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투자펀트 운용사 글랜우드와 양해각서 체결...6000억원 규모 전망
추가 성장동력 확보 어려움 원인 지목...백신·혈액제제 그룹차원 집중 예상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SK케미칼이 제약사업부 매각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추가적인 성장동력이 없었던 SK케미칼이 제약 사업부를 매각해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사업, SK플라즈마의 혈액제제 사업에 집중할 기반을 만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6000억원 규모 딜 전망

최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제약사업부를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에 약 6000억원에 양도하는 거래를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글랜우드는 SK케미칼 제약 사업부 인수를 위한 실사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연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게 목표라고 전해졌다.

매매 대상은 SK케미칼 라이프사이언스 사업부 내 제약 사업부다. 제약 사업부를 분할한 뒤 글랜우드가 지분 100%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SK케미칼 라이프사이언스 사업부의 매출은 7706억원이었다. 이 중 제약 사업부 매출이 3139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가 45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기간동안 영업이익은 1486억원이다. 이는 전년 5202억원 대비 30%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 중 제약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3분기 12.7%에서 올해 2분기 5.8%까지 떨어졌다.

때문에 SK케미칼 내에서 친환경 사업을 관장하는 그린케미칼 사업부에 비해 수익성이 낮아 제약 사업부를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SK케미칼은 친환경 사업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작업을 이어오기도 했다.

인수자로 낙점된 글랜우드는 기업 계열사 또는 사업부를 분할해 인수하는 '카브아웃' 거래가 특징이다.

글랜우드는 이번 인수를 위해 2호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펀드를 통해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인 LG화학 진단사업부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SK케미칼, 백신·혈액 제제 '올인'할까

SK케미칼의 제약 사업부는 2015년 신약 조직을 정리하면서 인력을 대폭 축소하면서 신약개발 기능이 사라져 사실상 마케팅 조직과 다름 없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SK 그룹 선대 회장의 유지라는 상징성 말고는 사실상 제약 사업부의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은행잎 혈액순관개선제 기넥신, 관절염 패취제 트라스트, 1호 국산신약 선플라, 관절염 천연물 치료제 조인스 등은 SK케미칼 제약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에 더해 SK는 동신제약을 인수하며 백신과 혈액제제 사업의 기반을 만들었고, 이후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플라즈마로 분사, 독립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SK케미칼 제약 사업부의 매출은 연간 3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연구개발 기능까지 사실상 포기하면서 추가적 성장동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락했다.

내부적으로 백신과 혈액제제 사업을 키우려는 의지가 크다는 점도 SK케미칼 제약 사업부 매각의 배경이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SK그룹은 백신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최근 분사했고, 수천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의 수혜를 즉각적으로 입으면서 추가적인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투자금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케미칼 제약 사업부 매각은 과거부터 여러차례 시도가 있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백신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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