이중신고 절차 일원화 △의사인력 수급의 적정화 대책 △소외계층에 대한 건강권 보장 등 의료계 현안을 담아낼 계획이다.

대한병원협회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정책제안을 추진하지 않고 있으며, 서울시병원회는 의료법상 "의료인 폭력행위 금지" 조항 신설 및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관련 의료법 개정 등의 사안에 대해 각 당의 공약에 반영할 수 있도록 추진 중에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도 한의계의 역할 확대에 중점을 둔 정책 제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발표된 각 정당의 선거공약에 보건의료 이슈가 배제, 표심을 의식한 보장성 강화 공약만 난무한 가운데 의료계 단체들의 잰걸음이 얼마나 뒷심을 발휘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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