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장 주민경 교수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좌장 주민경 교수(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최근 ‘편두통 질환에서 트립탄제의 역할’을 주제로 좌담회가 개최됐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주민경 교수(세브란스병원)를 좌장으로 김병건 교수(노원을지대학교병원)의 ‘일차진료에서 적극적인 편두통의 진단’에 대한 강연이 있었다.

본지에서는 이날의 강연 및 토의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일차진료에서 적극적인 편두통의 진단

연자 김병건 교수(노원을지대학교병원 신경과)

두통 환자가 내원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편두통이다. 2019년 기준 국내 두통 환자 중 58%가 편두통이지만, 편두통의 경우 환자가 최초 증상을 지각한 후 확진 받기까지 평균 10년 이상 소요되는 정도로 과소진단되는 경향이 있다. 편두통의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약물과용 등으로 인해 점차 악화되는 양상으로 진행된다. 만성편두통 환자에서 약물과용 비율은 60~65%로 알려져 있다. 

내원하는 두통 환자 진단의 처음과 끝은 병력 청취이다. 특히 50세 이후 새로 생기는 두통, 갑자기 시작한 심한 벼락두통, 복시 등 신경학적 이상소견을 동반한 두통, 점차 악화되는 두통 등 위험한 두통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편두통은 제한된 진료 시간에 효율적으로 진단해야 한다. Lipton 등(2003)은 일차진료 현장에서 비교적 간편하게 편두통 환자를 진단할 수 있도록 3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ID Migraine’을 개발했다. 핵심 질문은 1) 최근 3개월 동안 두통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장애를 느껴본 적이 있는지 2) 두통이 있을 때 구역이나 구토가 동반되는지 3) 두통이 있을 때 밝은 빛에 통증이 더 심해지는지 여부이다<그림 1>

그림 1. ID migraine 진단기준

부비동에 의한 두통으로 알고 있던 환자를 대상으로 국제두통학회(IHS) 기준에 근거해 진단한 결과, 86%가 편두통으로 밝혀졌고 3%만이 부비동에 의한 두통에 해당하였다고 보고된 바 있다. 제대로 편두통 진단을 받지 못한 환자 중 대부분이 부비동 두통으로 잘못 진단되었고, 이 환자에게 트립탄제를 투여 시 높은 호전 반응을 보였다<그림 2>. 이는 부비동 두통으로 진단된 대부분의 환자들이 편두통이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그림 2. 이전에 부비동 두통으로 진단된 환자에서트립탄제 투여 후 긍정적인 반응

국제두통질환분류(ICHD-3)에서 정한 편두통의 진단기준이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ICHD-3의 진단기준에 맞지 않는 편두통 환자도 매우 흔하다. 폭넓게 편두통을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등도 이상의 두통이 반복되거나, 어릴 때부터 두통이 시작되었거나, 가족력이 있을 때, 월경 시 두통이 있는 경우 등도 편두통을 의심해볼 수 있다. 

환자의 병력 청취로 진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트립탄에 대한 약물 반응을 고려해볼 수 있다. 국제두통질환분류(2018) 진단기준에 따르면 3개월 이상 동안 한 달에 15일 이상 발생하는 두통이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최소 8일)이 편두통에 합당한 두통을 보일 때 만성편두통으로 진단할 수 있다. 편두통에 합당한 두통은 두통이 있을 때 환자가 편두통으로 판단하고 트립탄이나 에르코트 제제로 증상을 완화시킨 경우도 포함한다. 

한편 Leroux 등(2020)은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해 편두통 환자들 중 30~40%가 트립탄제에 대해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내약성의 문제를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편두통의 급성기 치료에 사용하는 트립탄제 중 frovatriptan과 naratriptan은 작용이 가장 느리게 나타나며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향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frovatriptan의 내약성 및 안전성을 sumatriptan과 비교 연구한 결과, frovatriptan 투여는 위약과 유사한 정도의 부작용을 나타냈으며 직접 비교 연구에서는 sumatriptan 대비 우수한 내약성을 보였다.  Frovatriptan은 반감기가 가장 긴 트립탄제로 편두통의 지속시간이 긴 환자의 급성기 치료와 편두통 전구 증상에 사용했을 때 적합하다.

또한 월경편두통(menstrual migraine) 환자에서 frovatriptan을 단기간  동안 단기예방(mini-prophylaxis) 약제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트립탄제 처방 시 주의할 점은 약물과용두통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급성기 약물투여를 1주 2회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Panel Discussion

Q. 편두통 환자를 진료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요?

박홍균: 진단보다는 환자에게 편두통에 대해 설명하고 치료 과정, 앞으로의 관리 등을 설명하는 데에 오히려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대략 20분 정도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김병수: 편두통 진단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구조화된 설문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조수현: 삽화편두통인지 만성편두통인지에 따라 진단에 필요한 기간이 달라집니다. 삽화편두통의 경우 발생 빈도 등이 진단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환자별로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편두통이 고빈도로 발생한다면 초진이더라도 진단이 가능하지만, 저빈도일 경우 트립탄제를 1~2개월 처방하여 경과를 지켜본 후 진단합니다. 만성편두통 환자는 검사를 시행하면서 추적 관찰하여 확진하고 있습니다.  

