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22일(502호) ACC 하이라이트 주요 이슈들을 전달한데 이어 이번 호에서는 연구들의 임상적 시사점과 향후 가이드라인 및 약물의 명암에 미칠 영향을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전망해 본다.

ACC 파워 이슈, ACCORD

■ACCORD 연구의 임상적 시사점

ACCORD BP, LIPID 연구는 심혈관 고위험군에서 혈압과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과도한 치료가 불필요함을 보여주며, 미약한 효과를 위해 의료비용을 낭비하는 것을 경계했다. 또한 심혈관질환에 있어 개별 및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려의대 김신곤 교수(안암병원 내분비내과)는 ACCORD 연구가 당뇨병 이환기간이 평균 10년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는 당뇨병 진단 후 오래 진행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 셈인데, 김 교수는 "뒷북치는 식의 강력한 치료는 의미가 없음을 보여준 연구"라고 평가했다. 심혈관질환의 예방 효과가 탁월한 스타틴의 경우도 만성 신부전, 심부전 환자 등 진행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4D, 오로라, 코로나 연구는 모두 실패했다. 김 교수는 당뇨병 진단 초기 환자에도 같은 결과를 적용해 해석하기보다는 개별치료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뇨병은 심혈관질환, 심장마비, 뇌졸중의 고위험 인자이기에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을 적극적으로 낮출 경우 혜택이 높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찌보면 이상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ACCORD 연구는 심혈관 고위험군의 관리에 있어 "낮을수록 좋다"는 패러다임을 깨고 개별치료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환자는 추가적인 의료비용을 소비하며 과도한 목표점을 좇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제2형 당뇨병 환자로서 고콜레스테롤혈증, 심혈관질환, 심혈관위험 환자 4733명을 대상으로 목표혈압을 120mmHg 이하로 조절시 140mmHg 이하 조절군에 비해 비치명적 심근경색 및 심혈관사망 예방에 우위를 보이지 않았다. 눈에 띄는 것은 일차종료점의 하나인 비치명적 뇌졸중 발생은 강력조절군에서 37% 감소한 것(95% CI 0.41-0.96, p=0.03). 연구결과는 기존 연구들에서 얻은 "혈압을 5-10mmHg 낮출 경우 뇌졸중 위험을 40% 가량 감소시킬 수 있다"는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1명의 뇌졸중 예방을 위해 588명을 4.7년간 치료해야 함을 의미하므로 절대적인 가치는 낮다고 평가된다. 또한 일차종료점 전체적으로 봤을때는 유의성이 없었다.

또한 강력조절군에서 저혈압, 저칼륨혈증, GFR 감소 등 부작용들의 발생이 유의하게 높았기에 혈압을 과다하게 낮춰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ACCORD LIPID 연구중 일부군에서 효과 확인 과연 의미있는가?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사건 예방을 위해 발사르탄 또는 발사르탄과 페노피브레이트를 병용한 군의 임상결과를 비교한 ACCORD LIPID 연구는 병용요법군의 추가적인 개선을 확인하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긍정의 메시지를 찾고자 하는 일부의 노력은 "중성지방 204mg/dL 이상이고 HDL-콜레스테롤 34mg/dL 이하인 환자에서 페노피브레이트 병용요법이 스타틴 단독요법에 비해 심혈관사건 위험도를 29% 낮춤에 주목했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고(p=0.06), 중성지방과 HDL-콜레스테롤 두 항목이 "and"로 묶여 있어 모두 해당될 경우 임상결과 개선을 보였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심질환 전문가들은 일차종료점이 부정적이므로 이차종료점에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 동반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의 가능성에 대한 힌트는 줬지만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균관의대 이상철 교수(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는 전반적인 연구 실패의 원인으로 "스타틴만으로도 이미 지질조절이 잘되고 있기 때문에 부가효과를 내기 어려웠음"을 언급했다. 스타틴 앞에서는 백약을 써봐야 무효한 결과뿐이라는 것이다. 한편 "일부 환자에서의 효과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HDL-콜레스테롤이 낮은 군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에 의미를 두고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김신곤 교수는 일부 군에서 병용요법의 긍정적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며 ADA와 국내 당뇨병 진료지침의 일부 개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뇨병 진료지침을 보면 스타틴에 다른 지질저하제의 병용투여는 지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려할 수 있지만 증가거 부족하다는 전문가 의견(Expert recommendation) 수준이었는데, 이상지질혈증이 심한 경우(중성지방 204mg/dL 이상이고 HDL-콜레스테롤 34mg/dL 이하) 피브레이트 투여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정도의 의견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페노피브레이트의 미래는?

김신곤 교수는 "약간의 이상지질혈증이 있다고 피브레이트를 병용하는 것은 이제 근거가 없지만, ACCORD LIPID 연구를 실패한 결과로 치부해 획일적으로 페노피브레이트를 병용요법을 피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는 약물에 대한 지지라기 보다는 개별요법을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페노피브레이트에는 우호적인 해석일 수 있다. 또한 "페노피브레이트가 미세혈관합병증의 예방과 혈당에 긍정적 효과를 보인 연구결과도 있기에 이 약제가 사장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울산의대 이철환 교수(서울아산병원 순환기내과)는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FIELD 연구에서도 페노피브레이트는 관상동맥심질환 예방 효과 확인에 실패했고, 많은 피브레이트 연구들이 부정적 결과 일색이었음을 지적했다.

현재 피브레이트는 일부 국가에서 일반의약품으로도 팔리고 있지만, FDA는 ACCORD 연구 재검토 후 제품 라벨 변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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