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개 병원 복강경 간절제술 받은 기증자 500여 명 대상 위험 요인 분석
서울아산병원 김기훈 교수 "엄격한 기준으로 적합 기증자 선별해야 안전"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김기훈 교수(오른쪽 첫번째)팀이 복강경 간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김기훈 교수(오른쪽 첫번째)팀이 복강경 간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간이식은 말기 간질환 환자의 유일한 치료법이다. 뇌사자의 장기 기증이 부족한 만큼 생체 간이식이 주로 시행되는데, 이때 간 기증자의 안전과 빠른 회복을 위해 복강경 간절제술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기증자 입장에서는 흉터와 통증이 적은 복강경 간절제술을 선호한다. 뱃속에서 혈관을 보호하며 간을 절제해야 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고난도 기술을 요하면서도 복강경 수술을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는 기증자를 잘 선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김기훈·김상훈 교수팀이 복강경 간절제 수술을 받은 간 기증자 500여 명의 수술 결과를 분석한 결과, 비만도·이식간 무게·수술 시간·해부학적 변이 등을 고려한 기준으로 간 기증자를 신중하게 선별해야 안전한 복강경 간절제술이 가능한 것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간 기증자에게 복강경 우측 간절제술을 시행한 결과와 위험 요소를 분석한 최대 규모의 연구다.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기증자 복강경 간절제술 시행 시 적합한 기증자를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김기훈·김상훈 교수팀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한 경북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등 국내 5개 병원에서 생체 간이식을 위한 복강경 우측 간절제술을 받은 기증자 543명을 대상으로 개복수술 전환율과 합병증 발생률을 분석하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인을 분석했다.

복강경 우측 간절제술은 기증자의 복부에 직경 1cm의 구멍 3~5개를 뚫고 그 안으로 복강경 기구를 넣어 우측 간을 절제한 뒤, 치골 상부의 작은 구멍으로 절제된 간을 빼내는 고난도 수술법이다.

우선 복강경수술 도중 간문맥 손상, 출혈 등으로 인해 개복수술로 전환된 비율은 1.7%였다. 개복수술 전환의 위험 요인은 간 기증자의 비만도(BMI ≥ 30kg/㎡)였다.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은 상처 부위 감염, 간문맥 혈전 등 경미한 합병증이 4.8%, 담관 협착, 담즙 누출 등 주요 합병증이 4.4%였다. 담도 협착, 담즙종 등의 담도 합병증 발생률은 3.5%였다.

주요 합병증과 담도 합병증 발생의 위험 요인은 이식간 무게가 700g 이상이거나 수술 시간이 400분 이상일 때였다.

담도 합병증 중 1명은 자연 치유됐으며, 18명은 중재술이나 재수술이 필요한 정도였다. 이는 대부분 기증자 복강경 간절제술 시행 초기에 발생한 케이스였다.

즉 수술 건수가 누적되면서 적합한 기증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확립되고 의료진들의 노하우가 뒷받침되면서 합병증을 비롯한 개복수술 전환 등의 위험이 점차 감소했다.

적합한 복강경 간기증자 선별 기준은 △기증자의 비만도(BMI)가 30을 넘지 않고 △수혜자 체중 대비 간의 무게 비율이 1.0을 초과하면서 잔여 간 비율이 35%를 초과해야 하고 △혈관, 담즙(담관) 구조가 정상이어야 하며 △재건할 간정맥의 수가 적고 △이식간 무게가 700g 이하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김기훈 교수팀은 지난 2008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순수 복강경 수술을 통해 간이식 기증자의 간을 절제하는 데 성공했다. 그 이후로도 기증자의 안전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증자 복강경 간절제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작년까지 총 364건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으며, 지난 한 해에만 74례를 시행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숙련된 의료진이 엄격한 기준 아래 적합한 간 기증자를 신중하게 선별해 수술했으며, 그 결과 위 기준으로 복강경 간절제술을 받은 간이식 기증자에게서 단 1건의 합병증도 발생하지 않았다.

김기훈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는 “생체 간이식 전 적합하고 안전한 기증자를 선택하는 데 양질의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 기반의 연구를 진행했다"며 "기증자 복강경 간절제술 시행 초기 센터에서는 비만도, 이식간 무게, 해부학적 변이, 수술 시간 등을 고려한 신중한 기증자 선택 기준을 지켜야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숙련된 의료진의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다 확대된 기준으로 기증자를 선정해도 안전하게 복강경 간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기증자들이 복강경으로 안전하게 수술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외과 저널 Annals of Surgery(피인용지수 10.1)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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