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건물에서 실수로 추락, 내상을 입고 머리, 가슴, 척추, 무릎 등에서 부러지거나 금이 가는 다발성 진단을 받아 한 병원의 외상센터에 입원 치료중인 K씨(55세). 그는 외상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있는 병원을 찾아 천만다행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망률은 암, 순한기계질환에 이어 질병이환 및 사망의 외인(사고, 추락, 익사, 중독 등)이 세번째. 특히 산업화, 도시화, 고령화 등으로 세계각국은 사고에 기인하는 외상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고,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정부·지자체의 투자와 지원으로 많은 부분 개선된 응급체계와는 달리 외상분야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어 K씨의 경우 다른 병원을 찾았다면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게 된다.

국내 외상환자의 예방 가능한 사망률은 10년전 40.5%였으며, 현재도 30%를 넘고 있다. 선진국의 1~2%에 불과한 것에 비교하면 후진국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의료기술 선진국으로 아시아 의료허브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의료 현주소다.
이처럼 응급체계 발전과 달리 예방가능한 응급사망률이 높은 배경의 한복판에는 있는 것이 "외상"이다. "외상"은 전문인력 부재와 함께 정부와 병원, 국민의 인식 부족 등 총체적 난관이 함께하고 있다.

특히 교통량, 산업재해, 폭력 등이 늘면서 40대 이하 사고가 가장 큰 사망원인이 되고 있고 이는 곧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즉, 사고사에 따른 손실소득액이 국내 총샌산의 3.3%일 정도로 사회적 비용과 인력손실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아주대병원의 경우 지난해 응급실 이용자 8만명중 20% 이상이 외상환자였고, 이중 10% 가량인 1500명은 중증(600명은 중환자실)이었다.

아주대병원 조기홍 외상센터장은 "2010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중증외상환자의 거점센터가 없는 나라는 유일하게 한국뿐이며,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외상학 체계가 많이 뒤져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 병원 응급의학과 이국종교수도 "외상으로 인한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외상체계에서 삼차 진료기관의 역할을 담당할 ‘외상센터’를 건립하는 일과 국내 중증 외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발성 외상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리나라 "외상" 현실과 선진국들의 외상학 체계를 살펴보고 향후 우리나라 외상 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논의하게 될 국제학술대회가 우리나라 서울서 열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주대병원이 보건복지부와 경기도·대한외상학회 후원으로 20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1층 그랜드 볼룸에서 "아주국제외상학술대회(Ajou International Trauma Conference)"가 바로 그것.

소의영 학술대회 조직위원장은 "적절한 인구분포와 지역적으로 도달 가능한 시간에 따라서 발생한 환자를 단계별로 몇 곳의 외상센터로 집중시키고 그곳에 충분한 장비와 인력을 갖춘 외상센터를 설립해야 한다. 다발성 외상환자는 광범위한 신체 부위에 대량 손상을 입고 패혈증, 다발성 장기기능 부전 등의 합병증을 초래하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할 뿐 아니라 치료과정에 많은 전문과목 의사가 필요하며 예후도 좋지 않은 특징이 있으므로 이를 전문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세계적 석학 10명을 초청한 가운데 총 4개의 세션으로 진행된다.

제1세션은 "외상치료체계의 시작" 주제로 △왜 범국가적인 외상치료체계가 필요한가?(UC San Diego의 Raul Coimbra 교수) △중증 외상 센터를 위한 외상체계 개발 방안(왕립런던병원 Mike Walsh 교수) △외상진료체계 수립: 일본(CHIBA TRAUMA CENTER의 Kunihiro Mashiko 교수) △외상진료체계 수립: 홍콩(HONG KONG CHINESE UNIVERSITY의 Colin Graham 교수)이 발표된다.

제2세션은 "외상진료체계를 위한 정부의 역할" 주제로 △영국 런던의 중증외상진료체계: 설계에서 구축까지(영국 보건성의 Tracy Parr) △중증외상센터 설립을 위한 정부의 계획(보건복지부 허영주 과장) △중증외상환자 치료 시 당면하는 비 임상적인 어려움(연세대 이재길 교수)이 소개된다.

제3세션은 "선진국 외상외과전문의의 활동상황" 주제로 △외상수술의 실제(왕립런던병원 Karim Brohi 교수) △외상외과 의사의 역할(CHIBA TRAUMA CENTER의 Yuichiro Sakamoto 교수) △중증외상에서의 연구과제(왕립런던병원 Ross Davenport 교수)가 발표되며, 특히 외상 분야 세계적 석학인 왕립런던병원 외상센터의 Karim Brohi 교수가 외상외과 영역의 최신 수술법도 소개할 예정이다.

제4세션은 "외상외과의사, 그 미래" 주제로 △한국의 외상외과 수술(아주대 응급의학과 이국종 교수) △전시상황에서의 외상치료 경험(미군 정형외과 군의관 Maj. Freccero) △대한민국 육군의 외상치료체계 발전 계획(현역 국군청평병원장, 흉부외과 군의관 이재혁 대령)이 발표된다.

소 조직위원장은 "이번 학술대회는 외상에서 가장 앞선 미국, 영국, 일본, 홍콩 등 선진국가의 외상 치료체계 설립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에서 교훈을 얻고, 국내의 현실을 분석하여 국가적으로 시급한 외상환자의 치료체계를 정립할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외상학 체계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향후 발전방안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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