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의 의료진 건국대병원 방문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의 CARVAR수술에 대해 흉부외과학회에 이어 보건의료연구원, 심장학회 등의 부정적인 입
장이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인도, 중국, 타이완, 파키스탄 등 6명의 아시아 지역 흉부외과 의사들이 CARVAR 수술 아카데미에 참석했다.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미묘한 시기지만, 이번달 말 CE 인증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해외 진출을 미룰 수 없다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1000달러씩 자비를 내고 CARVAR 아카데미에 참여한 이들은 수술을 참관해 강의를 듣고, 돼지심장으로 이론과 실습 교육을 진행했다. 10일 저녁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밝힌 자리에서 한결같이 "과학적이고 완벽한 수술"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파키스탄 Tabba심장협회의 Khalid Rasheed 박사는 "라이브 서저리에서 수술을 배운 이후 10례 가량 이미 시술을 진행했다"며 "많은 판막질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며, 한국 의사들도 CARVAR 수술 아카데미에 참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인도의 경우는 10년간 250%가량이나 수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중국과 함께 심장수술 급증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흉부외과학회장 출신인 Fortis병원의 Vivek Jawali 박사는 "자신의 신체 일부가 아닌데다 10년 이후에는 재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판막치환술을 줄이고 성형술을 늘리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 Shuguang병원의 Tong-yu Chen 박사도 "수술을 보고 매우 놀라웠으며, 완벽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아카데미에서 모든 팁을 다 공개했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도입해 첫 번째 수술 주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흉부외과학회 발표 자리에서 잇딴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거나, 우리나라 의사 대상 아카데미에는 저조한 관심이 뒤따른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 기술 세계 진출 가능성 충분

해외 의사들의 관심을 토대로 우리 기술의 세계 진출이 촉발될 수 있다. CARVAR에 근거한 "대동맥 판막 성형기구 세트 및 이를 이용한 치료방법"이 지난달 2일자로 유럽연합(EU) 특허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EU 개별국가에 대해 해당국가 고유언어로 특허명세서 번역본을 제출하면 특허권이 최종등록, 세계 판막수술 재료 시장 진출에 강력한 보호막 역할을 할 것으로 송 교수는 내다봤다.
 
한국(2005년 1월), 러시아(2007년 9월), 일본(2007년 10월), 인도(2008년 1월), 중국(2009년 4월)에서 특허등록을 완료한 상태이며, 미국특허와 브라질특허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송 교수는 "각국에 서서히 진출하게 되면 2~3년 내에 판막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베트남은 이미 인허가가 끝났으며, 대만, 중국 등의 상반기 진출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9월부터는 스웨덴 등에 라이브 데모를 보내 유럽 진출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 현지 방문 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기존 판막시장 저항 우려도 공존

물론 기존 판막 시장의 저항에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 송 교수는 "유럽특허를 내는 과정에서 논문이 2번이나 없어졌는데, 우연으로 치기에는 너무 이상했다"며 "확인결과 분명히 배송받은 흔적이 있는데, 판막업체들의 횡포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특허기간이 5년 6개월이나 소요된 것도 기존 판막업체들의 방해로 보고 있다. 미국 공략부터 시작해보려다가 이같은 이유로 아시아권으로 선행하기도 했다.
 
인도 Vivek Jawali 박사는 "CARVAR 수술 재료를 생산하는 업체인 사이언씨티가 세계적인 기업이 될 것이며, 기존 판막업체는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다"며 "수술 결과가 좋은데도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결국 "Good technics always win""이라고 확신했다.
 
대만 Cheng hsin 병원의 Robert Chen 박사도 "기존 수술과 비교할 때 결과가 중요하며, 재수술 부담 항응고제 복용 등의 측면에서 환자 만족을 위한 결과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대만도 PCI를 놓고 심장내과와 흉부외과간 영역 다툼이 논쟁이 있지만, 결국 근거를 통한 결과로 결론지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아시아권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을지 몰라도, 유럽과 미국 의사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국내 한 흉부외과 전문의는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뒤따라야 하는 곳이 유럽과 미국이며, 현재 판막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국내에서도 시끄러운 현실에서 선진국 시장 진입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논란과 상관없이 국내 의료기기산업 측면으로 국내 기술의 세계 진출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높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박희병 전무이사는 "사이언씨티는 전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국내에 이런 제품과 업체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창립된 한국의료기기연구조합에 사이언씨티를 참여하게 하는가 하면, 세계 진출을 적극 도울 생각이다.

