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퀄리티혁신실 문희수 실장(신경과 교수)

강북삼성병원 퀄리티혁신실 문희수 실장(신경과 교수)
강북삼성병원 퀄리티혁신실 문희수 실장(신경과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저칼륨혈증 등에 사용되는 염화칼륨(KCL)은 희석되지 않은 상태로 정맥으로 주입되면 사망 등 환자에게 치명적 위험을 초래하는 약물이다. 

이에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환자 안전 주의경보를 발령하고, 염화칼륨이 함유된 '완제품(Pre-mix)'을 처방하도록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처방의 불편 등 여러 이유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최근 강북삼성병원이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눈길을 끌고 있다. 병원 퀄리티혁신실장을 맡고 있는 문희수 실장(신경과 교수)을 만나 그 해법을 들어봤다. 

염화칼륨 완제품 처방까지 2년가량 소요 

강북삼성병원에 근무하는 모든 의사가 염화칼륨 완제품을 처방하도록 하는데 걸린 시간은 약 2년. 왜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일까? 

문 실장은 "의사들이 염화칼륨 완제품은 미세조정이 어렵고, 불편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 생소하고 불편한 것도 한 이유였다"며 "특히 의사의 처방 패턴을 변경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년 6개월 이상 왜 염화칼륨 완제품을 처방해야 하는지 교육하고, 내과나 외과 등 오더를 내는 의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얘기했다"며 "그렇게 노력한 결과 염화칼륨 처방이 5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처방률이 50% 정도 줄었지만, 처방 오류 가능성이 남아 있자, 문 실장이 꺼내든 카드는 병원 내 공론화였다. 

신현철 원장과 의사, 간호사 등이 참여하는 QPS(Quality & Patient Safety)팀이 주관하는 M&M(Morbidity & Mortality) 컨퍼런스를 열고 이 주제를 올린 것. 

문 실장은 "컨퍼런스에서 여러 직군이 치열하게 토론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부정확한 처방으로 인한 투약 오류 개선을 위해 '처방관리위원회'를 신설했다"고 말했다.

또 "심장수술이나 중환자실 등 꼭 필요한 처방을 제외하고, 의사가 염화칼륨을 처방하면 전산에서 차단하도록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퀄리티혁신팀의 이러한 노력으로 병원 내에서 염화칼륨 완제품 처방이 자리잡았고,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중앙환자안전센터에서 개최하는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환자의 마음을 읽는 '공감 프로젝트'

강북삼성병원 퀄리티혁신실 문희수 실장(신경과 교수)
강북삼성병원 퀄리티혁신실 문희수 실장(신경과 교수)

퀄리티혁신실은 병원의 질관리, 환자안전, 환자중심 문화조성, 민원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특히 환자중심 문화조성 업무 중 최근 집중하는 것이 '공감 프로젝트'다. 환자에게 불편한 것을 직접 묻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행이 공감 프로젝트다. 

이중 입원한 환자들이 숙면할 수 있도록 돕는 '수면 에티켓' 프로젝트도 문 실장이 공들인 사업이다. 

환자들의 수면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의료진 대화 및 전화 통화 소리까지 줄인다. 또 컴퓨터 타자 소리도 들리지 않도록 하고, 9시가 되면 병실 내 조도를 조절한다. 이외에도 환자에게 안대나 귀마개, 티백 등의 어메니트를 제공한다.

강북삼성병원이 진행하는 또 다른 공감 프로젝트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건네는 응원의 메시지다. 부서에 맞는 멘트를 정해 환자에게 전달하는 것. 

문 실장은 "길지 않고, 환자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멘트를 부서가 직접 정하고, 입에 붙을 정도로 연습했다"며 "수술을 하고 온 환자의 병상에도 공감 멘트가 적힌 엽서를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들의 참여 이끌어내는 게 제일 어려워"

병원의 문화와 시스템을 바꾸는 퀄리티혁신실의 업무는 호락호락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의사, 간호사 등 다양한 사람의 마음을 한곳으로 모아야 하는 업무라 더욱 힘들다고 한다.  

문 실장은 "모든 프로젝트가 의사가 참여하지 않으면 활성화하기 어려운데, 의사를 참여시키는 게 너무 어렵다"며 "간호사 등 직원들이 자주 바뀌는데, 어렵게 만든 문화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것 같다"고 토로했다. 

2024년, 퀄리티혁신실은 어떤 계획을 세웠을까?   

환자 안전 사고가 발생할 때 당사자는 물론 의료인도 외상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문 실장은 "내년에는 부서장 대상으로 제2의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해 점차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부서 환경이 안전한지, 환자 안전사건 이후 개선 활동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항목을 배포할 것"이라며 "QPS팀이 격주 방문하는 참여형 의료현장 개선(WID) 라운딩을 통해 활성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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