주민경: 편두통 진단에 있어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증상이 바로 구토입니다. 가장 중요하고 민감도가 높은 증상임을 강조합니다. 이외에 빛공포증(photophobia), 소리공포증(phonophobia) 등 빛과 소리에 불편함을 느끼는 특이 증상들을 바탕으로 편두통을 진단합니다.

Q. 편두통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트립탄제에 대한 약물 반응이 진단에 도움이 되는지요?

이미지: 편두통 의심 환자에게 트립탄제 약물 반응을 통해 편두통을 진단하기에는 민감도가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편두통 의심환자에게 트립탄제 처방 후 극적인 효과가 없다고 해서 편두통을 배제하는 것은 위험한 접근입니다.

편두통은 임상진단이므로 의심되면 편두통 치료를 계속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오히려 긴장형두통이라고 진단했는데 치료효과가 너무 없다고 생각될 때 트립탄제를 포함한 편두통 약제를 사용하여 치료해 보시는 것을 권고드립니다. 

김병건: 트립탄제를 처방하여 진단하기 보다는 역으로 편두통 진단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환자 중 sumatriptan 또는 ergotamine을 장기간 복용하여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환자들이 편두통 환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주민경: 차도가 없는 만성두통 환자에게 감별을 위해 트립탄제를 처방해 볼 수 있겠습니다. 

조수진: 편두통의 양상이 다양할 수 있으므로 전형적 편두통(typical migraine)이 아닌 개연편두통(probable migraine)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트립탄제를 처방하고 효과를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Q. 트립탄제 처방 후 유의하여 살펴야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문희수: 트립탄제의 효과 판정을 위해 환자들에게 증상이 시작되는 즉시 가능한 빨리 트립탄제를 복용할 것과 복용 후 1~2시간 이내에 일상생활에 복귀할 정도로 두통이 소실되는지 평가하도록 합니다. 다음번 외래진료에서는 환자가 트립탄제 복용 시점을 제대로 지켰는지 확인합니다.

혹시 새벽에 두통이 심한 상태로 잠에서 깨기 때문에 약을 복용하는 시점을 놓치지는 않는지, 단순진통제를 먼저 복용했다가 두통이 더 심해지면 트립탄제를 나중에 복용하지는 않는지, 부작용 때문에 복용하기를 꺼리는지 등을 잘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트립탄제의 효과가 일관되게 나타나는지 확인이 필요한 경우 용량을 조절하거나 약제를 교체해 봅니다. 

조수진: 트립탄제의 복용 시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또한 두통의 양상이 변화하기 때문에 적어도 세 차례는 트립탄제 복용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작용이 나타나더라도 우려하지 않도록 미리 설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Q. 편두통 치료에서 frovatriptan의 역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박홍균: 편두통은 환자마다 증상과 장애 정도가 다양해 개개인에 맞는 적절한 트립탄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데, frovatriptan은 선택지를 넓혀주는 치료옵션입니다. 특히 편두통이 있는 여성 환자의 절반이 경험하는 월경편두통에 효과적입니다. 

서종근: Frovatriptan은 신장애나 간장애 환자들에게도 용량 조절 없이 처방할 수 있고, 트립탄제 중 부작용이 적은 장점이 있습니다. 여성에서 유병률이 높은 월경편두통 환자에게 frovatriptan 같은 급성기 약물치료는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김병수: 편두통을 처음 진단 후 트립탄제를 처방하고 환자가 트립탄제의 두통 완화 효과를 경험하게 되면 환자 스스로가 편두통은 치료 가능한 병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편두통 환자들의 질환 부담과 장애를 경감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Q. 두통 전문가로서 편두통 일차진료 의료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이미지: 공고한 편두통 진단이 좋은 치료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차두통에서 중요한 지표는 특정 지속시간이 지나면 두통이 자발적으로 관해되어 머리가 완전히 맑아지는 것입니다. 두통발작 사이에 그러한 기간이 있는지를 꼭 확인하고 편두통을 진단하길 권고합니다.

일단 삽화편두통을 진단하면 꾸준히 치료를 지속해야 합니다. 당장 환자들에게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환자의 미충족 요구를 분석하면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물론 이차두통이 아닌지는 항시 유의해서 감별해야 합니다. 

조수현: 편두통의 치료 목적을 단기가 아닌 장기적으로 세워야 하며, 증상 경감과 예방 치료를 구분해서 약제를 선택해야 합니다.  

서종근: 편두통 진단 시 국제두통질환분류는 편두통의 여러 면 중 두통기에 해당하는 면만 보여줍니다. 따라서 개연편두통을 포괄하는 폭넓은 진단기준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수진: 두통으로 표현되지 않는 다양한 임상양상과 동반질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편두통을 진단하기 바랍니다. 

주민경: 트립탄제에 대해 간혹 약물 중독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환자들이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트립탄제가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는 약제인 만큼 크게 걱정하지 않도록 설명하여 안심시킵니다.  

문희수: 정확한 진단을 위해 ID migraine의 핵심적인 질문들을 사용하면서, 편두통을 시사하는 보조 질문들을 활용하기 바랍니다. 편두통으로 진단되면 트립탄제를 처방하는데 어려워하지 말고 부작용이 적은 frovatriptan을 1단계로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트립탄제의 약물과용에 대해서 주의해야 하고, 환자들에게 편두통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완치가 아니라 조절해야 하는 질병인 만큼 약물 복용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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