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 바이엘·화이자 따돌리고 3위 질주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다국적 제약사들의 서열(?)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 한국노바티스가 "TOP 3"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한편 한국로슈가 6위로 올라서는 이변이 나왔다. 반면 한국화이자제약은 5위까지로 밀려나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08년까지만해도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사노피아벤티스·바이엘코리아·화이자·노바티스 순이었던 TOP 5 체제는 지난해부터 GSK·사노피아벤티스·노바티스·바이엘코리아·화이자 순으로 재전열이 이뤄졌다.

눈에 띄는 부분은 한국노바티스의 성장이다. 2008년 만해도 5위에 머물렀던 이 회사는 지속적인 파이프라인에 힘입어 지난해 바이엘코리아와 한국화이자제약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이 때문에 화이자는 졸지에 5위로 밀려났다. 노바티스는 지난해 전년대비 18%가 성장한 3626억 원으로 마감했는데 이러한 수치는 2위인 사노피아벤티스와 142억 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거침없는 외형적 성장을 이뤘지만 질적 성장까지 좋다고는 할 수 없다. 판관비 등의 증가로 영업이익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바티스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가량 떨어진 81억원에 그쳤다. 문제는 순이익이 마이너스 18억 원으로 전년에 이어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바티스는 2008년도에도 환차손해로 200여 억원이 넘는 손실이 났었는데 올해는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50여 억원의 비용이 영업외 비용에 반영되면서 순이익이 감소되는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이와 달리 2008년에 이어 1위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GSK는 비교적 순항하는 모습이다. 어려운 제약 환경속에서도 전년대비 11%라는 두자릿수 성장을 이끌었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매출은 4343억원으로 2위인 사노피-아벤티스와는 무려 575억원이 차이. 프리토, 헵세라 등 기존제품의 매출증가와 서바릭스 등 바이오제품의 매출확대가 원동력으로 풀이된다.

GSK는 이대로만 가면 올해 5000억 원 근접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타 제약사들과 비교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구조다. 각각 225억과 211억 원을 기록했다. 앞으로 GSK의 남은 숙제는 스티펠의 매출을 어떻게 확대시키는 가다. 바이오제품외에 주력제품 상당수가 매출 하락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2위는 사노피아벤티스로 전년 대비 3% 성장한 3768억 원을 기록했다. 성장률이 낮은 이유는 대형품목인 프라빅스와 악토넬 제네릭이 줄줄이 나오면서 성장판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는 상위권 제약사중 가장 안정적이다. 각각 376억 원과 221억 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러한 성장을 올해에도 이어갈 수 있느냐다. 사노피-아벤티스는 대형품목의 잇따른 특허만료로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를 보완해줄 대형급 제품이 아직없다는 점이 약점이다. 이 기회를 놓치세라 노바티스가 호시탐탐 2위를 노리고 있다.

4위는 바이엘코리아로 한국쉐링을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두드러진 매출변화가 보이지 않는게 한계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전년대비 3% 성장한 3476억 원이라는 수치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결국 넥사바와 자렐토의 급여등재 및 확대 여부가 성장과 퇴보의 판가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바이엘에 밀리며 자존심을 구긴 화이자는 전진을 위한 한단계 후퇴라는 입장아래 올해 다시 TOP3안으로 들어온다는 계획이다. 천군만마격인 와이어스를 인수하면서 백신 등 바이오제품군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올해 매출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무리 신경을 안쓴다고 해도 손해폭이 너무 크다. 지난해 화이자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352억원인데다 순이익도 마이어스 163억원이다. 매출은 전년과 거의 동일한 3332억 원이다. 판관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올해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지 관심이 주목되는 회사다.

이런 가운데 중견제약사로는 한국로슈가 주목을 끌고 있다. 2008년도에 1647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이회사는 불가 1년만에 89%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이끌어냈다. 전 다국적 제약사들 통틀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가장 높이 성장한 회사다. 물론 신종플루 특수에 따른 타미플루 매출이 반영된 것이지만 신종플루 위험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매출효과가 몇년간은 더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파이프라인 감소로 큰 폭의 순위변화가 연출됐다"면서 "올해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인수합병에 따른 통합매출효과가 적용되기 때문에 또한번 순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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