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과학연구소 권귀영 원장, 의료진 치료 전략·환자 설명 근거 제공

서울의과학연구소 권귀영 원장
서울의과학연구소 권귀영 원장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국가건강검진 5대암에 포함돼 있는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이 주된 발병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조기 발견, 치료 시 5년 생존율이 96.7%를 육박할 정도로 예후가 좋은 암이지만,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된 말기에는 5년 생존율이 25%까지 떨어진다.

자궁경부암은 주로 성관계를 통한 HPV 감염이 원인이며, 우리나라 18~29세 여성 49.9%가 HPV 감염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HPV 감염은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따라서 조기 진단을 위해 선별검사가 강화되고, 차세대 바이오마커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재)서울의과학연구소 권귀영 원장을 만나, 자궁경부암 검사 및 진단에 대한 HPV에 특화된 세포검사법에 대해 들어봤다.

권 원장은 지난 10월 27일 열린 대한병리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자궁경부암 세포검사'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산부인과 의료진들로부터 두 번 이상 상피세포 이상 결과가 나온 경우, 환자에게 어떻게 치료 전략과 검사결정을 설명해야 될지 고민이 많다는 문의가 많았다"며 "세포진 검사에서 상피 세포 이상이 나와 조직검사를 했지만 조직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면 위음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검사에 대한 문의도 있어 해결하기 위해 논문을 찾게 됐다"고 이번 연구 시작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CINtec PLUS를 세포진 검사와 HPV 검사 못지않게 Triage로 병합해 3중 검진시스템으로 사용한다는 문헌을 찾았다"며 "유용성 평가를 해보고 싶어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자궁경부암, 세포진 검사에 HPV·CINtec PLUS 검사 추가해야 정확

그는 상피 세포 이상 결과가 이미 나온 100건의 검체를 CINtec PLUS로 염색하고, 그 결과를 HPV 검사 결과와 비교했다.

조직학적 결과와 최종적으로 비교를 통해 조직 결과에서 고등급 위험 상피 내 병변이 나올 경우, 이 검사의 민감도와 특이도 내지 양성, 음성 예측률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확인했다.

그는 "면역세포 CINtec PLUS 검사는 민감도 66.7%, 특이도 69.6%가 나왔다"며 "HPV 검사는 민감도가 93%, 특이도는 26%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두가지가 병행되면 상호 보완적인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기존 세포진 검사에 CINtec PLUS 검사와 HPV 검사를 추가해 적용할 경우 의료진이 환자 진료나 치료방침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민감도는 해당 검사에서 실제 양성자를 어느 정도 찾아내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이며, 특이도는 반대로 환자가 아닌 사람을 음성으로 판단하는 비율이다.

민감도가 높다는 것은 검사 대상자 중 양성인 사람을 찾아 내는 능력이 높다는 것이며, 특이도가 낮을 경우 질병이 없은 사람들도 환자로 판정하는 경우가 많아 검사의 효용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CINtec PLUS 검사가 양성이라면, 고위험 상피 병변이 있을 확률이 높다고 확신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CINtec PLUS 검사는 1차 자궁경부암 검진 결과가 HPV 양성으로 나타난 여성을 위한 최초의 바이오마커 기반 환자 선별 검사로, HPV 감염이 자궁경부 전암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여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한다.

임상의가 HPV 검사 양성 환자에 대해 즉각적으로 추가 진단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자궁경부암 고위험군 여성이 자궁경부 질환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자궁경부암은 국가암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어 세포진 검사를 2년 마다 무료로 진행한다.

세포진 검사는 보통 의료진이 건강검진 수진자의 자궁 경부를 긁어 그 검체를 슬라이드에 도말하면, 그것을 병리과에서 염색해 관찰한다.

형택학적 소견으로 분류돼 있는 베데스다 시스템 등의 진단법을 사용해 세포에 이상 여부, 상피 내 이상의 심각성과 암 여부 등을 진단한다.

