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건강한 삶" 향해 "아름다운 동행" 함께해요

"우리 선수들이 선전해 휠체어컬링에서 은메달을 따는 쾌거를 기록해 화제를 낳았지요. 수년간 지켜봐왔던 터라 시합에 나서기 전부터 왠지 예감이 좋았습니다. 이같은 관심을 바탕으로 앞으로 장애인올림픽은 물론, 소외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늘어났으면 합니다."

이대목동병원 재활의학과 배하석 교수는 지난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 이어 2번째로 밴쿠버 장애인올림픽에 다녀왔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의무위원이기도 한 배 교수는 이번 올림픽에 참석하기 위해 개인 휴가를 사용하는가 하면, 자비를 털어 항공권을 구입해 먼길에 다녀왔다.

밴쿠버 장애인올림픽 숨은 주역

피곤한 여정과 공식적으로 부족한 지원에 불만이 있을 법도 한데,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대한 감격부터 말을 잇는다. IPC 위원에 한국인은 4인밖에 없으며, 그중 의사는 원주 연세의대 이영희 교수와 배 교수만이 속해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다. 또다른 IPC 위원인 장향숙 국회의원이 1988년 서울 장애인올림픽 이후 22년 만에 성화봉송에 참여한 것도 자랑거리다.

"장애인올림픽 개막식 장면이 우리나라에서 중계된 것도 처음입니다. 실제 올림픽이 개최된 캐나다조차 개막식이 방송되지 않다가, 한국에서 개막식이 중계된다는 소식에 뒤늦게 방송하는 등 우리나라가 많은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배 교수가 장애인과 처음 일을 하게 된 것은 연세의대 재직 시절 현재 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의 권유 덕분이었다. 재활의학이라는 특성상 장애인에 대한 재활치료를 담당하는 역할이 있지만, 중도에 포기하는 이들도 많았던 만큼 힘든 일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없었으면 어려웠을 것입니다. 처음에 함께 하던 이들이 억지로 끌려가듯 하다가 그만두는 일이 많았지요. 10여년간 장애인을 곁에서 봐오면서 쌓인 정(情)때문에 저도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된 게 아닐까 싶네요."

10년간 선수들 약물상담 도맡아

배 교수는 장애인 등급 판정을 비롯해 도핑 테스트, 약물에 대한 상담 등에 대해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장애인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선수들에게 연금 등의 혜택이 많아지면서 약물의 힘을 빌려 메달을 따려는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주의를 당부한다. "장애인은 일반선수들보다 어쩔 수 없이 약물을 더 복용하게 됩니다. 그러나 도핑테스트가 무서워서 먹어야 할 약물을 먹지 못하거나, 반대로 무리하게 약물의 힘을 빌려 스포츠를 하는 것을 막는 것이 정확한 역할입니다."

최근에는 그동안의 관심과 경험을 토대로 의무지원팀을 구성했다. 기존에 재활의학과와 정형외과만 국내 의무위원으로 활동했지만,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신경과 등의 스탭이 함께 참여, 포괄적인 진료영역에서 선수들을 응원할 계획이다.

의무지원팀 구성 포괄적 지원 앞장

이를 위해 큰 혜택을 바라지 않고 봉사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의사들이 많은 도움이 됐으며, 태릉선수촌을 찾는 등 장애인스포츠에 한껏 가까이 다가설 생각이다. 장애인이면 온전한 재활치료가 불가능할 법도 한데, 일반선수들보다 의사들의 영역이 더 많다는 입장에서 보람된 일이라고 밝혔다.

"일반선수들의 경우에는 이번 아니면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많아서인지, 아무리 아프더라도 무조건 출전부터 하고 싶어해요. 그래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진통제를 맞춰주는 정도밖에 없지요. 장애인의 경우에는 당장 출전하지 못하는 것보다 건강과 체력을 잘 관리해 다음에 또 출전하는 것에 보다 의미를 두기 때문에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요."

그러나 소외계층으로 분류되는 장애인에 대한 부족한 관심과 지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예컨대 장애인올림픽 공식 폐막행사인 "황연대극복상"이 우리나라의 크나큰 자랑거리지만, 심사위원들의 심사비용 등 부대비용이 많이 소요돼 진행에 어려움이 뒤따른다. 배 교수는 이번 장애인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시작으로,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앞으로 장애인스포츠를 포함해 장애인에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에게 스포츠는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보통 사고 등 후천적인 장애인이 많이 생기는데, 쉽게 우울증에 빠지고 자칫 위험한 생각으로까지 빠질 수 있지요. 이런 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삶에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장애인이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사회에서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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