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감각신경성 난청 치료제 AK-OTOF 1/2상 첫 환자 투여 결과 발표
선천성 난청 겪던 11세 환자, 치료제 1회 투여 후 30일 이내 청력 회복
아스텔라스 FX-322는 2상에서 실패....리제네론·센소리온도 임상 진행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태어났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청각장애를 단 한번의 치료제 투여로 고칠 수 있을까? 불가능했던 영역에서 점차 희망이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릴리는 난청 치료제로 개발 중인 AK-OTOF 임상 1/2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AK-OTOF는 오토페린 유전자(OTOF) 돌연변이로 인한 감각신경성 난청 치료를 위해 개발 중인 유전자 치료제다. 이는 릴리의 자회사인 아큐오스가 개발 중인 치료제로, 릴리는 지난 2022년 아큐오스를 인수했다.

AK-OTOF는 아데노관련바이러스(AAV) 벡터 기반 유전자 치료법으로, AAV를 전달체로 활용해 정상 오토페린 유전자를 달팽이관 속 유모세포에 전달하는 기전이다.

AK-OTOF-101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AK-OTOF를 오토페린 유전자가 발현되는 귀의 편측 달팽이관에 1회 주입했다. 청력 회복은 임상적으로 허용되는 척도인 행동 청력 측정법 및 청성뇌간반응검사(ABR)으로 평가했다. 

연구에서 AK-OTOF 치료를 받은 첫 번째 참가자는 출생 시부터 심각한 청력 상실을 겪어온 11세 환자였다. 참가자는 AK-OTOF 1회 투여 후 30일 이내에 약리학적 청력 회복이 관찰됐다. 

모든 주파수에 걸쳐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청력이 회복돼 65~20dB HL의 역치를 달성했으며, 30일차 방문 시 일부 주파수에서는 정상 청력에 도달했다. AK-OTOF의 수술적 투여 절차와 임상시험 요법은 모두 내약성이 좋았으며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이번 임상 연구에 참여한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John Germiller 박사는 "청력 상실에 대한 유전자 치료법은 전 세계 의사와 과학자들이 20년 넘게 연구해 온 것"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은 수준으로 청력을 회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릴리는 두 번째 참가자의 초기 데이터를 포함하는 나머지 결과를 올해 하반기에 열리는 미국 이비인후과 연구학회(ARO) 동계 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년 넘게 이어진 난청 치료제 개발 시도...실패 사례도

청력 상실은 가장 흔한 감각 질환이나, 청력 회복을 위해 승인된 약리학적 치료법은 아직 없다. 달팽이관 이식이 현재 표준 치료로 시행되고 있으나, 이는 복잡한 소리의 전체 범위를 재현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선진국에서 진단되는 영구적인 선천성 청력 상실의 대부분 사례는 감각신경성이며, 단일 유전자 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OTOF 돌연변이로 인한 난청의 경우 선천성 청각 장애의 약 8%를 차지한다.

이에 연구자들은 건강한 유전자를 내이의 표적 세포에 전달하면 이러한 환자들의 청각 기능을 회복할 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에 제약사들이 유전자 치료법 개발을 위해 힘써왔지만 결과가 항상 좋지는 않았다. 

아스텔라스는 지난 2019년 프리퀀시 테라퓨틱스의 난청 치료제 후보물질 FX-322를 도입해 연구를 진행했다. FX-322는 내이의 전구세포를 유모세포로 분화시켜 청력 회복을 촉진하는 기전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지난 2월 발표된 임상2b상 연구 결과, FX-322는 1차 목표점을 달성하지 못해 위약과 차이를 입증하지 못했다. 앞선 임상 1/2상에서는 다수 환자에서 청력 개선 효과를 보이며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효과 입증에 실패한 것. 

돌발성 또는 소음성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 142명이 참여한 해당 연구에서, 90일차에 FX-322 투여군과 위약군의 음성 인식 개선에 의미 있는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회사는 FX-322의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리제네론·센소리온 영유아 대상 임상 진행 중

그러나 난청 치료제 개발 도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릴리뿐 아니라 리제네론도 작년 8월 청력 개선 치료제 개발 전문 회사인 데시벨 테라퓨틱스를 인수하고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DB-OTO는 AK-OTOF와 마찬가지로 OTOF 돌연변이성 난청을 치료하기 위한 AAV를 기반 유전자 치료제다.

회사는 작년 10월 DB-OTO의 임상 1/2상 CHORD 연구의 첫 번째 환자인 2세 미만 영유아 대상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참가자의 편측 달팽이관에 DB-OTO를 주사한 후 행동 청력 측정법 및 청성뇌간반응검사(ABR)로 평가한 결과, 치료 6주차에 청각 반응 개선이 관찰됐다. 치료 후 6주차까지 우려되는 안전성 신호도 나타나지 않았다. 

CHORD 연구는 2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2030년까지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프랑스 제약사인 센소리온이 OTOF 돌연변이성 난청 유전자 치료제 SENS-501을 개발에 뛰어들었다.

회사는 지난달 19일 6~31개월 소아 난청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1/2상 개시를 승인받고 환자를 모집 중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