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궤양·진균·혈소판제에 대사저하 유전형 비율 높아

한국인의 40%는 항궤양제, 항진균제, 항혈소판제 등 특정 약물의 분해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09년 5월부터 19세 이상 성인 567명을 대상으로 유전형을 조사한 결과 약물을 분해하는 간 효소 중 하나인 CYP2C19가 서양인에 비해 대사능력이 저하된 유전형인 CYP2C19*2, CYP2C19*3 비율은 각각 26.7%, 12.3%로 서양인 14.2%, 0.2%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에서 약물성분들 별로 대사하는 효소의 종류는 총 57개로, 이 중 CYP2C19은 항궤양제, 항진균제, 항혈소판제의 성분을 대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약청은 일반군과 대사저하 유전형군 간 위궤양치료제인 오메프라졸(omeprazole)과 진균성 감염치료제인 보리코나졸(voriconazole)에 대한 간 분해 능력을 비교했다. 결과 약물혈중 농도가 일반군에 비해 각각 7.3배,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날 발표를 진행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독성평가연구부 정면우 임상연구과장은 "이는 약물의 효과문제와 함께 체내 잔류량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용상 주의사항과 처방정보 변경 등을 통해 이를 알리고 한국인의 약물유전형에 따른 "개인맞춤약물요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맞춤약물요법"은 한국인의 약물유전형 특성정보를 통해 특성에 맞는 약물을 처방하도록 하자는 것으로, 정 과장은 "기존 의사의 경험에만 의지하던 약물투여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대처법을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해준다"다고 말했다. 나아가서 이를 기반으로 신약개발 설계도 진행이 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인구층을 대상으로 한 임상단계에서, 그리고 시판 후 발생하는 특정 대상군에서의 부작용을 개발단계에서부터 조절하자는 것이다.

이미 식약청은 2007년 고혈압약물인 카르베디롤의 주의사항에 대사저하 정보를 반영했고, 2009년 항응고제 와파린의 허가사항에 약물유전형과 약물용량과의 상관관계 정보를 추가한 바 있다. 그리고 이외에도 UGT1A1, DPD, NAT2 등에 대한 국내 유전형 특성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전형 검사를 실용화하기까지 가야할 길이 멀다. 우선 유전형 검사 비용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고, 유전자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국내 병원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민간보험 가입기준, 수가문제 등 조율도 해결해야할 부분이다. 이에 유전체 활용이라는 미래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관련 부처·기관들과 전문가들의 협의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한편 이날 발표에 참가한 연세의대 약리학교실 정재용 조교수는 "외국의 경우 병원에서의 유전형 검사도 조금씩 보편화되어가는 방향이고 제약사들도 신약개발과 함께 진단도구 개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일부 대형병원들을 제외하고 유전형 검사는 외부 기관에 의뢰하고 있고, 제약사의 신약개발 의지가 많이 낮아져 있는 상황에서 "유전형 검사를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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