그는 "세포진 검사는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 및 도말 시 발생하는 여러가지 변수들이 기술적으로 작용한다"며 "검체를 알코올로 고정하는데, 고정 상태가 좋지 않으면 형태학적 소견을 관찰하는 것이 어려워져 진단이 불확실해질 수 있다. 또 세포진 검사는 판독하는 병리의사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세포진 검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로슈진단은 새로운 바이오마커 진단법을 개발했다. CINtec PLUS 세포 검사법이다.
 

p-16과 ki-67 단백질 동시 염색, 양성 시 고등급 병변 진단 확신 

그는 "로슈진단이 새로 개발한 바이오마커는 CINtec PLUS"라며, "CINtec PLUS에 사용하는 항체는 자궁경부암 발생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p-16과 ki-67이다. 단백질 바이오마커는 세포진 검사 이후 추가로 진행해 세포진 검사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진 검사 중증도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자궁경부암이 발생할 수 있는지 알아볼 때 가장 유용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CINtec PLUS 검사 과정은 세포진 검사 슬라이드를 세포의 특이적인 항체를 부착하는 시약을 사용해 면역 세포를 염색한다. 이 과정에서 로슈진단의 벤치마크 울트라 플러스 자동 면역 염색 장비를 사용한다. 이 자동화 장비는 면역 염색을 좀 더 용이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시약은 1차 항체, 2차 항체, 그리고 발색 시약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장비를 쓰면 면역 염색의 전체 과정을 자동화시켜 표준화된 결과를 도출한다. 또 동시에 30장의 슬라이드를 염색할 수 있어 시간을 단축하고, 검사 결과가 검사자의 역량에 좌우되지 않는다.

그는 "CINtec PLUS 검사의 장점은 p-16과 ki-67 단백질을 동시에 각각 빨간색과 갈색으로 염색해 형태학적 소견 보다 숙련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세포진 검사로 비정형 세포가 발견된 후 추가로 하는 검사라 세포진 검사보다 민감도나 특이도를 더 향상시켜 위음성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p-16과 ki-67 단백질은 세포 검사에 적용된 것은 처음이지만, 자궁 경부 조직 검사에서는 이미 많이 활용되고 있다.

저등급인지 고등급인지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 이 바이오마커 면역 염색을 통해 결과에 따라 양성이면 고등급으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조직학적인 유용성은 많이 증명돼 있다"며 "양성이 나올 경우 거의 고등급 상피 내 병변을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INtec PLUS 암 검진 항목 포함 시 의료진 효율적 활용 기대

그는 "상피 내 이상 결과가 세포진 검사에서 두 번 이상 나왔을 때, 그 다음 단계를 검토하기 전 CINtec PLUS 검사를 시행해 고등급 위험도를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상피 내 이상 확인 후 추적 관찰을 하다 조직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HPV 검사에서 고위험군 HPV 양성이 나올 경우 CINtec PLUS 검사를 통해 조직 검사의 위음성 여부를 확인한다면 추후 치료를 결정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산부인과 의료진들에게 권유했다.

CINtec PLUS가 국가암검진 항목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권 원장은 비용문제보다 국내 도입이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는 "산부인과 의료진의 바이오마커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유용성에 대한 경험을 많이 쌓아 데이터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며 "보통 세포진 검사와 HPV 바이러스 검사를 병행하고 있다. CINtec PLUS 검사는 새로운 검사로, 유용성이 충분히 알려지면 환자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CINtec PLUS가 암 검진 항목에 포함되면 의료진과 환자 모두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서울의과학연구소는 디지털 병리를 도입, 적용하고 확대하는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지난 병리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연구는 후향적 연구였다. 전향적 연구를 해보고 싶다. 공동연구를 진행하고자 하는 타 연구기관이 있다면 함께 진행해보고 싶다"고 향후 계획과 포부를 밝혔다.

한편, 서울의과학연구소는 1983년 설립된 검사 전문 수탁기관으로, 주로 의원급 혹은 병원급 의료기관의 의뢰를 받아 검사를 수행한다. 특히 연구소 병리과는 병리의사 10명 및 임상병리사 42명이 근무 중이며, 지난해 기준 조직검사는 약 20만건, 세포검사는 약 60만건을 수행했다.

권 원장은 2010년 중앙대병원에서 서울의과학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병리과를 책임지고 있는 병리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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