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차 심평포럼,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과 시사점"

"전국민 의료보험혜택"을 내세운 미국의 건강보험개혁이 통과된지 40여일이 지났다. 하지만 미국 내 여론조사 결과는 찬반이 거의 50대 50으로 치열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의료시스템에서 "100여년만의 큰 변화"로 평가되는 이번 개혁에 미국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11일 "미국 건강보험 개혁과 시사점"을 주제로 진행한 17차 심평포럼에서는 개혁안의 내용을 다각도로 조명,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의 발전에 참고할 수 있는 정책적, 경제적 사항들에 대한 논의가 펼쳐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박사는 "현재 미국은 민간의료보험과 공적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메디케이드(Medicaid)가 공존하고 있지만 이 사이의 사각지대에 있는 15.6%에 해당하는 4700만여명이 무보험 상태에 놓여져 있다"며 이번 건강보험 개혁의 배경을 설명했다. OECD 국가 중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없는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라는 것이다.

게다가 의료비 지출도 OECD 평균 9%를 상회하는 16%지만 뇌혈관질환 사망률을 제외하고는 평균수명, 암사망률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고, 영아사망률은 오히려 높다며 투자 대비 효과가 좋지 못한 현실도 이번 건강보험 개혁의 이유로 지목했다.

이에 신 박사는 이번 건강보험 개혁은 전 국민에게의 적절한 의료보장 제도, 의료비용 상승의 억제, 국민의 보험과 의사 선택권 보장으로 정리했다. 건강보험 개혁안에서는 이를 위해 민간보험회사가 국민들의 건강상태를 이유로 보험요율을 높이거나 가입을 거부하는 것을 막는 한편 의료보험거래소(National Health Insurance Exchange, NHIE)를 설립해 민간보험사와 공적 보험 상품과의 경쟁구도를 만들도록 했다. 또 50인 이상 고용하고 있는 사업체들도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을 제공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안에서는 약가의 절감을 위해서는 연방정부가 제약사와 가격협상을 금지하도록 한 "2003 Medicare Modernization Act"를 폐기하고, 동일한 의약품 중 더 저렴한 해외제품의 수입도 허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김원식 교수는 이런 정책들은 반대의견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우선은 중산층의 불만이 크다. 무보험자들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주는만큼 개인의료비지출이 증가하고, 시간이 갈수록 소득세 등 지출해야할 금액이 증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 "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PPACA)"는 2018~2019년 사이에 320억 달러의 세금이 증가할 것이라며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기업들도 추가적인 부담이 생기는 만큼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PPACA는 건강보험의 강제성으로 인한 규제, 수수료, 과세는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나아가서는 의료제품에 대한 가격인상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보험료를 인상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일선에서 타격을 받는 보험회사와 제약사의 반대는 말할 것도 없다.

김 교수는 "이전 클린턴 행정부때와는 달리 미국의 의사협회, 간호사협회, 병원협회가 이번 개혁안에 찬성했음에도 절반가량이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정부, 기업, 개인 간 국민의료비 부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박사는 "우리나라는 단일보험자 건강보험 체계에서 경쟁상대가 없는만큼 효율성 측면에서 게을러져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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