사이언씨티 허 은 대표는 "판막시장은 50년 가까이 같은 제품만을 사용하는 정체된 시장이었으나, 세계에서 인정받으면 우리 기술이 세계에 진출하면서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다"며 "특히 가장 최상등급의 의료기기로 승인을 받은 만큼,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한층 보여줄 수 있으며 가장 까다로운 미국 시장 진출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새 수술법 발표시 임상연구 필요
 
판막시장은 보통 1조5000억원에서 2조 가까이로 추정되고 있으며, 메드트로닉, 세인트쥬드, 에드워드 라이프사이언스 등의 업체가 주요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대한흉부외과학회지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기계판막에서는 가장 오래된 스타에드워드(Starr-Edwards)판막은 1960년 처음 인체에 시술됐고, 현재도 사용되는 모델은 1965년에 나온 것으로 30년 이상의 사용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에 나온 판막이 1개의 원형디스크가 개폐되는 형태(tilting disc valve)로 비요크 쉴리(Bjork-Shieley), 옴니사이언스(Omniscience), 메드트로닉-홀(Medtronic-Hall) 판막 등이 있다. 비요크 쉴리 판막은 지지대의 파열로 디스크가 떨어져 나간 증례들이 보고돼 미국에서는 사용중지 됐고, 옴니사이언스와 메드트로닉홀 판막은 혈역학적으로 우수하고 혈전형성이 비교적 적어 아직 사용되고 있다.
 
이후 2개의 반원형의 판막편이 개폐되는 형태(bileaflet valve)로 세인트 쥬드(St. Jude), 카보메딕스(Carbomedics), ATS판막 등이 있으며, 혈역학적성능 및 혈전발생빈도에서 우수해 현재 널리 이용되고 있다.
 
다양한 판막에 대한 연구가 끊임없이 진행되는 가운데, 메드트로닉은 심장 판막 메이커인 코어밸브(Corevalve)를 지난해 7억달러에 인수한 이후 지난달부터는 트랜스카테터 대동맥판막장치의 효능에 관한 국제적인 임상 프로그램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트랜스카테터는 개심술이 아닌 대퇴부의 동맥을 약간 절개해 대체 심장 판막을 삽입하는 수술로, "최소침습 수술", "비수술적 치료"라고 알리면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에드워드 라이프사이언스가 유사한 수술을 진행했던 만큼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한가지 이색적인 것은 대형업체들이 신기술을 채택하더라도 국내 시장에 당장 들어올 가능성은 낮다는 사실이다. 한 판막업체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워낙 작아 크게 욕심을 내고 있지 않다"며 "또한 국내 의사들은 대체로 새로운 것에 대한 저항과 기존에 하던 시술에 대한 안전성을 담보하고자 하는 측면이 많아 도입을 시도하더라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분명 주요 판막 업체가 송 교수와 가장 크게 비교되는 것은 대규모 임상연구다. 코어밸브의 경우 시판되는 국가 소재 최대 90곳 임상시험 실시기관에서 1000여명에 대한 임상연구가 진행된다.

메드트로닉 심혈관사업부 부사장 John Liddicoat 박사는 "획기적인 의료기기 제품의 근거를 강화하고자 내부적으로 국제적인 임상연구에 매진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며 "근거 중심" 측면에 무게감을 뒀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CE 인증 이후 세계 진출과 동시에 시술은 물론 재료에 대한 임상연구의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고, 향후 FDA 승인 등으로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을 잠재울 전망이다.
 
한편, 주요 판막 업체들은 "전체 품목에서 인공판막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으며, 특히 한국 시장은 전세계에 비해 미미할 정도"라며 "30년 이상 추적관찰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돼 있는 만큼, 다른 기술이 따라오기 위해서는 결과에 대한 확실한 입증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새로운 판막기술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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