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박선혜 기자.
학술부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어릴 적 마음에 드는 물건의 상표에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고 적혀 있으면 다른 나라에서 만든 물건은 없는지 한 번 더 살펴보곤 했다. 중국산 제품은 품질이 좋지 않은, 싸구려라는 인식이 있었다.

한국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는 '메이드 인 차이나'에 거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처럼 중국산 제품은 값이 싼 만큼 품질도 나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식은 공산품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중국에서 진행한 임상연구나 중국 제약사가 개발한 의약품을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은 학계 및 제약업계의 기저에 깔려 있다.

중국에서 개발한 신약 그리고 임상연구에 대해 취재를 하다 보면 "중국에서 만들었잖아요", "중국에서 진행한 임상연구잖아요"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메이드 인 차이나'이기에 유용성 또는 임상적 의미를 논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국제적으로 허가받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중국 개발 의약품은 찾기 어렵다. 그러나 누군가 앞으로도 중국산 의약품과 임상연구를 신뢰할 수 없으므로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는지에 묻는다면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은 인구 측면에서 많은 환자를 빠르게 모집해 임상연구를 시작하고 임상적 근거를 만들기에 최적인 환경이다. 정부도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연구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강점에 따라 중국에서 진행된 임상연구 횟수는 전 세계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글로벌 보건산업동향 7월호에 따르면, 지난 몇 년 간 중국 제약기업이 진행한 혁신의약품 주요 임상연구 동향을 분석한 결과 2022년 기준 중국 임상연구 횟수는 322건으로 영국(146건)과 일본(132건)을 넘어섰으며 1위인 미국(339건)과의 격차도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다.

비록 중국이 개발한 의약품 대부분은 아직 초기단계라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최근 주요 국제 학술대회에서 중국 개발 의약품 등 중국이 주도한 임상연구들이 학계가 가장 주목하는 메인 심포지엄에 이름을 올리는 추세다. 중국에서 진행한 임상연구에 주목해야 할 의미가 있다는 데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의미한다.

중국 개발 의약품은 여러 국가에서 허가받고자 임상연구 디자인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유용성을 입증한 근거가 빠르게 쌓인다면 중국산 글로벌 신약 등장은 먼 미래의 일은 아니다. 어쩌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개발 의약품이 주축이 될 수도 있다.

과거 일본은 문화산업 측면에서 우리나라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도 있었지만, '곧 사그라들겠지'라는 일본의 안일한 생각도 한몫했다.

이제는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고정관념에 따라 중국 개발 의약품과 임상연구를 막연히 '신뢰할 수 없다'고 치부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면 중국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