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광명병원 순환기내과 정영훈 교수

출혈 등 부작용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클로피도그렐, 위장관 출혈 많은 한국인에서 사용 이점 커
국내 최초 고용량 항혈전제 클로피도그렐(플래리스정 300mg), 환자의 복약편의성 높아져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순환기내과 정영훈 교수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순환기내과 정영훈 교수

- 관상동맥질환의 요인과 항혈전치료의 중요성은?
많은 분들이 관상동맥질환의 요인을 혈관 내 지질 문제로만 인식하는데, 사실 그보다 중요한 것이 염증(inflammation) 작용이다. 혈전은 죽상반(plaque)이 균열되고 파열되면서 빠져나온 조직에 혈소판이 달라붙으면서 형성되는데, 이 과정에서 혈관 손상에 따른 염증이 매우 중요한 인자로 작용한다. 관상동맥질환은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해 혈전의 생성을 막는 것이 중요하며, 혈소판의 응집을 억제하기 위해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를 사용하게 된다.  

- 임상에서 주로 사용되는 항혈소판제제는?
전통적으로 혈소판 내의 cyclooxygenase(COX) 효소를 저해하는 아스피린을 많이 사용해 왔다. 그러나 아스피린이 가진 위장출혈 및 지혈방애 등 여러 이슈들로 인해 최근에는 ADP 수용체인 P2Y12와 결합해 혈소판의 응집을 억제하는 ADP 수용체 억제제(클로피도그렐 등)로 많이 대체해 사용하고 있다. 

-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에서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시술 전 항혈소판제제의 loading이 필요한 이유는?
ACS뿐 아니라 관상동맥질환의 치료에 있어 증가된 염증 수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관건인데 이에 대해 뚜렷한 효과를 보이는 약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약물이 항혈소판제제, 그중에서도 P2Y12 inhibitor이다.

특히 PCI 시술 시 스텐트를 삽입하면 혈관 내부조직이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초기에 혈소판 활성 억제효과를 충분히 가져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처음에는 강화요법(loading)으로 갔다가 이후 약물을 줄이고 유지하는(De-escalation) 흐름으로 가게 된다. 

- 클로피도그렐이 다른 P2Y12 inhibitor 대비 가진 이점은 무엇인가?
티카그렐러나 프라수그렐은 효과가 강한 약물로 클로피도그렐에 비해 대사 과정이 짧고 약물의 반응 시간이 빨라 약효가 1~2시간 내에 충분히 올라온다. 그러나 효과가 강한 만큼 부작용의 위험도가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임상에서는 혈관 촬영 전에 문진만으로 약물을 써야 하는 환자들이 많다. 물론 초고위험군 환자인 경우 단시간에 약효를 끌어올리기 위해 티카그렐러 등도 충분치 않아 주사형 항혈소판제(Cangrelor)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협심증 또는 저위험군 환자들의 질환이 해부학적으로 확실하게 규명되기 전부터 호흡곤란이나 출혈 등의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효과가 센 약을 사용하기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클로피도그렐을 사용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주치의에 따라 판단은 다를 수 있으며, 임상에서 약제의 선택에는 보다 다양한 고려사항이 존재한다.

- 국내 최초로 출시된 고용량 클로피도그렐(상품명: 플래리스정 300mg)의 장점은 무엇인가
순환기내과에서는 PCI를 앞두고 클로피도그렐을 300~600mg까지 써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존의 75mg을 사용하면 한 번에 많게는 8정을 복용해야 했다(아스피린까지 고려하면 11정 복용). 이에 고용량 약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최근 고용량 클로피도그렐이 개발되면서 복용해야 할 약의 수가 거의 절반으로 떨어지는 등 환자들의 복약편의성이 매우 높아졌다. 또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기존 약제 대비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다.  

- 2012년 ‘동아시아인 패러독스’ 개념을 제시하면서 아시아인에서 항혈소판제의 종류에 따라 출혈 부작용 빈도가 다르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그 의미는?
국제가이드라인에는 ACS 환자에서 티카그렐러나 프라수그렐이 표준치료제로 돼 있고, 국내 환자의 경우에도 강력한 억제효과가 필요한 초기단계에는 그 지침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특히 한국인의 경우 위장관 출혈 등의 이슈가 높다는 측면에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강력한 억제제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클로피도그렐은 상대적으로 마일드한 약제로서 출혈 이슈에서 자유로운 편이며, 국내 환자들의 De-escalation 단계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 안정성과 유효성을 고려할 때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이중항혈소판요법(DAPT) 유지 기간은?
최근의 트렌드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아스피린을 초반에 빨리 중단하는 전략이고, 또 하나는 초기에 강력한 P2Y12 inhibitor를 쓰다가 이후 용량을 줄이거나 클로피도그렐과 같은 마일드한 약제로 바꾸는 전략이다. 임상적으로는 후자의 전략, 즉 DAPT를 유지하면서 P2Y12 inhibitor의 강도를 낮추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국제 가이드라인 상에는 DAPT의 유지 기간을 안정형(stable angina)의 경우 6개월, ACS는 12개월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외국인 중에서도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이므로 한국 사람의 경우(심장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거나 여러 가지 스텐트가 삽입된 고위험군 환자를 제외하고) 그보다 절반 정도로 줄여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특히 ACS에서는 1~3개월 정도로 유지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관련해 구체적인 데이터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 국제 가이드라인이 국내 환자에 대한 임상 적용과 차이가 나는 이유는? 
약제의 사용에 있어 국제 가이드라인이 중요한 기준이 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인종이나 성별에 따라 약제에 대한 반응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약효가 강해서 질병이 잘 조절이 되는 것이 무조건 좋을 것 같아도, 장기적으로는 그만큼 부작용 문제가 따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즉 약제의 사용은 효과와 안정성 측면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저 역시 국내 환자들에게 치료방침을 만들기 위해 적합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많은 의사들이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치료 방법에 대해 여러 고민과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ACS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국내 환자들에게 적합한 데이터를 꾸준히 연구하고 임상에서 적용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