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치료,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다

암엑스포에서 제시된 국가암관리사업의 향후 우선 과제는 시스템의 질적인 향상이다. 여기에는 수도권과 지역간의 암관리 네트워크를 비롯한 구조적인 문제부터 우리나라 암검진에 대한 임상적 근거와 비용-효과 연구의 구축도 포함돼 있다.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이상현 교수와 국립암센터 암검진사업과 전재관 과장이 암엑스포에서 검진 시작·종료연령과 검사방법 등 국가암검진 권고내용의 개선 논의는 이를 반영하고 있다(관련기사 524호 4면). 이런 가운데 지난 17~21일에 열린 미국암연구학회 학술대회(American Association for Cancer Reserch, AACR)서는 검진, 치료에 대한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하는 연구들이 다수 발표돼 눈길을 끈다.


▲검진, 조기진료와 관찰의 균형 잡아야
[AACR 2010; Abstract 2731]

존스홉킨스병원의 로버트 벨트리(Robert W. Veltri) 교수는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3가지 지표로 전립선암 저위험군 중 악성 전립선암으로 발전할 환자들을 선별할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벨트리 교수는 "코호트 연구에서 악성형태로 종양으로 발전한 환자들의 전립선건강지수(prostate health index, PHI)가 저위험도군보다 더 높았다"며 PSA 검사를 통해 얻은 PHI를 비롯해 pro-PSA, free-PSA 수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지수들은 단독 또는 생검 결과와 함께 적용될 경우 악성 종양으로 발전할 환자들의 선별에 약 70%의 정확도를 보였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PSA 검사를 통해 즉각적인 치료를 기대한다는 점. PSA 검사 후 공격적인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들이 있지만 대부분 치명적인 암으로까지는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에서도 약 50%의 저위험군 환자들은 의학적인 중재(intervention)가 없어도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벨트리 교수는 "올바른 바이오마커로 종양의 병리학적 변이를 관찰하는 것은 환자와 의사들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며, 이번 연구가 저위험군에서부터 치명적인 암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자를 판별해 조기부터 관찰하면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생검을 통한 치료전략 제시
[AACR 2010; Abstract LB-1]

검진을 통한 무조건적인 치료가 문제가 되지만 심도깊은 검진이 치료효과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앤더슨암센터 에드워드 김(Edward Kim) 박사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를 대상으로 한 "BATTLE" 연구를 통해 환자의 현재 상태에서 나타나는 종양의 바이오마커에 맞춘 치료전략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종양의 바이오마커는 생검을 통해서 진행하는 것으로, 이제까지 NSCLC의 치료가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상태와 종양의 조직학에 의존해왔다.

김 교수는 "정확한 종양의 바이오마커 부재가 치료전략 결정의 걸림돌이었다"며 이 연구가 새로운 임상시험의 형태를 제시함과 동시에 개인맞춤치료에 대한 접근방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검을 통해서 확보한 NSCLC의 바이오마커는 EGFR·KRAS·BRAF 유전자 변이, 형광동소보합법(fluorescence in situ hybridization)에 의한 VEGF·VEGFR·3RXR 수용체 증식, Cyclin D1 관련 변이 등 11종이다. 김 교수는 바이오마커별 맞춤 약물치료가 기존의 치료법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연구에서는 2가지 1차 치료방법에 반응이 없었던 255명의 진행성 비소세포폐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에르로티닙(erlotinib, Tarceva), 반데타닙(vandetanib, Zactima), 에르로티닙+벡사로테네(erlotinib+bexarotene, Targretin), 소라페닙(sorafenib, Nexavar)를 무작위로 투여했다.

연구결과 EGFR 변이에는 에를로티닙, 면역조직화학에 의한 사이클린(Cyclin) D1 양성, FISH에 의한 EGFR 증식에는 에를로티닙-벡사로네테 복합제, 면역조직화학에 의한 VEGFR2 양성반응에는 반데티닙, EGFR 탈락변이나 다염색체성의 부재, KRAS 변이에는 소라페닙이 최고의 치료적합성을 보였다.

8주간의 질환 관리정도 비교에서 바이오마커 치료군은 46%, 종양조직 치료군에서는 30%으로 나타났다. 전체 평균 생존률도 각각 11개월, 7.5개월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생검 치료전략은 환자의 위험도를 높이지 않는다"고 덧붙여 이번 연구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한편 부작용으로 심각하게 나타나는 기흉은 전체 환자의 11%에게서, 독성반응은 6.5%에서 3~4도로 나타났다.


▲만성질환의 관리로 전립선암의 전이 막는다
[AACR 2010; Abstract 1799]

국립암센터는 예방을 통해서 암과 공통된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는 만성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항당뇨병약물인 메트포르민(metformin)을 안드로겐 억제제인 비카루타마이드(bicalutamide, Casodex)와 함께 투여했을 때 약효를 높여 호르몬 내성 전립선암세포의 전이속도를 상당히 감소시켰다는 연구는 암과 만성질환의 관리가 전혀 다른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토론토대학 바순다라 벤카테스와란(Vasundara Venkateswaran) 교수는 "이 연구 매커니즘을 통해 잠정적으로 전립선암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긍정적인 결과가 추가적인 효과인지 약물의 시너지 효과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트포르민의 항종양효과는 이미 이전 연구들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동물연구뿐만 아니라 임상연구에서도 메트포르민이 암 유병률 감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전립선암에서 그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암엑스포에서도 한올바이오파마 민창희 연구소장은 "2009년 메트포르민 투여군에서 췌장암 발생률이 60% 감소했고, 20여년간 추적관찰한 "UKPDS" 연구결과 암사망률이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해 메트포르민의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단 아직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젖산의 축적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한편 벤카테스와란 교수는 "전립선암이 인슐린에 의해 촉발되고 인슐린성장요소 수용체가 전립선암 환자에게서 과도하게 나타났고, 이런 양상은 "과체중, 대사증후군인 경우에는 더 명확하게 나타났다"며 비만과의 연관성 문제를 제기했다.

벤카테스와란 교수는 "비만과 전립선암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비만환자 중 전립선암 환자들의 전립선암 사망률이 높다는 점은 이에 대한 근거가 되고 있다"고 부연해 예방과 앞으로 연구의 방향을 제시했다.


암검진, 투자를 이야기하다

미국암연구학회 학술대회에서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는 미국암연구소에 10억 4000만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자해 향후 몇 년 간 연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보다 12% 오른 금액으로 미국암연구소의 존 니에더후버(John Niederhuber) 박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와중이지만 정부의 지원으로 인해 새로운 암연구와 연구자들을 지원할 수 있게됐다"고 말했다.

이번 지원으로 가장 많은 진척이 있을 것으로 보는 분야는 악성 종양에 대한 타깃 유전자 연구다. 이미 기존에 없던 교묘종세포에 관련된 3개의 유전자를 발견했고, 앞으로 수년 안에 20~25종류의 종양에 대한 유전자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개인암맞춤치료의 기반을 구축하고, 내과의사들까지 암연구의 범위에 포함시켜 내부연구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암엑스포에서도 지식경제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주관한 세션에서 Her-2/neu 과발현 암, Wnt 신호전달저해혁신 항암제개발, 메트포르민 관련 항암제개발 등 국내에서 개발 중인 다양한 약물들이 소개됐다.
국가암관리사업은 국민들의 암유병률 및 생존률을 높이기 위한 보건적 향상과 함께 사회경제적인 탄력을 동반한다. 이에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R&D를 통해 항암제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산업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나오는 연구 투자를 위해서는 기초를 배제할 수 없다. 또 이미 구축된 검진 시스템에 기대서 이에 대한 개선을 외면할 수도 없다. 한정된 자원에서는 흔히 말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어떤 분야를 우선 선택하고 집중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각분야의 현장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협의가 필요하다. 기초와 임상의 융합이라는 큰 과제도 첫 발이 필요하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세계적인 경쟁체계에서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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